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진행되고 있는 세계 경제는 몇 가지 점에서 과거와 다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자산에 의존한 경제> 그리고 <금융에 의존한 경제>다. 어느 시대나 경제 활동에서는 자산이 중요하고 금융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거에는 <자산>보다는 <소득>이 더 중요하고 <금융>보다는 <실물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최근 경제 현상에서 소득보다 자산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은 소득의 증가로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소득이 올라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실물경제보다 금융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은 금융이 실물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 스스로 확대하고, 그 결과로 실물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양자들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이것이 저것을 결정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측면이 강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만약 이런 판단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최근에 일어나는 있는 여러 가지 이상한 경제 현상들을 이런 도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아가서 앞으로 세계 경제에 일어날 이를 이런 도식으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인가?
경제 현상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
경제 현상을 보는 일반적인 시각은 다음과 같다. 한 경제권이 열심히 일을 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러면 이중에서 일부는 소비를 하고, 나머지는 미래의 소비를 위해 저축한다. 여기서 소비란 생산하는 기간 중에 먹고 살아야 할 소비와 사람이 일만할 수는 없으므로 휴식을 위한 소비가 있다. 그리고 저축한 돈은 그냥 금고에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투자된다.
이런 새로운 가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인간 개인 그리고 집단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 노력과 이런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설비 및 기초 시설 그리고 자연의 도움일 것이다. 이런 유무형의 모든 것들을 <자산>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자산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므로 자산은 당연히 값어치를 가진다. 즉 자산은 새로운 가치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는가에 따라서 값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이처럼 자산과 새로운 가치 즉 소득은 서로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이 관련성은 다양한 모양을 가진다. 어떤 자산은 가만이 있어도 가치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면 도로와 같은 것이다. 또 어떤 자산은 다른 자산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 어떤 자산은 한 때 가치를 만들어 내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도 한다. 이때 자산을 가치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처리하는데 비용이 들어가는 부채로 변해 버린다. 때로 자산은 전혀 없던 곳에서 새로 만들어 지기도 한다. 우리는 한 산업의 성장과 소멸에서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한 경제권은 가능한 한 자산에서 많은 새로운 가치 즉 소득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 소득 성장에는 일정한 주기가 있다. 그래서 어느 특정 시기에 한 사회는 자산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가치 즉 소득 이상을 지출 즉 소비와 투자할 수도 있다. 이때 부족한 소득은 해외에서 수입한다.
그리고 한 사회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산을 마련하기 위해서 기존한 자산 또는 앞으로 새로 만들어 질 자산을 기초로 돈을 빌리기도 한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은 그 자산이 이자 이상의 소득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고서 그 자산을 근거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상의 설명을 다음의 그림으로 나타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 그림을 잠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 그림은 한 나라의 경제 활동을 기업의 재무제표를 빌려와서 도식화 한 것이다. 중간 선 위는 대차대조표이고, 중간 선 아래는 손익계산서이다. 위의 그림에 나타난 경제권은 총자산이 1000이고, 이중에는 부채가 300이고, 저축이 700이다. 이 자산 1000를 근거로 매년 소비를 80하고, 투자를 20하는데 이를 이 경제권이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자산에서 새로운 가치를 90만 생산하고 있다. 부족한 10은 수입으로 메우고 있다.
경기가 나쁠 경우 일어나는 일
사실 경기가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기서 경기가 좋다는 말은 자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다. 우리의 관심은 경기가 나쁠 경우다. 여기서 경기가 나쁘다는 것은 위 그림에서 보면 중간 선 아래 왼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즉 소비와 투자활동이 낮아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자리도 잘 늘어나지 않고, 해고가 잦고, 자유업을 해도 돈이 잘 벌리지 않아서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투자도 줄인다. 소비와 투자가 줄면 자연히 생산이 줄게 되어 경제는 불황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심하면 공황이다. 또는 중간 선 아래의 오른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자산의 구성과 자산의 소유구조 그리고 자산의 질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소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실 왼쪽의 수요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비교적 단기에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오른쪽인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는 데는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걸린다.
