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의 사무실에 70억원대의 유류분 반환소송을 제기당한 한 의뢰인이 찾아왔다. 그 의뢰인은 부친을, 돌아가실 때까지 봉양하였고 부친의 땅을 경작하다가 상속받았는데, 개발로 인해 그 지역의 지가가 많이 상승하자 부친께서 살아계실 때는 찾아뵙지도 않던 형제자매들이 자신을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에서 특정 상속인이 반드시 상속받아야 최소한도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이다. 우리 민법의 상속제도를 보면 유류분과 같이 다소 생소한 용어가 존재하여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아마도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은 ‘누가 얼마만큼의 재산을 상속받는가’라 할 것이다.
첫 번째로, 상속인과 상속분은 유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의 법제는 원칙적으로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재산을 가진 피상속인은 마음대로 자신의 재산을 상속할 자를 선택하고, 얼마의 재산을 상속시킬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러한 상속의사를 표현한 것이 유언이며, 유언은 법률상 일정한 방식을 갖추어야 유효하게 성립한다. 이러한 유언에 의해 피상속인은 자신의 자녀들 중 어느 한 명에게만 모든 재산을 상속시킬 수도 있고, 자녀가 아닌 타인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상속인과 상속분은 법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피상속인의 유언이 없을 경우, 상속인과 상속분은 민법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관해 민법은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다.
제1000조 (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위 규정에 의해서, 먼저 피상속인의 자녀들과 손자녀들이 상속인이 되고 이들이 없을 경우 피상속인의 부모, 조부모가 상속인이 된다. 다음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그 다음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된다. 여기서 방계혈족이란 형제자매의 자녀들과 손자녀들을 말한다. 그리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될 경우에는 그 상속인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 상속인이 없는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민법 제1003조).
이와 같은 법정상속의 경우 상속분은 다음과 같은 민법규정에 의한다.
제1009조(법정상속분)
①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한다.
② 피상속인의 배우자의 상속분은 직계비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비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하고, 직계존속과 공동으로 상속하는 때에는 직계존속의 상속분의 5할을 가산한다.
세 번째로, 상속인의 상속의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유류분이다.
만일 피상속인이 특정 자녀나 타인에게 모든 재산, 또는 대부분의 재산을 상속시켰을 경우에, 법정상속인이 될 자격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한 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일까? 피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특정인에게로의 편중 상속을 방치하게 될 경우에는 재산을 전혀 상속받지 못한 법정상속 자격자의 생활 영위가 어려워질 수가 있는데,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법정상속 자격자의 상속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유류분이다. 즉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의사로도 변경할 수 없는 최소한도의 법정상속분을 보장해주는 제도인 것이다.
제1112조(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 상속인의 유류분은 다음 각호에 의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2.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3.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4.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위 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류분권자는 직계비속과 배우자,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에 한정된다. 그리고 각 유류분권자의 유류분에는 차이가 있다.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온 의뢰인은 부친으로부터 모든 재산을 상속받았으나, 다른 형제자매들로부터 각자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씩에 해당하는 유류분반환청구를 받게 된 것이다(위 의뢰인의 경우 부친을 봉양한 댓가로 기여분이라는 제도를 주장할 수 있으나 사안이 복잡해지므로 이는 논외로 하고 다른 기회에 설명하도록 한다).
넷째로, 상속이 이루어진 후에 상속자들간의 합의로 상속인과 상속분을 다시 정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상속인의 의사나 법에 의해 상속인과 상속분이 결정되고, 유류분에 의해 상속재산의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상속이 완료되는 과정이나 완료된 이후에 상속인들 간의 합의에 의해서 상속인과 상속분을 다시 결정하는 것도 재산처분의 자유에 의해서 허용된다.
예컨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출세한 형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모님을 봉양한 아우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양도할 수도 있고, 부유한 동생이 경제적으로 곤란한 형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양도할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상속은 아니지만, 이러한 재산의 양도 합의에 의해서 궁극적으로 상속이 완료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형제들 간에 상속을 둘러싸고 법정분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의좋은 형제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되는 집안’이고 이렇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피상속인이 자식들을 키운 보람을 느끼며 편히 잠들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