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종로가 변하고 있다

작성자
조혜경
등록일
2006/08/25
조회수
14099

 

종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이란 국호를 정한 이래 600여년간 우리나라의 정치 일번지 역할을 해왔다. 그에 걸맞게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등 과거의 권력과 영화를 느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인사동과 종로를 잇는 길을 걷다보면 심심찮게 전통 혼례식 재연 등의 거리 퍼포먼스와 이를 구경하는 중국 관광객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일부 음식점은 저녁에 부채춤 등의 전통공연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전통 문화의 일면을 체험하게 해주는 필수 코스이다.

 

서울에서 청소년기와 청년 시절을 보낸 중장년층들에게 종로는, 과거 문화 중심지의 역할을 하였기에 추억이 어린 장소이다. 종로의 극장가에서 영화를 보았던 기억과 더불어 종로의 사설 어학원들에서 외국어 강의를 함께 듣던 친구들과 드나들던 패스트푸드점, 서점, 종로에서 인사동길을 지나 올라가던 정독도서관 등이 아직도 그 자리에 건재한 것을 보면서 그 시절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게 된다. 동시에 살다보니 피치 못하게 소식이 끊어진 친구들의 안부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과거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세월만큼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이 없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 나이 탓이리라.

 

종로는 한국의 얼굴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가

 

냉정하게 한번 생각을 해보자. 과연 왕궁과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적된 종묘 등이 있어 주요 문화재의 보고이기도 한 종로가 그간 세계에 당당히 내놓을 만한 한국을 대표하는 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해왔는가란 물음을 던져보자. 아마도 다수는 '그렇지 않다.'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총 2.8km인 종로 1가에서 6가의 거리에 유동인구 200 만명이 오간다고 생각해 보라. 많은 인파로 가히 '도떼기시장' 시장 수준이었다. 인파만 많은 것이 아니라 폭이 좁은 보도와 울?v불퉁한 보도블럭, 차가 다니는 길인지 사람이 다니는 길인지 구분도 서지 않은 이면도로는 걷기도 힘든데 노점상들마저 그들의 물건들을 어지럽게 쌓아놓고 있었다.

 

사적 제354호인 탑골 공원에는 할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들로 꽉 차 있어 국민소득 15,000불에 걸맞지 않는 한국의 노후 복지 수준이 어떠한가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4월 인근에 노인복지센터가 개관하였다는 것이다. 탑골 공원에서 잡답 등으로 소일거리를 하던 할아버지들이 노인복지센타로 가고 있어 탑골공원에서의 노인들이 서서히 줄고 있다 한다. 아직은 미력하나마 노인 복지에도 서서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또 종각역 뒷편으로는 십 수 년 전부터 동성애자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소문이 도는 모텔 등의 숙박시설들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화재들이 위치한 서울 도심이라고 하기엔 한마디로 '스타일을 왕창 구기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성적 취향의 폄하가 아니라 자녀들을 데리고 역사의 한 면을 접하도록 하기 위해 찾게 되는 궁궐과 인접한 지역에 위치한 건전한 생활기풍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설물의 묘한 대비에 따른 불만이다.

 

건물 역시 수 십 년 된 낙후건물들이 즐비한 탓에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어, 계획도시로서 반듯하게 구획된 강남의 건물들과 길들에 비해 열악하기가 이를 데 없는 전형적인 도심 낙후지역이다. 과거 김두한과 하야시가 패권을 다투기도 하였다던 상업지로서 누렸던 영광을 강남에게 고스란히 빼앗긴지 오래이다.

 

수치로 나타내보면 이해가 한결 쉽다.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23.4%, 차량접근이 불가능한 필지비율도 31%로 얼마나 낙후도가 심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종로가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그런 종로가 1961년 복개공사로 덮었던 청계천을 44년 만에 다시 열어 물길이 돌게 한 것을 계기로 변화하는 지역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우선 새로운 상권이 열리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예전에는 청계고가를 중심으로 명동, 종로, 동대문, 청계상가 등으로 분리되었다. 그러나 기존 상권이 경계선인 청계고가가 사라지자 하나로 통합된 거대상권인 동시에 서울 중심 상업지로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가기 시작했다. 청계천 복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종각역에서 종로2가 주변의 대로변은 물론 이면도로의 상가들이다. 내수 경기가 좋아진다면 이곳들은 대박 상권으로 거듭나리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종로의 상권을 살리고 도심에 쾌적함을 불어넣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종로 4가에 위치한 세운상가의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세운재개발구역 중 현재 사업추진속도가 가장 빠른 종로구 예지동 85 일대 1만평 규모의 4구역은 향후 용적률 850% 이하를 적용받아 최고 35층짜리 건물 5개동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곳에 주상복합아파트와 업무용 빌딩,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인근 2ㆍ3ㆍ5구역과 함께 전체의 녹지 개발계획을 세운 뒤에 도시환경정비(도심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도시환경정비지구로의 지정은 보류된 상태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세운상가와 동대문 운동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대규모 녹지와 복합 문화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인왕산을 파괴하고 지어진 청운 아파트부지와 인근 주택지, 송월동 주택지 전체를 자연 공원으로 복원하는 동시에 홍제천도 청계천처럼 복원될 예정이다. 이는 종로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지역이면서 서울 시민들에게는 휴식처를 제공하고 또,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문화가 어우러진 주거와 상업시설이 혼재된 지역으로 변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게 해준다.