정부는 당연히 경제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무엇인가 정책을 펼친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금리를 낮추면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는 사람 또는 금융기관의 처지에서 돈을 돌려받을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 무엇인가 믿을 구석이 있어야 한다. 옛날에는 빌려간 사람이 돈을 갚지 못해서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빠지면 정부가 세금으로 이를 해결해 주었다. 그러나 점차로 금융기관이 스스로 이를 해결해야 하는 쪽으로 금융기관의 소유 구조가 바뀌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자산이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나 돈을 빌리는 민간이나 돈이 그냥 갑에서 을로 맨 얼굴로 손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산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돈이 건너가는 것이다. 위의 도식으로 보면 중간선 위 오른쪽의 부채가 늘어나면 왼쪽의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렇게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부자가 된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산을 팔지 않고도 이 자산을 근거로 돈을 빌려서 소비를 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소비와 투자를 하면 생산=소득이 늘어나고 이 소득으로 빌린 돈의 이자와 원금을 갚으면 된다. 돈을 찍어내는 독점권을 가진 정부는 이 시간 차이 즉 미리 돈을 풀고, 풀린 돈이 나중에 생산을 하여 돈과 생산이 균형을 맞추는 일을 잘 조정해야 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만약 돈을 풀었는데 이것이 생산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돈을 풀었는데도 실제로 돈이 민간으로 풀려나가지 않거나 풀린 돈이 경제 영역 전반에 골고루 또는 생산성이 높은 쪽으로 흘러가지 않고 비생산적인 분야로만 집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는 풀린 돈이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결하려는 문제를 연장하고 더 키운다.
자산 가격 상승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통해서 그리고 자산을 매개로 민간으로 돈이 흘러가게 하려면 자산의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서야 한다. 만약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면 부채가 늘어나고 통화량이 늘어나고 유동성이 늘어나는 흐름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흐름이 작동하려면 기본적으로 금리가 낮아야 한다. 낮은 금리가 촉매 역할을 하여서 자산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이제는 올라가는 자산 가격이 스스로 자산의 가격을 올리는 자기 강화 작용을 하게 된다.
자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반드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려면 자산의 소유가 문제가 된다. 즉 가능한 자산을 그 사회 구성원이 폭 넓게 소유해야 한다. 만약 그 자산을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이 소유하고 있다면 자산 가격 상승에서 오는 <부자 효과>가 실제 경제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재산 불평등을 확산시키는 부작용만을 만들어 낼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택은 중앙은행의 돈이 민간으로 흘러가는 좋은 통로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주택 자산에는 좋지 않은 면도 있다. 주택은 값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주택은 값이 올라갈 만한 그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오는 <부자 효과> 현상이 실제로 물가를 올리지 말아야 한다. 만약 부채의 증가-자산 가격 상승-소비의 증가가 물가를 올려버리면 실질 소득은 거의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산 가격 상승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전략이 성공을 하려면 우선은 낮은 금리, 자산 소유의 폭 넓은 분포, 자산에서 새로운 가치의 창출, 그리고 낮은 물가라는 4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미국 자산 경제의 특성
<자산에 의존한 경제 성장> 전략을 펴는 나라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의 비중이 작은 나라이며, 그 동안 높은 성장으로 축적해 둔 자산이 많은 나라다. 지금 <자산에 의존한 경제 성장>을 펼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2000년에 과거 약 20년 동안 계속 올라온 주가가 폭락하면서 경기 하강의 위험에 빠졌다. 이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1%까지 낮추었다. 이를 계기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부동산은 미국인들이 가장 폭 넓게 소유하고 있는 자산이며, 값이 올라가자 그 동안 임대로 살던 사람들이 자가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는 다시 집값을 올렸다.
