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펀드 투자 방법을 바꿔보자

작성자
강준현
등록일
2010/03/08
조회수
19679

대한민국에 펀드투자 열풍이 분 지도 이제 10년이 지났다. 그 중에서도 적립식펀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투자방식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간접투자의 대표로 상징되는 적립식펀드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보면 많은 부침(浮沈)이 있었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방법들 중에서는 그래도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그것은 다름 아닌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cost averaging effect)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액 분할 투자를 함으로써 매입단가를 평준화하는 것이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의 핵심인데, 이 때문에 목돈이 아닌 푼돈으로도 펀드투자가 가능해졌고 장기투자라는 개념이 일반인에게 전파된 계기로도 작용했다. 증시가 상승할 때는 당연히 수익이 나고, 증시가 하락할 때도 거치식보다는 손실이 적었던 결과를 보여주었고, 박스권 장세에서도 변동성이 큰 경우에는 꾸준히 수익을 내 주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펀드투자=적립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만큼 큰 지지를 받아왔던 투자방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에 의존한 적립식투자에도 약점이 있다. 두 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데,

 

 첫째는, 매월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증시가 과열되어서 기준가격이 높아진 경우에도 무조건 사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펀드의 기준가격은 1,000에서 시작한다. 매월 10만원씩 투자하는 경우에 첫 달에는 1,000원짜리 주식을 100주 사는 셈이 되고, 둘째 달에 기준가격이 800이 되었다면 10만원으로 125주를 사는 셈이 되고, 셋째 달에 기준가격이 1,200이 되었다면 10만원으로 83주를 산 셈이 되는 것이다. 넷째 달에 기준가격이 다시 1,000이 되었을 경우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수는 총 308주가 되어서 8주 만큼의 수익이 나게 되는 것이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의 장점인 것인데, 기준가격이 1,500 또는 2,000이 되어도 무조건 10만원씩 사야 한다는 것은 왠지 좀 억울하다. 기준가격 2,000일 때 산 주식이 계속 올라서 2,500이 된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기준가격이 1,500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는 2,000에서 괜히 샀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낮았을 때 산 것이 오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올랐을 때 산 것이 내리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정액 분할 투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약점이다.

 

 둘째는 적립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매입단가 평준화 효과의 의미가 작아진다는 것이다. 적립금이 100만원일 때 10만원은 비중이 큰 금액이지만 적립금이 1,000만원인 경우에 10만원은 1%의 비중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10만원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매입단가 평준화 효과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물이 가득 담겨 있는 욕조에 차가운 물 한 바가지 부었다고 온도가 눈에 띄게 내려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같은 코스트 에버리징 방법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고안된 방법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방법은 바로 밸류 에버리징 (value averaging)방법이다. 매월 일정한 금액(cost)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가치(value)가 일정하게 늘어가도록 투자하는 것이 밸류 에버리징 방법이다. 무슨 말이냐면, 매월 10만원씩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적립금이 10만원씩 늘어가도록 투자금액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서 이해해 보도록 하자. 이 투자자의 목표는 적립금이 매월 10만원씩 증가해서 4개월 째에는 40만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 달에 10만원을 투자했고 이것이 기분 좋게 상승해서 한달 후에 적립금이 15만원이 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둘째 달에 다시 10만원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적립금 20만원을 맞추기 위해서 5만원만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투자자의 관심은 둘째 달에 적립금이 20만원 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셋째 달이 되었을 때 자산의 가치가 급등해서 적립금이 35만원이 되었다면 투자자는 추가적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표를 초과 달성한 5만원 만큼을 환매를 한다. 왜냐면 셋째 달의 적립금 목표는 30만원이기 때문이다. 넷째 달이 되니 자산의 가치가 하락해서 적립금이 27만원이 되어 있다면 투자자는 13만원을 더 투자해서 넷째 달 적립금 목표인 40만원을 맞추는 것이다. 이처럼 밸류 에버리징 방법은 자산가치가 커졌을 때에는 일부 환매를 해서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자산가치가 낮아졌을 때에는 쌀 때 더 많이 매입하는 효과를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정액 분할 투자방법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출처 : 한국FP협회 FP잡지(雜誌) 1~2월호)

 

 이 같은 밸류 에버리징 방법도 약점은 가지고 있다. 적립금 규모가 커졌을 때에는 환매하거나 추가적립하는 금액의 크기 역시 커지기 때문에 추가적립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환매한 자금을 다른 곳에 어떻게 재투자하느냐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생길 수 있다. 그리고 환매시의 수수료도 고려해야 하고, 밸류 에버리징 방법을 시스템적으로 운용하는 금융기관도 현재로서는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본인이 직접 환매와 매입을 챙겨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다. 게다가 자산가치가 올라가고 있는데 과감히 일부를 환매한다거나, 자산가치가 내려가고 있는데 과감히 추가매입을 한다는 것은 항상 쉽지 않은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인 정액 분할 투자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방법을 시도해 본다는 것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어느 증권사의 광고에 미국이나 유럽도 한때는 이머징 마켓이었다는 카피가 생각난다. 정액 분할 투자도 처음에는 그 효과에 대해서 의문을 가진 사람이 많았겠지만 지금은 보편적인 투자방법이 되었다. 프런티어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밸류 에버리징 방법을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투자자산 전체에 적용하는 것보다는 일부 자산에 시범적으로 운용해 보고 기존의 방법과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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