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채권형펀드에 또 다시 자금이 몰리고 있다. 5월 들어 채권형펀드에는 일평균 994억원의 자금이 유입하여 총 1조4917억원이 들어온 상태다. 이는 주식형펀드의 자금이탈이 계속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북핵실험 등 대외변수로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고 추가 금리인하론이 부상하면서 시중의 자금이 다시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통령도 유동자금에 대해 염려할 때가 아니라며 저금리를 통한 유동성 확대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듯이 정부당국 내에서의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다소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실물경기 침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로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더욱더 조장해야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를 확산시켜, 소비자들은 값이 오르기 전에 서둘러 물건을 사려하고 이는 내수경기를 살려 기업실적 향상 및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도 여기에 동조한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그레고리 맨큐 교수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향후 몇 년간은 미국 물가상승률이 무려 6% 수준은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 될 것이고 그럼 기존 대출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며, 저축보다 소비가 늘어나게 될 것이란 것이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이 임금인상을 유발할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어야 효과가 있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무리 경기불황에 유동성위기가 심각하더라도 이토록 전투적으로 돈을 뿌려대서야 되겠느냐며 말이다. 아무리 환자(세계경제)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할지라도 이토록 대량의 모르핀(morphine)을 투여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환자의 고통은 당장 해소될지 몰라도 결국엔 모르핀 중독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 정부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라서 그토록 저금리와 유동성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도 엄청난 유동성확대가 가져올 후유증이 자칫 모르핀 중독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시장에 비정상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면 결국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의 폭풍이 오게끔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어차피 터져버린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차라리 공황상태로 방치하기 보다는 버블상태를 각오하더라도 경기를 부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정부는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를 동시에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어떤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든지 다 해당되는 부분이다.
모름지기 정당의 최우선 목표는 정권창출이 될 것이다. 물론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전체 국민과 국가의 복지와 성장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정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권의 창출과 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백 번 옳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구석이 있다. 왜냐하면 정당에 있어서의 국민(유권자)들은 그 스스로가 전체적이고 공공적인 이익에 힘쓰기 보다는 바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해결해 주는 쪽에 더 많은 호의를 가지고 투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과 실물경제의 불황으로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지금 당장 진통제를 투여하길 바라고 있다. 그것도 뜨뜻미지근한 방식이 아니라 화끈하고 신속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유권자)을 의식해야 하는 각국 정부의 선택은 어쩌면 하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버블이라는 후유증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경제에 모르핀(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을 살포하는 것 말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공황상태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고 사회의 불만과 나아가서는 만의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폭동까지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블의 후유증이 어떤 문제를 야기시킬지 예상하지만 그건 다음 시기에 논의해야 할 뜨거운 감자로 남겨두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 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으로서는 경제회복을 도모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말이다.
어쩌면 과감한 인플레이션 조장정책이 앞서 맨큐 교수 등의 말처럼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인플레이션이 거대한 해일로 변해 경제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예측은 잠시 미루어두더라도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향후 인플레이션의 파도가 밀어닥칠 가능성만큼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우리 각자가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할 때인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란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는 상황임을 감안해서 말이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저자 김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