집값이 올라가고, 주택금융시장이 확대되고, 건설경기가 활발해지고, <부자 효과>로 소비가 늘어나자 관련 분야에서 일 자라기 늘어나고, 생산이 활발해졌다. 민간 소비의 확대로 미국은 순수입이 늘어났으며, 무역적자를 통해 달러가 무역 흑자국으로 흘러갔다. 이렇게 흘러간 흑자달러는 흑자 나라의 통화량을 늘리는 한편 이 달러는 그 나라에서는 사용할 곳이 없어서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 왔다. 즉 외국에서 들어온 물건은 미국의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켰으며, 외국에서 들어온 자금은 미국의 금리를 안정시켰다. 이렇게 하여 미국은 낮은 금리, 낮은 물가, 폭 넓은 부자 효과 현상이 3박자를 맞추어 그 동안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자산 의존 경제가 만들어 내는 문제들
지금 미국 경제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바로 대외 무역 거래의 적자다. 대외 무역 거래 적자가 너무 오래 진행되고 있고, 그 규모도 높은 편이고, 쉽게 줄어들 전망도 없다. 대외 무역 거래의 적자란 미국의 돈이자 세계 거래와 저축의 중심통화이기도 한 달러의 대외 유출을 의미한다. 미국과의 거래에서 흑자를 보는 나라들은 이 흑자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낸다. 그러지 않고는 이 달러를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즉 달러가 중심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한 미국은 대외무역거래 적자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흑자를 보는 나라가 그 달러를 다시 미국에 빌려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외무역거래 적자가 누적되고, 이 적자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는 말은 미국의 대외차입금이 자꾸만 늘어난다는 말이다. 미국은 대외 차입금이 늘어나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에 달러를 빌려주는 나라도 미국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 국가 부도를 낼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이 빌리는 돈은 달러인데 이 달러는 바로 미국이 독점적으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면 미국은 종이 돈 달러를 찍어서 갚아주면 된다.
과거에는 미국에 돈을 빌려준 나라들이 종이 돈 달러가 아니라 금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미국이 지하에 보관하고 있던 금이 자꾸만 줄어들자 미국은 1971년에 더 이상 달러 대신 금을 주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과거 약속을 버렸다. 그래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금융질서의 원칙이었던 브레튼 우즈 체제가 무너져 버렸다. 다시 말하면 다른 나라가 지금의 미국이었다면 그 나라는 금융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대외거래 적자를 확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대외무역적자라는 경제 문제를 경제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경제 내부에 문제가 생겨도 이를 어느 정도까지는 계속 유지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미국만이 독점으로 찍어낼 수 있는 달러가 바로 세계의 중심 통화이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대외무역적자의 확대가 몰고 올 경제의 충격을 걱정했다. 특히 무역적자로 올 달러 가치의 하락 또는 폭락을 걱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연 미국 무역적자 확대의 누적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이것이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 또는 경제에 주는 영향은 어떤 것일까? 지금처럼 계속 무시해도 괜찮은 것일까? 아니면 계속 누적되다 어느 날 갑자기 태풍처럼 몰려올까?
미국의 자산 의존 경제가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문제는 금융의 지나친 비대 현상이다. 자산 의존 경제란 바로 자산을 매개로 금융이 확대된다는 말이다. 사실 이 자산이란 굳이 주택이나 채권이나 주식이 아니어도 좋다. 시냇가의 예쁜 조약돌이라도 좋다. 실제로 옛날에는 튜립이 이런 역할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한 사회의 집단이 그것이 가치가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면 무엇이던 금융은 그 자산을 매개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의 확대란 바로 금융부채/금융 자산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미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주택을 임대하여 살던 사람들이 자가를 가지면 그만큼 금융은 확대된다. 이 주택담보대출을 근거로 새로운 금융상품 즉 파생상품을 만들면 다시 금융이 확대된다. 금융대출과 파생상품의 신용을 보호하는 보험상품을 만들어 팔면 다시 금융이 확대된다. 금융의 이러한 끊임없는 자기 확대는 바로 금융시장에서 이익을 보려는 자본의 본능이다. 이익을 보려는 자본의 본능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고, 돈을 빌려서 까지 수익을 보려고 한다. 즉 금융은 과거 실물 경제의 지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제는 투기적이고, 차입을 늘려서 스스로 확대하려는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 금융 확대의 주요 통로였던 주택에 문제가 생겼다. 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 중앙은행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서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금융시장은 쉽게 자본의 본능인 이익추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금융이라는 괴물은 최소한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나아가서 자신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 새로운 재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지금 미국 금융시장의 주체는 중앙은행도 아니고 금융기관도 아니다. 그 주체는 바로 소수의 사적 자본(private equity fund)이다. 이 소수의 사적 자본이 인수합병을 통해서 경제의 주체인 기업의 생존 그리고 근로자와 주주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과연 이 현상의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자산 가격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자산에 의존한 경제 성장 전략>은 기본적으로 다음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자산의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채권의 경우, 채권 가격은 채권의 시장수익률, 즉 시장금리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즉 채권의 가격은 정하기가 쉽다. 주식의 경우는 예를 들면 주가는 기업이익의 10배 수준이라든가 하는 대체적인 투자지표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경우, 그것의 적정한 가격 수준을 알기 매우 어렵다.
