추경예산 28조, 그게 다 빚인데…
- 세금과 국공채의 이상한 관계
4월 임시국회가 벌써부터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28조 9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놓고는 여야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세수 부족분을 어디서 메우느냐가 문제다.
일본 정부도 4월 11일 현재, 총 15조4천억 엔(약 200조원)의 사상최대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이러한 내용의 추경예산안 등을 담은 법안을 오는 4월 27일쯤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렇듯 비단 우리정부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적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 그 재원은 어디서 나는가? 바로 세금 아니면 국공채발행이다.
자! 이번에는 세금과 국공채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정부는 재정정책을 펴기 위해 세금을 걷어서 그 재원을 충당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세금을 걷으면 국민들의 조세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대신 국공채를 발행하여 충당하기도 한다.
정부가 국공채를 발행하면 이를 금융기관이나 각종 펀드에서 매입한다. (1) 정부의 입장에서는 필요한 자금을 별다른 조세저항 없이 조달할 수 있어 좋다. (2) 국공채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이나 펀드 입장에서도 비록 이자는 위험자산 투자수익률에 비해 높지 않지만 상당히 안전한 투자처로서 국공채는 안성맞춤인 것이다. 그야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아닌가!
3) 게다가 국민들도 세금을 더 걷는 데는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부가 국공채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국공채의 발행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투자자 입장에서 국공채를 선호하는 이유는 정부가 원금과 이자의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럼 만기가 되었을 때 정부는 어떤 돈으로 이러한 국공채의 원리금을 지급할까? 물론, 정부는 기업이 아니므로 물건을 팔아 돈을 벌어서 원리금 상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1) 세금을 걷거나 아니면 (2) 다시 국공채를 발행해서 조달된 돈으로 이를 상환하는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다음 번 만기가 돌아와도 같은 방법으로 상환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상환이라기 보다는 계속 연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채권은 빚이다. 여기엔 정부의 국공채도 예외는 아니다. 즉, 정부가 발행하는 국공채는 국민의 세금으로 전부 갚지 않은 한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빚이란 이야기다. 다시 말해 정부가 재정정책을 위해 사용하는 돈은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다 해결해야 할 돈이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보다는 국공채 발행이 더 용이하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지금 당장의 국민에게 부담을 씌우는 것이지만 국공채를 더 발행하겠다는 것은 미래의 국민에게 세금 부담을 지우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국민들은 크게 반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공채는 만기가 5~10년 등 장기인 것이 대부분일뿐더러 이를 또 연장하면 그 만기는 더 길어지기 때문에 미래라고 하면 상당히 먼 미래를 의미한다. ‘지금 당장 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어찌 보면 상당히 이기적이 생각이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를 떠들어도 그건 미래의 우리 후손들의 문제이고 내가 살아 생전에는 별 탈없을 거라며 배기가스를 뿜어 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현재의 공공복지를 위해 지나친 국공채 발행을 용인하여 우리 후손들을 빚더미 속으로 몰아 넣고 있는 이기주의자라고 한다면 필자의 억지일까?
여기에 한가지 문제가 더 있다.
국공채의 지나친 발행은 단순히 미래의 후손들에게 빚을 지우는 행위만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에서도 일정부분의 문제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공익사업을 벌이기 위해 10억이라는 돈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당장 세금을 10억 더 걷어 하려고 하니 국민들의 반발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따라서 만기 20년짜리 국채를 10억원어치 발행해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이때 국채이자를 20년간 총 4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해보자. 그럼 정부는 20년 후 우리 후손들로부터 14억원의 세금을 걷어 이 국채를 갚아야 한다. (여기서 설명의 편의상 화폐의 시간가치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국채를 과연 누가 매입해 갔을까? 20년 후 우리 후손들로부터 걷을 세금 14억은 과연 누구에게 갚아줘야 할까? 바로 발행 당시 여윳돈을 가지고 있어 국채에 투자를 했던 사람들(금융기관, 펀드, 법인, 개인 등)에게 갚아줘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세금을 걷었더라면 10억이면 되었을 것을 추가로 4억이나 되는 돈의 사용료를 국민의 혈세로 더 걷어서 이들에게 갖다 바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다소 모순적인 구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공채를 발행해서 국민들에게 선심성 공익사업을 한다. 국민도 이를 은근히 바란다. 이렇듯 정부와 국민이 죽이 맞아서 꽃놀이를 하는 것이다. 어차피 20년, 30년 후는 다음다음 문제이며 그때는 내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도 아니고 내가 유권자도 아니다. 그것보다는 지금 당장 한 표를 더 얻는 게 중요하니 유권자인 현재의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리하여 세금은 줄이고 국공채를 많이 발행하는 이러한 행위가 결국 미래에 엄청난 부채국가로 전락할 수 있음을 애써 간과하면서 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미국이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저자 김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