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미군이 용산에 기지를 세운이유

작성자
조혜경
등록일
2006/07/19
조회수
26639

<용산이 꿈틀거린다.>

 

30여 년 전의 용산에 대한 기억이 있다. 10살 전후한 나이였던 필자는 엄마를 따라 차를 타고 용산에 있던 교회로 예배를 보기 위해 한동안 다녔다. 미군기지가 왜 거기에 있어야 했는지 분단의 아픈 역사를 잘 알지 못하였던 어린 눈에는 마치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었다. 이국적인 국기가 걸린 대사관과 담이 높은 주택들이 있고 당시의 눈으로는 납작하고 크게만 보이던 외제차량들과 만화영화 ‘ 캔디’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금발과 벽안의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 신기한 곳이었다.

 

30년 전의 남영동, 삼각지 그리고 서울역 등 그 일대는 지금처럼 노후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곳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남 등 다른 지역들이 변화의 흐름을 타고 개발되는 동안 미군기지의 주둔으로 용산은 경부선·경의선 철도에 고속전철(KTX)까지 지나는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췄음에도 발전이 상대적으로 느린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가파르게 타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이란 호재를 타고 용산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서울 삼각지에서 한강대교 쪽으로 가는 길에 보면 한강로 국제빌딩 뒤로 커다란 건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바로 분양 당시 청약증거금만 8조가 몰려 화재를 낳았던 43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시티파크’다. 아파트 629가구, 오피스텔 141실에 25만명이 청약 신청을 하였었고 분양 직후엔 프리미엄이 한때 5억원까지 올라가기도 했었다. 또한 인근에 ‘파크타워’가 들어서 변화된 용산 지역의 스카이라인을 예상해볼 수 있게 한다.  

 

용산은 단순히 미군기지 이전만이 호재가 아니라 앞으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연결시키는 신공항철도와 연계는 물론 용산 역사는 북한과 관계개선으로 경의선이 복구된다면 북한과의 연결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신분당선까지도 연결될 예정이라 명실상부하게 ‘남북은 용산으로 통한다’ 란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랄 수 있게 국내 최고의 교통 요충지로 거듭나게 된다.

 

미군기지가 떠난 자리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약간 다른 견해를 보이나 결국 그 부지의 대부분이 뉴욕의 허파라 불리는 센트럴파크처럼 쾌적한 도심공원이 조성될 것이다. 서울 도심 81만평 땅이 공원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서울 시민에겐 분명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은 경쟁력이 높은 세계 속의 국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중장기 비전으로 도심과 여의도 상암과 마곡, 용산 그리고 강남을 잇는 국제 업무 거점을 만들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용산에 100층 높이의 건물과 외국인들을 위한 오피스텔이 들어서며, 낙후된 강북과 강남의 균형을 꾀하기 위하여 발표된  유턴 프로젝트는 은평~아현~용산~뚝섬~왕십리로 용산이 한층 각광을 받고 있다.

 

디자이너인 앙드레 김의 어투를 흉내 내자면 그야말로 “용산의 앞날은 환타스틱하다.”

 

서부 이촌동도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용산을 대표하는 주거단지라면 단연 동부 이촌동이다. 그런데 바로 옆의 위치한 서부 이촌동은 동부 이촌동과는 거리가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보이지 않는 격차가 있었다. 철도차량정비창으로 인해 서부 이촌동의 주거 여건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해결된다. 정부는 KTX를 건설하면서 발생한 건설부채 중 철도공사가 떠안고 있는 4조5000억원의 일부라도 해결할 수 있도록 용산 철도차량기지를 개발할 예정이라 한다. 개발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철도차량정비창 주변 지역을 상업지로 전환시켜 용적률 600~700%로 개발하면 2조~4조원의 개발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전체 14만4000여 평 중 10만7000여 평을 철도공사가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서울시 소유이므로 충분히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이처럼 용산은 남산과 한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뛰어난 지형적 특징과 교통의 요충지란 특성에 발표된 여러 개발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고급 주거 시설과 업무시설이 혼재된 지역으로의 변모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여 철도차량정비창 주변의 서부 이촌동의 노후빌라 지분의 평당 가격이 현재 5천만원을 넘어서고 매물도 없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게다가 2003년 말에 뉴타운으로 지정이 되었던 주변의 한남동, 보광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서빙고동 등도 9월 발표될 예정인 재정비 지구 지정 기대감까지 끼어들어 용산 일대는 도무지 조정이란 것을 모르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다.

