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일상생활의 경제학- 희소성

작성자
김명철
등록일
2006/03/14
조회수
7084

 

경제원리를 알아야 돈의 흐름이 보인다

 

  유학의 영향이 남아서인지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이 이재理財에 밝은 모습을 영 탐탁치 않게 보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나는 어린 아이들이 부동산 거래를 모방해 만든 모노폴리라는 게임(주사위로 하는 보드게임)을 하다가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듣는 모습도 보았다. 초등학생들이 돈(물론 가짜 돈이지만)을 주고받으며 노는 모습이 아이답지 않게 비춰졌던 탓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어릴 적부터 경제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돈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직도 경제교육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미국의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에 초콜릿을 팔고, 휴일에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며, 학교에서 친구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경제 시스템을 몸에 익히고 게임의 규칙을 익히는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는 일도, 장사를 몸소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

  하지만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태껏 경제교육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다가, 갑자기 재테크라는 이름의 과제에 내몰린다. 기초교육 없이 바로 응용과 실전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주식이니, 부동산이니, 금리니, 온통 골치 아픈 숙제들이 쏟아지면서 경제에 더욱 흥미를 잃어간다. 최근의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호감도가 미국 등 서구 나라들은 물론 중국의 젊은이들보다도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게임의 규칙을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세상의 돈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악몽과도 같다.

 

일상의 기적과 희소성의 힘

 

 경제학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는 모든 활동의 작동원리를 알아내는 학문이다. 때문에 수학공식이나 어려운 전문용어로 표현되는 경제학은 이제 다시 쉽게 일상의 언어로 표현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경제학 원리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무엇일까? 이에 답하기 전에 먼저 다음의 문제를 풀어보자. 각 문제의 해답은 모두 똑같다.

 

1. 석유가 물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2. 스타벅스의 커피는 그토록 비싸고 잘 팔리는데, 커피재배 농부들은 왜 가난할까?

3. 국산영화의 흥행은 잘되는데, 영화를 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사정은 왜 넉넉하지 못할까?

 

  석유가 물보다 비싼 이유는 석유가 인간에게 더 소중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희소”하기 때문이다. 이는 초등학생도 짐작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문제는 어떠할까? 커피를 재배하는 데는 특별한 기술과 자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커피가 아무리 고가로 잘 팔린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이 커피재배 농부들에게로 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즉 대부분의 이익은 스타벅스 매장이 위치하고 있는 희소한 토지의 주인에게 흘러간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한국영화가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희소성을 가진 톱스타, 배급사, 극장주에게만 대부분의 돈이 흘러가는 것이다.  

 

보이는 손의 한계

 

  이처럼 경제적 역학관계의 근본적인 원리라고 할 수 있는 소위 “희소성의 법칙”은 인위적인 정책으로도 바꾸기 어렵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웨이터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일하는 접시닦이에게도 팁을 주어야 공정하다고 생각해 이를 법으로 강제한다고 하자.

 

그리하여 접시닦이의 급여외 소득이 증가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접시닦이 직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하락한다.

그렇다고 급여하락으로 음식점 주인이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의 높은 이윤은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초래하여 결과적으로 음식값 인하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접시닦이에게 팁을 준다고 해도 변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정부가 최종적인 결과를 따져보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정책을 입안한다면,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정책의 변화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엉뚱하게 한정된 자원의 소유자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수많은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게임을 지배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희소성”의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 주변에서 돈의 흐름은 그 희소성의 힘이 발휘되는 곳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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