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밤잠을 설치면서 TV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2009 로마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깨어 있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지요. 게다가 지난 400미터 예선에서 ‘충격’에 가까운 예선 탈락이라는 결과를 보여준 뒤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기대하는 심정이 컸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절치부심, 새롭게 비상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번 200미터의 결과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군요.

200미터 결선 진출 실패 후 아쉬워하는 박태환 [사진출처 – OSEN]
원인을 찾느라 부산을 떠는 모습들이 제 눈에는 마뜩지 않아 보입니다. 누구는 시합 전에 화보(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여하튼 상업용 용도임에는 틀림없는)를 찍는 나태함을 탓합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로서의 정신 상태가 글러먹었다는 비판이죠. 또 어떤 사람은 수영 협회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문제를 찾습니다.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겁니다. 전신수영복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노민상 수영 국가대표감독은 이번 일의 결과에 대해 어른들의 책임이지 박태환을 비난할 수 없다는 자책성 기자회견도 했군요.
터무니없는 비약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번 박태환 선수의 모습에서 지난 2~3년 간의 숨가빴던 한국 경제의 모습을 봅니다. IMF의 국난을 겪은 뒤 1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국 경제는 화려한 도약과 숨막히는 추락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IMF의 구제 금융을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청산했고, 시련의 시간을 거치면서 한국 경제의 투명성과 건강함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양호해졌습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언급을 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죠.
1997년 말 2,100여 개에 달했던 금융기관의 수가 2002년 말 1,510개로 조정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결과로 은행권의 BIS 비율은 1997년 7.04%에서 2002년 11.40%로 높아지며 건전해졌습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은행의 수익성 역시 2001년 5조 3천억원, 2002년 5조 9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튼튼해졌습니다. 하지만 2007년부터 불어 닥친 세계 금융 불안의 높은 파고에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배는 다시 출렁였습니다. 2007년 10월 2000pt를 넘긴 한국 주가는 꼭 1년만인 2008년 10월에 892pt까지 떨어졌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1500pt를 회복하면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낙관적 전망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말 종합주가지수 예상을 1650pt 수준에서 점치는 연구 보고서들이 많더군요.

[출처 – 히포차트. http://hippochart.tistory.com]
한국 경제의 부침은 앞으로도 여러 차례 있을 것입니다.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
승리하고 있을 때 왜 승리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어려움이 처할 때 왜 어려워졌는지를 알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과거를 반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즉, 저는 정당한 걱정과 피드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걱정과 피드백이 미래를 위한 시사점을 깨우쳐주는 가르침에 근거한 비판이 아니라면 전 단호히 반대합니다.
박태환 선수는 수영이라는 비인기종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입니다. 기골이 장대한 서양선수들 앞에서 한국 수영은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불식시켰습니다. 또한 수영과 함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던 한국 육상에도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전이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은 그를 모델로 성장하는 젊은 선수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죠.
저는 아직 박태환 선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합니다. 아쉬움도 많고 속상한 면도 있지만, 그것이 미래의 박태환에 대한 기대를 접을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는 아직 성장해야 할 선수이고, 지금이야말로 어깨를 툭툭 쳐 주는 국민의 신뢰가 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도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선 박태환 선수 혼자 뛰고 있지만, 한국 경제라는 필드에서는 우리 모두가 플레이어입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라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셈이지요.
1500미터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건, 저는 박태환 선수를 계속 응원할 생각입니다만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군요. 혹 올해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저는 박태환 선수의 내년 혹은 내후년을 좀 더 믿어볼 생각입니다. 모 신문에 표현된 저 ‘추락’이라는 단어는 박태환 선수에게 너무 가혹한 낙인이 아닌가 싶어요.
========================================================================================
※ 모네타 재테크 운영자입니다.
컬럼 게재중 실수로 뒷부분 몇 단락이 누락되었습니다. 다른색으로 표시하여 추가 하였습니다.
홍성범님과 회원분들께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