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물가, 투자의 기회인가 적인가

작성자
강경민
등록일
2010/03/04
조회수
7290

물가는 물건 가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신문에 등장하는 물가는 조금 더 광범위한 개념의 의미다. 사전적 의미로는 ‘소비재 또는 생산재와 같이 특정의 범위에 속하는 상품의 가격을 종합, 평균한 것이 소비재 또는 생산재 물가 이며, 이들을 합쳐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전 상품을 종합적으로 본 것이 일반 물가이다’라고 되어 있다. 쉽게 이야기 해서 우리가 물가라고 지칭하는 용어의 의미는 여러 물건들의 가격의 평균적인 개념의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가에 관련된 정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익률을 결정 짓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하며,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가계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美 근원소비자물가 27년만 에 첫 하락

(연합뉴스 경제 2010.02.19)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27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근원 소비자물가는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품목의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저히 낮은 상태임을 보여준다.

 

 

물가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국가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짐바브웨’라는 국가인데, 물가 변동폭이 너무나 커서 물건을 사러 가기 전과 사고 나서의 가격이 다를 정도(한때는 물가 상승률이 1,000만%를 넘어서기 함)라고 한다. 맥주 한잔 마시기 위해서 지폐 3천장을 내야 하며, 빵을 사거나 우유를 사게 되면 돈을 자루에 넣어서 가져가야 한다니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inflation: 초 극단적인 물가상승률-1946년 헝가리에서 4200조%의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대표적인 케이스)의 문제점이 잘 나타나고 있는 국가라 할 수 있다. 짐바브웨의 경우 사실 정책상의 오류로 인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짐바브웨의 무가베 정권은 외국인들과 외국기업들로부터 농지와 보유주식을 강제로 빼앗고 기업들을 옥죄이다 보니 기업들의 줄 도산으로 인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서 초과 수요가 발생해서 물건들의 가격이 급증하게 된 경우다.

 

최근 북한의 경우에도 이런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만성적인 물자 부족현상으로 인해서 화폐가치의 하락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화폐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은 구매력이 감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쌀 한가마니에 10만원 하던 가격이 20만원으로 상승하게 될 경우에는 쌀의 가격이 올랐거나, 화폐가치가 변동해서 과거의 10만원이 현재의 20만원 수준으로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북한은 정치,경제 시스템의 문제점에서 발생된 장기간에 걸친 극심한 새산력 저하로 인해서 상품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유통망까지 붕괴되면서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의 5번째 화폐개혁의 배경에도 이런 현상들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다. 일제 시대 말기에 일본이 2차대전의 패색이 짙어지자 귀국 자금 조달을 위해 막대한 지폐를 남발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시중에 너무나 많이 풀린 돈으로 인해서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지는 현상이 발생했었다. 1945년 8월 한달 동안의 통화량 증가율이 70%에 달했으며, 이후 2년 간 물가가 부분별로 20~70배 가까이 폭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 분위기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지속된 물가 상승, 특히 생필품에 집중된 물가 상승은 서민 경제를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서민경제 차원에서는 물가 상승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감이 왔을 것 같고, 이쯤에서 물가와 투자와의 관계를 생각해보기로 하자.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구매력이 감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 한가마니에 10만원 하던 것이 20만원이 되게 될 경우 물가 상승률은 100%가 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 이자가 5%라고 본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것 보다 쌀 한가마니를 사 놓는게 훨씬 이득이다. 따라서 물가 상승기에는 실물자산 투자가 선호되는데, 대표적인 실물 자산이 부동산이다. 실제로 과거 한국의 사례를 보게 되면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의 경우 상승을 하고 주식의 경우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물가 상승의 폭이 컸고,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실물 자산 가격들이 급등하는 사례들이 목격 되었었는데, 부동산과 미술품 가격의 상승 현상이 물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반대로 물가가 하락하게 되는 경우(디플레이션)에는 실물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현금 보유나 금융자산 보유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물가에 있어서 비교가 되는 기준점 중에 하나는 금리가 될 수 있다. 시중 금리가 얼마나 높은가의 문제가 물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열쇠가 될 수 있는데, 과거 60~70년대에 대출을 받아 강남에 땅을 샀다 한들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만큼이나 금리가 높았기 때문에 별 재미를 못 봤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손해를 봤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역시 정책상으로 물가를 조절하기 위해서 금리를 이용하는데,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서 물가가 오른다고 하면 금리를 올려 은행권으로 자금을 흡수해서 유동성을 줄이고, 반대로 시중에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경제가 위축된다고 판단이 되면 금리를 내려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식의 경우에는 물가 상승률이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큰 편이다. 물가 상승률이 높을 경우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정부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고, 주식 투자 수익률이 금융상품의 이자 수익(예금이나 채권 등) 보다 적을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자금을 유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완만한 물가 상승은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경제성장률이 10%대에 육박하면서 물가가 높았던 시기보다,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하락하면서 완만한 물가 상승을 지속할 때의 주식시장 상승률이 절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를 목격할 수 있다. 2004년 이후 한국 증시의 대세상승기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은 결코 높지도 않았으며 낮지도 않은 수준이었는데, 증시는 2천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물가는 이렇게 투자에 있어서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신문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용어상 혼란을 제법 불러오는 용어 중에 하나다. 아래의 기사들을 한번 참고해 보자.

