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대박보다는 대화로 재무설계를 하자

작성자
김승규
등록일
2006/12/14
조회수
7148

서울에 모 전자에서 근무하는 권명식(31)씨는 최근 옮긴 직장에서 세후 연봉이 5,000만원에 이른다. 군대를 면제 받은덕에 남들보다 이르게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써 6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권씨가 이제까지 모아 놓은 돈은 전혀 없고 주식에 넣어 둔 1,500만원이 전부였다. 직장생활 초반부터 무리한 주식투자를 한 결과였다.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내년에 결혼할 여자친구와 상담을 의뢰해왔다.

 

두 사람의 재무상태를 꼼꼼하게 모아둔 자료를 가지고 분석을 하는데 무언가가 이상했다. 권씨의 주식에 들어가 있는 돈이 이상했다. 권씨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현재까지 날린 돈은 1억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올해 중순부터 회사를 옮기면서 연봉 5,000만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평소 가깝게 알고 지내던 권씨가 갑자기 주식에 1,500만원을 무슨 돈으로 집어넣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내용에 대해서 극구 함구했다.

 

결국 개인적으로 그를 만나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친한 친구의 주식투자 권유에 마이너스 통장에서 대출을 받아 1,500만원을 집어 넣었다는 것이다. 새로 옮긴 직장이 전보다 훨씬 많은 급여가 나오기 때문에 자금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 판단하고, 다시 한번 주식투자의 유혹에 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는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했다. 이 사실을 알면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3년동안 사귀면서 옆에서 지켜보던 여자친구가 다시 주식투자를 한다는 사실, 아니 그것도 대출을 받아서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었다.

 

1년전 “다시 한번 내가 주식에 손 대면 사람이 아니다. 절대로 안할께”라고 얘기했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는 1년을 채 넘기지도 않았다. 결혼자금을 모으기는커녕 고수익의 유혹에 빠져 결혼할 시기가 바로 코앞인데 빛만 지고 있는 것이다.

 

권씨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라도 결혼할 여자친구와 모든 것을 공개하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가자고.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감추고 있던 권씨도 내가 여자친구를 잘 설득해 주겠다는 말에 선뜻 동의했다.

 

과연 예상대로 그 파장은 대단했다. “어쩌면 많은 남자들이 결혼 전 모은 자산보다는 상당한 빚을 가지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다시 준비한다면 충분히 만회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설득했지만 그 후 두 남녀의 공백기간은 한달동안 유지됐다. 물론 지금은 다시 서로 의논하면서 결혼준비에 한창이다.

 

실제로 주위의 많은 남자들을 보면 결혼 전 감춰둔 빛이나 사고를 친 경제 문제를 결혼 후 들통나거나 하나씩 터뜨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우선은 결혼 먼저 해 놓고 봐야 할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공동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배우자에게 들킬까봐 조마조마해가며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해 보겠다며 시간을 질질 끄는 동안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도 많다.

 

당장 이런 문제로 괴로워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소액의 빚을 진 경험은 조금씩 다 있을 것이다.

 

한 가지만 명심하자. 결혼전에 숨긴 빚은, 결혼 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쩌면 가정파탄에 이르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다.

 

그리고 결혼과 같은 목적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해야하며, 결혼할 예비배우자와 미리 자금 계획을 상의하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결혼 전 후 원만한 생활을 지속하는데 좋다.

 

숨긴 빚이 있다면 당장 솔직하게 털어놓아라. 그리고 다시 한 번 성실한 자세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현재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제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도록 한다. 서로 숨기지 않는 빚이야말로 가정의 행복을 위한 가장 최적의 방어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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