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10년 투자펀드, 문제 많다.

작성자
심영철
등록일
2010/02/24
조회수
10894

가치주펀드하면 언뜻 떠오르는 펀드는 십중팔구, ‘10년투자펀드’일것이다. 이 펀드가 유명해진 데는 CIO인 이채원 부사장의 영향이 컸다. 그는 한국의 워렌버핏이라고 불릴 만큼 가치투자의 전도사 역할을 해 왔고 펀드 출시 당시에 상당한 지명도와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또, 한국투자증권(구 동원증권) 팀장 시절 발군의 운용능력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10년투자펀드 이전에는 신영투신운용의 마라톤펀드, 템플턴투신운용의 그로쓰펀드 등이 대표적인 가치주펀드로 통했다. 한국밸류운용의 전사적인 노력과 모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전폭적인 지원 등의 덕분에 국내 최대 가치주펀드가 되었고 지금까지 최상위권의 좋은 운용 성과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너무 높은 펀드 비용이다. 연 보수가 2.84%에 달한다. 이는 주요 액티브펀드의 연 보수인 2.5%보다 높고, 패시브펀드(인덱스펀드)의 그것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 경쟁펀드인 마라톤펀드(연 1.55%)와 비교해 보면 바가지 비용을 부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과가 마라톤펀드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다.

여담이지만, 필자가 아는 두 재테크 담당 기자가 있다. 한 명은 10년투자펀드에 올인했고 또 한 명은 마라톤펀드에 많은 비중을 실었다. 전자는 고점에 들어가는 통에 상당한 손실과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후자는 아무리 따져봐도 마라톤펀드가 무난(?)해 보여 가입했고 안정적인 운용에 만족한다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환매 제한이다. 요즘에는 환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펀드들이 많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펀드 가입 후 3개월이 경과하지 않은 시기에 환매를 하면 만만찮은 환매수수료를 물게 된다. 대체로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떼어가고 나머지인 30%와 원금을 돌려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동 펀드는 장기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분하에 최대 3년까지 환매수수료를 물게 한다.

 

환매제한기간

365 일 미만

730 일 미만

1095 일 미만

환매수수료율

이익금기준의 70%

이익금기준의 50%

이익금기준의 30%


또 문제점은 있다. 동 펀드의 코스닥 종목의 편입비율은 2009년 8월 3일 기준으로 33.12%에 달한다. 유형평균 4.81%와 비교해도 지나친 편애를 느낄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코스닥 비중은 지나친 감이 많다. 현재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의 그것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말 가치주가 코스닥에 그다지도 많단 말인가?

어제 조선일보 경제면에 ‘작년 덜 오른 가치주 올해엔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내용은 이채원 부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속이 보여도 많이 보였다. 올 들어 한국밸류운용의 성적이 탁월하다는 팩트(?)도 알려 주었다. 그런데 지금이 몇 월인가? 고작 2월이지 않은가? 꼴랑 1달 보름 남짓한 기간의 수익률을 갖고 이런 기사를 쓰면 말이 되나? 특히 동 기간 코스닥의 움직임이 좋았던 점도 감안해야 한다
.

그리고, 동 펀드의 편입 종목을 매매해 본 결과 대체로 거래량이 지극히 적어 비싸게 사고 싸게 팔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 펀드의 펀드매니저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지금은 편입에서 제외되었지만 한 때 10%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한일철강의 사례가 눈에 띈다. 상장주식수가 204만주에 불과해 하루 거래량이 1천주를 못 넘길 때도 많은데, 10%의 주식을 단기간에 처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단기간에 처분했고 주당 매도가가 1만원도 되지 못했다. 과거 몇 년간 3~4만원대의 고가를 유지했을 때 처분하지 못한 것은 기업 분석 능력과 운용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고수 투자자들은 동 펀드가 편입하는 종목은 매매하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동 펀드가 사기 시작하면 전량 팔아 버리기도 하는데, 그들은 한 목소리로 동 펀드가 들어오면 수급이 망가지기 때문에 재수가 없다고까지 했다. 필자도 2년 이상 관찰해 본 결과 그 말들이 일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06년 4월에 펀드 운용이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2007년으로 보아 실질적인 환매는 아직 없었다고 판단된다. 환매제한 3년이 지나면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환매를 신청하게 될터인데 아마도 2010년에 본격적인 환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환매가 없었기에 좋은 성적을 유지했는지 아닌지 그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동 펀드는 워렌버핏식의 가치투자를 한국에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고 펀드 투자자들에게 친절한 펀드 운용 보고서를 제공하는 등 펀드 투자 대중화에 큰 영향을 끼친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위의 문제들을 검토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심영철 /‘통장의 고백’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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