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먹거리를 재테크와 엮어서 한 말씀 올립니다.
며칠 전 출근 무렵에 직장동료로부터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작은 딸내미가 갑자기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정시출근이 힘들겠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음식물에 기인한 자잘한 병으로 자주 병원을 드나들던 터라, 이번에도 역시 그러려니 합니다.
저는 삼사 년 전 어떤 계기로 인해 먹거리에 대한 다소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즉, 음식은 생명유지를 위한 근원이다.
나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음식을 남기지 않고 섭취한다.
이 음식의 씨앗부터 성장, 가공, 생성, 순환 과정을 모두 이해한다.
그리하면 음식이 단지 음식이 아니라, 땅과 물과 불, 공기, 바람과 햇빛, 이와 함께 공존하는 미생물,동식물 까지도 가세하여 잉태된 것임을 알게 되어 생명의 연기(緣起)순환법칙을 이해하게 되니 당연히 모든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음식을 그냥 적당한 필수영양과 칼로리의 섭취대상물일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진 않으며, 자신의 소득과 맛의 욕구에 이끌려서 먹습니다. 자기가 먹는 이 음식이 얼마나 오염된 땅에서 났는지, 맹독성 농약/제초제에 찌들고, 화학비료와 각종 가축항생제, 성장촉진제, 방부제 등으로 찌들은 음식인지조차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혀에 달콤하고 눈에 보기 좋고, 코에 향기롭기만 하다면야 기꺼이 지갑을 열곤 합니다.
이런 무관심은 급기야 농부의 농사법을 변화시킵니다. 즉 전통적인 방식인 자연과 생명의 이치에 맡겨서 먹거리를 지어내는 생태적 자연농법이 아니라, 보다 많이, 보다 크고, 더 보기 좋은 것을 기계적으로 길러내는 근대식 관행농법이 성행하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가끔 도시를 벗어나서 지방의 시골길을 무작정 걷는 도보여행을 즐깁니다. 발길 닿는 대로 들녘을 쏘다니며 농작물과 땅을 유심히 바라보곤 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논밭의 흙을 한 움큼 집어서 살펴보면, 대개의 땅은 이미 생명력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자잘한 벌레나 지렁이는 구경하기가 힘들고, 흙의 입자는 가루처럼 부서지고, 화학약품의 냄새가 납니다. 즉 산성화 된 죽은 땅이 된 것입니다.
더욱이 이렇게 억지로 쥐어짜듯 생산된 농작물은 가공, 유통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온갖 합성화합물로 뒤범벅 되어 지고, 방부제로 오염되고, 심지어는 가정주방에서 플라스틱과 화학 코팅된 주방기구의 조리과정을 거쳐서 우리 뱃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인간이 오로지 편리함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빚어진 비극입니다.
이런 음식을 먹고서야 인간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질 리가 없습니다.
잘못된 음식물의 섭취와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해치면 추가로 의료비가 들어갑니다. 심한 경우 소득의 감소로 연결이 될 수도 있고, 소득의 감소로 더욱 값싼 것을 찾게 되고… 이런 악순환의 윤회를 거듭합니다.
이 모든 악순환 현상은 우리 인간의 無智와 無明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눈을 감고 그때 그때의 욕구에 이끌려 살아가고 있음에도 정작 이런 상태를 본인이 모르고 있고,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릅니다. 오로지 모릅니다. 佛家의 수행법 중 하나가 [선정바라밀 : 고요히 자신의 상태에 깨어있음] 인데, 쉽게 무지와 무명에 빠지는 우리 중생들을 겨냥한 가르침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직 효율성과 규모를 추구하는 현재의 인간문명은 돈(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하는 우리 인간들의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가면 갈수록 돈의 힘이면 인간의 모든 욕심을 채울 수 있으니, 당연히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틀에 갇혀있기 때문이지요. 아니, 우리는 갇혀있는 줄도 모를 겁니다.
갑자기 農者天下之大本 [농자천하지대본] 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 단어조차 작금의 모든 농촌에게 적합한지는 과연 의문입니다만, 농부들 말고도 이젠 도시인들도 이 단어를 깊이 새겨야 합니다. 땅이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수 없습니다. 인간도 짐승도, 새와 벌레, 미생물, 풀, 나무, 심지어는 바닷속 생물들도 근본적으로는 땅에서 비롯된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모두에 언급한 음식물로 인한 우리의 각종 질병은 음식물에 대한 무지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그나마 성분표시의무제, 원산지 표기, HACCP, 각종 품질마크 등으로 최소한의 방어는 되고 있지만, 제 기준에서는 아직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장 자주 먹는 ‘빵’의 유해성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주성분은 ‘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밀가루의 99%는 수입산입니다.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산인데, 걔네들은 생산단계에서 내국인용과 수출용으로 나눕니다. 수출용은 파종에서 수확단계까지 더 많은 농약과 제초제를 살포합니다. 질보다는 높은 생산성 때문이죠. 게다가 습기 찬 화물선을 타고 (외관상)변질 없이 태평양을 건너오려면 다량의 방부제와 살충제를 투입해야 합니다.