 

용산은 각종 지원과 수혜를 받는 곳이라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맨해튼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의 입장이라면 제시된 청사진만 그대로 믿은 채 여전히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것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울시와 철도청이 철도차량정비창 이전에는 합의를 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전 부지와 이전 비용 조달 부분에 대한 발표가 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올 연말 이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만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용산은 지구단위계획이 발표된 것일 뿐이란 점도 다소 걸린다. 지구단위계획이란 것은 강제성이 없다. 개발을 용이하도록 돕기 위해 각종 복잡한 규제를 철패하고 완화시켜주고 용적률이나 건폐율을 높여줄 수는 있는 것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개발의 주체는 토지의 소유자들이다. 사업계획에 대해 협의 과정과 주민 동의를 거쳐 시행사를 결정하는 것은 토지주라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조합원들 간의 이해득실에 대한 조율이 어려워 청사진을 그려놓고도 시간을 까먹는 경우가 허다하게 되는 이유로 현재 상명여고 부지나 세계 일보 부지 등 의사 결정이 용이한 단일 지주들의 토지가 주로 개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악재는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그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서울 주요 지역의 부동산이 몇 년간 꾸준히 상승을 해왔다. 이로 다수의 관심이 부동산에 쏠려 기대감만으로도 지나치게 올라버린 곳들이 많아 왠만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매입 과정을 거쳐 개발하는 것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도시 계획의 본질은 공공성에 맞추어 발표된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일반 아파트와 고급 주상복합의 가격 상승으로 자금력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고급 주택 공급에 대한 요구가 증가해 있어 처음의 청사진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업무 시설의 비율이 줄고 고급 주거시설의 비율이 늘어날 개연성도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용산 지역만 호재를 지닌 것은 아니다. 비전을 발표하고 건물만 지어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차는 것은 아니므로 상대적으로 경쟁하는 지역의 변화나 개발 속도를 살펴봐야 한다. 경쟁상대로는 서울시가 첨단산업 중심지로 계획하고 있는 93만평의 규모를 지닌 마곡과  상암지역을 들 수 있다. 마곡과 상암 지역은 역시 드넓은 공원과 첨단연구소, 컨벤션센터 국제전시장 국제업무빌딩, 고급 주거지가 결합한 서남권 중심으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 마곡은 전형적인 미개발 지역으로 폐기물 수집장과 허름한 공장, 창고 그리고 논이라 속도의 진척 면에서는 지주들의 동의를 이끌어야 하는 용산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교통의 요충지란 측면에서 마곡과 상암이 약하다지만 이 두 지역간의 거리가 생각보다 짧아 속도가 선점과 직결될 수도 있음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용산이 좋지 않다고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일정보다 조금씩 늦춰질 가능성과 처음의 계획보다 주거시설이 다소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작대교와 도심과의 연결이 필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동작대교와 서울 역을 잇기 위해 미군에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미군은 보안을 이유로 매몰차게 거부해 지금의 동작대교는 서울의 정중앙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량을 분산시켜 차량의 흐름을 좋게 하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동작대교는 효용성이 별로 없는 한강 대교이며 동작대교가 있는 반포와 현충원 주변은 상습 정체구역으로 악명이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미군기지 이전과 함께 주변 지역의 교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한 목적으로 동작대교의 도심부 연장이 검토되기도 하다 공원을 양분하며 가로지를 수도 없고 고가도로를 건설하기도 어려워 보류된 상태이다. 그러나 서울 지역의 원활한 교통 흐름을 감안한다면 비용이 많이 들긴 하겠지만 지하라도 뚫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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