자산의 가격이란 어쨌던 그 자산이 만들어 내는 또는 만들어 낸다고 가정하는 새로운 가치의 크기에 달려있다. 새로운 가치를 GDP라고 부른다면 한 나라 자산의 크기는 GDP와 일정한 배수의 관계를 가질 것이다.
만약 자산이 가격만 올라가고 그 자산에서 새로운 가치 즉 GDP의 크기를 늘리지 못한다면 자산의 가격은 계속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즉 자산의 크기가 GDP에 비해서 너무 높으면 이것을 자산에 거품이 끼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면 적정하고, 어느 선 이상이면 거품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자산과 GDP의 관계 즉 배수가 언제나 변하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이나 GDP의 성질이 변해서 변할 수도 있고, 또는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 심리에 변화가 일어나서 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앞에서 자산을 주로 채권, 주식, 그리고 부동산으로 말했지만 자산 중에는 실제 경제활동에 직접 사용되는 건물, 공장, 기계 등도 있다. 그래서 기술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 자산의 생산성도 올라간다. 이처럼 자산의 생산성이 올라가면 자연히 자산과 GDP사이의 배수는 달라진다.
그런데 자산 중에는 금융자산이면서 주식이나 채권과는 다른 것들도 있다. 금융시장이 점차 발달(?)하면서 만들어 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생상품이다. 파생상품은 금융자산의 규모를 매우 확장시켰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기업이 민간에 대출해준 부채가 그냥 대출자산으로 금융기관의 장부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금융기관은 그냥 대출이 만기가 올 때까지 대출자산에서 원리금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이 대출자산을 장부에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버린다. 이렇게 팔린 대출자산은 한 곳에 모여서 새로운 증권 즉 파생상품을 만든다. 파생상품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히 자산의 규모가 커지고, 이것이 직접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른 생산 자산에 비해서 낮다. 이 경우에도 자산과 GDP사이의 배수에는 변화가 생긴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성격과 구성에 변화가 생기거나 생산물 자산의 기술에 변화가 생기면 자산과 GDP의 배수에는 변화가 생긴다. 사실 이런 변화의 결과로 배수가 높아진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높아지는 배수를 적정하다고 인정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다. 즉 생산=소득을 자산과 비교할 경우에는 순전히 인식의 문제이지만 생산=소득을 부채와 비교할 때는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자산 가격이 올라가려면 어쩔 수 없이 부채가 늘어나야 한다. 자산 가격 상승은 평가이익을 만들어 낸다. 평가이익은 사람들에게 부자 현상을 만들어 낸다. 부채의 증가로 자산의 가격은 올랐으나 이것이 실제로 소득은 늘리지 않았다면 즉 소득과 자산 사이의 배수가 커진다. 자산과 생산=소득의 관계가 점점 멀어진다는 말은 자산의 가격이 부채의 증가로 일어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자산 가격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은 이제 부채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 바뀌게 된다.
부채는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까?
만약 부채의 증가액보다 자산의 증가액이 더 많이 늘어난다고 가정해보자. 위의 그림에서 부채가 10% 늘어나면 부채는 330이 된다. 동시에 자산도 10% 늘어난다면 자산은 1100이 된다. 부채는 30 더 늘어났는데 자산은 100이 늘어났다. 그래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재산은 70이 더 늘어난 것이다. 만약 이런 구도가 계속 작동한다면 부채가 늘어날수록 순재산은 계속 늘어난다. 즉 부채가 아무리 늘어나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꼭 부채를 갚아야 한다면 자산을 조금만 팔아서 부채를 갚으면 된다.
정말 그럴까? 부채가 늘어나도 자산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 부채가 늘어나고 자산이 늘어나도 생산이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위의 예에서 부채가 300에서 100이 더 늘어났다고 하자. 그리고 생산=소득은 더 늘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 사람(나라)은 늘어난 부채에 대해 이자를 과거보다 더 내야 한다. 즉 이 사람은 소비를 줄이거나 투자를 줄여야 한다. 소비나 투자를 줄이지 않으려면 부채를 더 늘려야 한다.
만약 어떤 경제권이 기존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서 다시 부채를 더 늘려야 하는 단계에 들어가 있다면 이것은 무슨 일이 생기는 폭풍전야다. 이런 상태에서 만약 자산 가격이 떨어진다면 이는 태풍의 크기가 소형에서 대형으로 바뀐다. 만약 여기서 금리가 올라간다면 완벽한 태풍이다.