 

최근 세운지구의 착공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모아지자 청계천 복원 전 평당 3천만원하던 대지가 지금은 대략 5천만원 선에 거래가 된다. 대로변은 1억3∼4천만원 정도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청계천변의 중구 황학동과 동대문 상권과 접해 있는 종로구 충신동 일대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몰리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얼마 전 분양을 했던 중구 황학동 재개발단지인 롯데캐슬 베네치아는 서울 1순위서 평균 13대 1의 뜨거운 경쟁률을 보이기도 하였다.

 

또한 청계천 복원을 계기로 서린동에서 창신동의 구간이 '종로 청계관광특구'로 지정되었고, 평동 일대가 서울시 2차 뉴타운 지구인 '돈의문 뉴타운(기존의 교남 뉴타운)'으로 선정됨에 따라 그간의 낙후성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서울시의 노력으로 거리의 풍경도 또한 사뭇 달라졌다. 우선 울퉁불퉁했던 보도블록이 매끈해졌으며, 화강암을 주로 사용하여 고급스러워진 곳들이 눈에 띈다. 미관을 해치던 한전 시설물은 218개 가운데 63개를 철거하고 가로수도 특색 있게 바꾼 것도 보인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종묘대제, 종로보석귀금속축제, 인사동 전통문화축제 등이 개최되는 등 점차 외국인들에게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변모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투자 유의점은 무엇인가

 

우선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가격이 단기간에 치솟았다는 것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종로는 상업지역이 서울의 자치구 중 가장 넓은 곳이다. 상업지는 아무래도 가격이 높아 투자비 마련이 부담스러워 초기 자금력이 없으면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걸린다.

 

상가 비율이 높은 재개발지는 일반 재개발보다 별다른 이전대책이 없는 점포주나 세입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예상과 다르게 지체되면서 사업이 더딜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들로서는 당장의 생계유지가 더 중요한 탓이다. 따라서 상권이 활발한 지역에선 상가를 운영하는 조합원들은 재개발에 소극적이므로 주민 동의 정도와 추진위 승인 등 사업 속도를 살펴야 한다.

 

또한 2004년도에 서울 강북 인기지역 내의 고급아파트로서 분양을 자신했던 풍림산업의 종로구 사직동 주상복합 `스페이스본`이 최근에 잔여물량을 재분양하는 등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사례를 보자. 이를 통해 이들 구역에 지어질 초고층 주상복합은 수요를 얼마나 끌어들일지를 가늠해봐야 한다. 물론 '스페이스본'은 계약금 5%에 중도금 40% 무이자 융자 조건이었다. 자금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단순 투자목적으로 계약했다가 종합부동산세 등이 가시화되자 해약이 늘어난 탓이다.

 

그러나 최근의 세제 정책으로 일부 지역을 제외한 곳은 6억원 이상인 고가아파트는 조망권 혹은 학군 등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이처럼 분양률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음도 새겨두자.

 

정리해보자면 지나친 기대감만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지하철 8개 노선 중 5개가 지나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거주인구 19만명에 유동인구 200만명인 종로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 1번지로 거듭나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젠 우리도 국제적인 지명도를 지닌 도시가 나와야 한다. 동북아의 허브 국가를 지향한다면서도 태국의 푸켓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곳이 서울이었다. 종로의 리모델링릉 통해 오랜 역사의 흔적과 문화가 어우러져 뉴욕의 브로드웨이,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와 어깨를 겨루는 세계 속의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개인적인 희망사항으로 ‘종로’라는 지명은 일제시대인 1913년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 이전의 지명인 ‘운종가'란 명칭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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