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계속>
1997년 당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태국에서부터 터져버린 금융붕괴(태국 바트화의 폭락)가 경제를 그럭저럭 잘 운용하고 있던 인도네시아를 거쳐 그들보다 몇 배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준 이유를 상기해 봐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실로 다양한 원인이 내재되어 있었겠지만, 폴 크루그먼의 저서 “불황의 경제학”(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 and The Crisis of 2008)이란 책에도 언급되듯이, 무엇보다도 세계인의 눈(특히 글로벌 IB나 헷지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자들의 눈)에는 태국이나 우리나라나, 그 나라가 그 나라였을 뿐이다. 당시 태국이 휘청거리니 자연스레 아시아 쪽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펀드는 자산을 투매하고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아시아인 일본은 선진국시장이다. 하지만 한국은 불행히도 그들 눈에는 여전히 ‘고수익-고위험’의 이머징마켓이었던 것이다. 태국이 불안하니 인도네시아와 한국 역시도 불안했던 것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엑소더스(exodus)를 한 것이다.
그래도 한국은 태국과 다르지 않느냐? - 그건 우리의 변명일 뿐이다. 세계는 우리를 그렇게 보지 않았다.
이는 1994년 불어 닥친 멕시코의 금융위기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 멕시코와 아무 상관없는 아르헨티나도 멕시코의 금융위기에 휘말렸다. 멕시코에 비해서는 비교적 건전한 경제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다. 한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남미에서 엄청 떨어진 우리들의 눈에는 멕시코나 아르헨티나나 같은 남미국가이며 같이 ‘고수익-고위험’의 이머징마켓의 나라일 뿐이다. 그러니 남미의 한국가가 불안하면 좀더 안전한 남미국가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필요이상의 불안심리는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짐을 싸서 서둘러 빠져나갈 뿐이다.
반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호주의 경우는 커다란 타격을 받지 않았다. 호주의 경제가 미국이나 독일만큼 큰 규모도 아니었으며, 외국자본의 의존도도 상당히 높은 나라다. 게다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아시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밀접한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히려 아시아 금융위기가 큰 기회로 작용하여 당시 호황을 누렸다. 그 이유는 호주가 MSCI나 FTSE나 모두 선진국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머징마켓에 속해 있다는 것, 이게 바로 1997년 말에 터져버린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의 핵심이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는 여전히 선진국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훨씬 더 위험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어느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이라도 투매로 이어져 다른 이머징마켓에 속한 국가에게도 치명타를 남길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 세계 금융시장이 점점 더 개방화되고 연결되면서 이러한 파급효과는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불안심리의 정도와 그리고 그 불안심리의 희생양들이 어떤 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 그 국가의 명운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우리는 합리적이고 분별력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멍청하고 합리적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MSCI와 경쟁관계에 있는 FTSE가 우리나라를 선진국시장에 편입한 것(실제 편입은 2010년 9월)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MSCI선진국지수에도 2010년에는 꼭 편입 결정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이머징마켓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태국이나 필리핀의 선진적이지 못한 경제정책과 금융시스템에 휘둘릴 위험을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만 알아도 경제가 보인다" 저자 김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