언젠가 수입밀과 우리밀을 비교한 안정성실험이 있었는데, 수입밀의 바구미나 바퀴벌레는 모두 순직(?)하셨다고 하더군요. 이쯤이면 수입밀은 밀가루가 아니라 독가루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독가루를 빵집에서 가공하는 단계에서는 고혈당 및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정백당을 다량 혼합합니다. 이 뿐입니까? 화학성분 유화제, 성장촉진제와 항생제에 찌든 닭이 낳은 무정란, 합성착향료, 안정제 등… 성분을 알고서는 도저히 먹지 못할 쓰레기들을 빵에 집어 넣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른들이 먹어도 탈이 날수밖에 없는 것들을 우리 어린 것들에게 먹이는 것은 무지가 빚은 죄악입니다. 그래도 식사대용으로 간편하고 싼 맛에 길들여진 습성을 포기하기는 힘들죠? 이것 또한 우리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부지불식간에 따라가는 까르마입니다.
까르마의 노예로 살아도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과보는 받아야 합니다. 과보 조차 거부하면 더욱 삶이 비참해 집니다. 달게 받는 것이 그나마 나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비단 밀가루 뿐이겠습니까? 우리의 주식인 쌀이나 콩류, 과자, 축산물, 어패류 등도 밀만큼은 아니라도, 그 속내를 알면 식겁할 만한 점이 많습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건강한 먹거리이고,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겠느냐?
제일 좋은 것은 오염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기가 먹을 것을 직접 지어 먹으며, 자연이 주는 것들만 주로 활용하고, 쓰고 남은 것은 자연으로 제대로 되돌려 주는 것입니다. 즉, 자급자족, 생태적 삶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막연하지요? 이러한 삶을 살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제 명이 다하는 날까지는 건강하게 살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모네타 회원님들이 이런 삶을 선택하기는 ‘미션임파서블’ 일겁니다. 지인 중 그걸 해낸 분을 몇몇 압니다만 아주 드물지요. 머지않아 저도 그런 삶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럼 차선은 무엇일까요? 위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만든 음식물을 구해먹는 것입니다. 적어도 먹거리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지은 것을 구해먹는 것이 우리 도시인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생협(icoop.or.kr), 한살림(hansalim.or.kr), 초록마을 (hanifood.co.kr), 올가(orga.co.kr) 등등이 이런 친환경먹거리를 취급하는 곳인데, 저는 생협같은 비영리조합의 먹거리를 더 신뢰합니다. 기업은 주주의 이윤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생산자나 구매자보다는 회사의 이익에 휘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더욱 싸게 공급받아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려는 구조를 가질 수 밖에 없으니, 저비용고효율시스템이 야기하는 품질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합은 생산자, 소비자(조합원)가 자기들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조합비를 내면서 유지되는 비영적단체이므로 존재의 목적이 생산자와 구매자의 이익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생협을 이용해본 결과, 겉보기는 그리 화려하고 빛나진 않아도, 품질과 성분, 위생 면에서 실망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무항생제, 무농약, 중국산배제 , 무합성첨가물 등을 추구하는 것 등이 믿을 만 하더군요. 제가 가끔 끼니로 때우는 빵류도 100% 우리밀인데다, 그 빵의 여타성분들 또한 믿을 만 해서, 오히려 제 자잘한 고질병이 사라지는데 일조했습니다. 일년에 한두 번은 이런 저런 질병으로 다니면서 쓰던 의료비보다는 조합비가 훨씬 싸게 먹혔으니, 건강도 챙기고 의료지출도 줄이니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군요. (참고로 저는 위 업체 관련자들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쌀을 포함하여 27%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쌀을 제외하면 10%도 안 된다고 하니, 만약 국제적 메이져식량회사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횡포를 부리려고 작정한다면 우리나라쯤은 앉아서 굶어 죽을 판입니다. 핵이나 금융위기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대란이 불가피 합니다. 이런 위기의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닙니다. 바로 우리먹거리에 대한 무개념인 있는 우리 자신들이지요. 주말이 되면 가족들 위한답시고 관광지나 놀이동산, 문화시설에만 쏘다니지 마시고, 우리의 농어촌을 두 다리로 걸으면서 몸으로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우리 땅의 위기와 밥상의 위험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 TV, 핸드폰은 없어도 살수 있지만, 식량 없이는 아무도 살수 없습니다. 자기네 나라도 굶는 판에 남의 나라에 식량을 팔만한 착한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머지않아 쌀 한 포대를 자동차 한대와 맞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런 날이 분명히 옵니다. 결코 방심하지 마십시오. 그런 날이 오면, 여러분이 지금 적립해둔 펀드 1억원으로 한 끼니조차 못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먹거리와 우리 땅의 가치가 우리들이 집착하는 돈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음을 알려드렸습니다. 경인년 설부터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셔서, 돈만 키우는 재테크의 허망함을 깨달으시고, 우리의 생명을 건강하게 키워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