 

 

한국 GDP 2년 연속 ‘1000兆시대’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명목 GDP가 1050조원으로 2008년의 1024조원보다 26조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실질성장률 속보치 0.2%에 GDP 디플레이터를 감안한 것이다. 이어 올해는 5%가 넘는 실질 경제 성장이 예상돼 GDP가 1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헤럴드경제, 2010년 2월 2일)

 

 

기사만 보면 GDP디플레이터(GDP deflator) 라는 것이 물가와 관련된 용어라는 것 조차 알기 어렵게 되어 있다. GDP라는 용어도 익숙치 않은데 ‘디플레이터’라는 용어가 어색하긴 하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으로 물가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보면 된다.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에 환율 효과나 임금 효과까지 감안한 지수다. 아무리 명목GDP가 올라도 GDP디플레이터가 높게 나오면 실질적인 GDP성장률은 낮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한 국가가 경제활동을 해서 전년 대비 10%의 명목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GDP디플레이터가 10%가 나오게 되면 실질 경제성장률은 0%가 되는 셈이다. 성장은 했지만 그만큼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제자리라는 의미다.

 

 

선제적 출구전략 압력 커질듯

한국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식료품의 가중치가 13%에 불과하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의 가중치는 대체로 20~30%대 이상이다. 따라서 식료품 가격이 오를 경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도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일경제, 2010년 2월 2일)

 

 

이번에는 근원인플레이션이라는 말로 기사에서 물가의 의미를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 근원 인플레이션 또한 사용 빈도가 높은 물가 관련 용어다. 근원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은 소비자물가지수에 가깝지만, 가격변동이 심한 항목들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지수라고 보면 된다. 위의 기사에도 언급하고 있지만 ‘에너지와 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농산물, 가솔린, 경유, 등유, 도시가스 등의 경우 가격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물가를 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 있는 항목들이 빠져 있고, 특히 이들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경우 개인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 차이가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 생활을 잘 반영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외부 충격에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을 제외한다는 점에서는 통화정책 운용에 참고하기에는 좋다고 한다.

 

 

‘리플레이션’ 시기엔 철강·에너지주 주목하라

지난해 금융위기가 일어난 이후 세계 경제는 흔히 디플레이션(Deflation)과 리플레이션(Reflation)의 대결에 비유돼 왔다.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리플레이션은 경기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넘어가는 국면을 뜻한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진입한 단계는 아니다.

(중앙일보, 2009년 6월 2일)

 

"내년 리플레이션 우려..채권투자 매력적"

피델리티 멀티에셋내비게이터 펀드를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 트레버 그리섬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현재의 경기 둔화 및 인플레이션 감소의 특성을 보이는 리플레이션 (reflation) 단계에서는 채권이 비교적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아경제, 2008년 12월 23일)

 

 

마지막으로는 물가 자체로만 쓰이는 용어가 아니라 경제 상황과 맞물려서 쓰이는 용어를 살펴보자. 경기침체하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한다. 디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2008년에서 2009년에 신문 지면을 가장 많이 채웠던 단어이기도 한데 인플레이션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더 안 좋게 보는 것이 디플레이션이다. 물론 디플레이션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기로 인한 디플레이션의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악이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침체기에서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이야기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최근의 출구 전략과 더불어 그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향후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사례가 있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 있는데,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상승하긴 하지만 상승률이 둔화되는 과정이나 정책적으로 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경제보고서나 증권사 보고서에는 가끔 등장하는 단어다.

 

위의 신문에 나왔던 리플레이션의 경우 국가가 디플레이션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통화공급을 확대하고 금리를 인하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물가 상승이 이어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금융 위기 이후 진정된 위기 국면에서 국가들이 출구전략을 논하기 전후의 시점을 리플레이션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게 되면 경기 불황기에서 정책적으로 통화를 공급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최악의 투자심리를 지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채권, 주식, 상품 등의 순서대로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가’라는 단어 하나만 가지고도 사실상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 경제정책, 서민경제, 투자 등에 이르기 까지 물가가 미치는 영역은 상당히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물가라는 개념을 막연하게만 연상을 하고 있고, 물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한번 물가에 대한 개념 정리를 간단하게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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