금융시장은 보통 다음 3가지 단계를 거쳐간다. 초기는 차입한 돈으로 투자를 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부채의 원리금을 갚는 단계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차입을 더 늘린다. 이제 금융시장은 두 번째 단계로 들어간다. 여기서는 투자한 돈에서 나오는 수익과 차입금의 원리금이 거의 균형을 이룬다. 이 단계에서 수익을 늘리려면 투자금액을 더 늘리는 것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차입금을 늘린다. 이제 마지막 단계다. 이제는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차입한 돈의 원리금을 갚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돈을 빌려야 한다. 이곳의 바닷가에 서면 저쪽 하늘에 검은 구름이 만들어 지는 것이 보일 것이다. 곧 태풍이 온다는 조짐이다.
2007년의 전망
이상의 설명으로 지금 미국의 경제를 들어다 보자. 지금 미국의 부채총액은 미국 경제생산액의 약 3배다. 그리고 부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외부채가 대외경상수지 적자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부채 증가의 결과 미국 가계 소득에서 이자로 나가는 비중이 자꾸만 높아 가고 있다. 그 동안 미국 가계는 주택 가격이 올라가자 이를 근거로 빚을 늘려왔다. 그런데 이제 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미국 민간의 소비는 미국 경제생산액의 약 70%를 차지한다.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따라서 그 결과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2007년에 미국 경제 성장 속도의 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어서 경기 둔화가 깊은 불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한다면 미국 달러의 대외가치는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과연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경기를 살리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언제나 중앙은행의 정책이 중앙은행이 의도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어서 시중에 돈의 양을 풍부하게 하고 싶어도 금융기관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주택가격이 많이 떨어진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서로 피를 흘리는 이런 일은 피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금리가 낮아지고 다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그래서 자산 가격이 올라가는 또는 현상을 유지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단 이것을 방해하는 것은 외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로 가지고 있는 달러 자산의 방향이다. 지금까지 외국의 중앙은행은 미국의 자산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해왔다. 만약 이들이 달러 가치 하락을 예상하고, 달러 자산을 팔아버린다면 달러 자산의 하락은 피하기 어렵다. 이를 막으려면 엄청난 통화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비록 미국이 중국에게 위안의 가치를 올려라는 압력을 넣고 있지만 여기에는 밝히지 않은 전제조건이 있을 것이다. 즉 미국 달러 자산의 값을 떨어뜨리지 말고 위안의 환율을 올려라는 것이다. 만약 정말 중국이 위안의 환율을 올리고, 미국에 투자한 달러 자산을 팔아버린다면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엄청난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당연히 세계 경제도 어려워진다. 아마도 이런 일은 서로 막으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2007년은 2006년에 비해서는 세계 경제 성장 속도가 낮아질 것이며, 달러의 대외가치는 2006년보다는 변동이 더 심할 것이며, 나아가서 각종 금융자산 가격도 변동이 심할 것이다. 자산 가격은 경제 성장 속도가 낮아지고, 장래에 큰 태풍의 조짐이 보이므로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서로 피를 흘리는 일은 최대한 피할 것이므로 많이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의 불균형은 미국의 돈인 달러가 세계의 중심통화라는 사실 때문에 경제 내부에서 스스로 이를 막는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즉 불균형이 연장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화의 진행으로 다시 이 불균형은 연장되고 있다. 그러나 불균형의 연장 또는 확대가 문제의 해결은 결코 아니다. 문제를 키울 뿐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 즉 자산 의존 경제, 금융의 괴물 현상은 바로 달러가 세계의 중심통화 자리를 잃어가는 것으로 그리고 세계화의 반작용으로 보호주의가 등장하는 것으로 해결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당연히 그 길은 평탄한 길이 아니다. 울퉁불퉁한 길이다. 마차의 바퀴가 빠져나가기도 할 것이다.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달러가 아닌 유로로 팔고 싶어한다. 그리고 여러 나라들이 외환보유를 달러에서 다른 통화로 다양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달러가 중심통화의 지위를 잃어가는 과정은 느리지만 이것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주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것은 미국의 일자리를 세계화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보호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붙인다면 나는 2007년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럴 능력도 없지만 말이다. 나는 일어나는 일에 잘 적응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