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자재가격의 상승세가 무섭다. 글로벌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광물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고, 덩달아 뛰고 있는 곡물 가격은 가정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 치솟고 있는 원자재쪽에 투자해서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와 함께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은 어떨까. 원자재 가격 상승 원인과 전망, 그리고 투자 방법을 살펴보자.
* 현상
원자재의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지수 중에 'CRB(Comodity Reserch Bearau)지수'라는 것이 있다. 1967년 발표된 이 지수는 전세계 원유, 비철금속, 곡물 등 주요 21개 상품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지수로서 원자재 가격의 국제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100으로 시작된 이 지수는 2월11일(한국시간) 현재 565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2009년 1월부터 지난 2월 1일까지 약 80% 올랐고, 유가가 147달러까지 오르며 원자재 파동이 가장 심했던 2008년의 최고치인 487.7을 훌쩍 뛰어넘었다.
비철금속 중 니켈과 구리는 올 1월 가격이 전월에 비해 6.2%, 4.8% 올랐고, 옥수수와 대두도 각각 7.3%, 5.7% 상승했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은 30년 이래 최고치에 도달했고, 원면도 1860년대 남북전쟁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금은 1월말부터 주춤하긴 했지만 월봉 기준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계속 최고치를 갱신 중이며,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집트 사태의 여파로 100달러를 돌파했다. 중국의 전체 밀 생산량의 82%를 차지하는 중국 중동부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속된 가뭄으로 밀 경작지의 42%가 피해를 입어 중국발 밀 파동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온 주식시장에는 최근의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세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원유와 비철금속의 상승은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곡물가 상승은 장바구니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곧 금리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있다.
* 원인
어떤 실물자산이든 수요와 공급이 큰 불균형을 이루면 가격은 요동치게 마련이다. 원자재가 최근 그런 모양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에 따라 원자재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 위기 이후 광산 및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는 부진해 왔다. 첨단제품에 쓰이는 희토류의 경우 전 세계 공급의 97%를 차지하는 중국이 올해 수출쿼터를 제한한 데다 수출 관세까지 인상할 계획이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신흥국 국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곡물에 대한 수요는 점증되고 있는 반면 이상 기후로 인해 공급량은 줄어 식품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 지구촌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는 곡물가의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중부에서 일어난 대형화재와 최근의 가뭄으로 6월까지 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고, 호주와 브라질도 최근 발생한 홍수로 경작지가 많이 유실됐다. 라니냐 현상에 따른 지구촌 한파로 인해 인류에게 자양분을 제공하는 경작지는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대체에너지에 대한 개발 수요도 곡물 수급의 불균형을 야기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바이오에너지 등의 대체에너지의 수요를 증가시켰고,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의 주원료인 옥수수, 콩기름 등의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따라 전 세계를 돌던 달러는 일정 부분 투기자금으로 변해 원자재쪽으로 유입돼 원자재가 상숭을 부추겼다. 양적 완화는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달러에 투자돼있던 자금들도 풍부한 유동성의 순풍을 타고 원자재로 스며들어 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2010년 11월 원자재펀드 및 ETF에 대한 투자규모는 3,540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부터 일어난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는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했다. 남유럽의 재정 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는 유가의 하락을 불러일으키지만 중동지역이나 석유와 관련된 국가(이집트의 경우 수에즈운하의 봉쇄 가능성 대두)에서 일어나는 사태는 유가에 날개를 달아주게 마련이다. 이렇듯 예기치 않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해 유가는 꿈틀거린다.
2008년 원자재 파동 때 많이 나온 말이 ‘자원 민족주의’다. 카즈흐스탄, 멕시코와 같은 대규모 곡창지대를 가진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밀과 곡물 등의 수출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면서 해당 가격이 단기간에 폭등한 적이 있다. 중국의 희토류 쿼터 제한도,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올 6월까지)도 바로 이런 경우다. 곡물에서도 석유의 OPEC와 같은 단체가 결성되지 않으라는 법도 없다. 중국 등 강대국들은 자국의 미래를 위해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에 대규모 경제 원조를 해주면서 자원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원자재가 오르고 있던 또 하나의 이유다.
* 전망
올해도 글로벌 경기 호전에 따라 원유와 광물 등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OPEC에서 적극적인 증산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은데다 유전 시설에 대한 투자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아 수급 불균형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민주화 시위가 이집트에서 끝나지 않고 중동 지역으로 퍼질 경우 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더욱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중국 등 신흥국들이 4~9%의 경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광물의 공급은 그 수요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생산의 증가로 철광석, 구리, 주석, 니켈과 같은 광물의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브라질과 호주의 대형 철광석 회사들은 가끔씩 수출가를 동시에 20% 이상 인상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곤 했는데 올해도 이런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중국의 희로류 수출쿼터 제한으로 희토류의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미국이 올 한해 달러 약세 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원자재가의 상승 전망을 지탱하고 있는 한 요소다. 투기자금의 움직임만 놓고 봤을 때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대안 투자로 원자재나 신흥국쪽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신흥국에서 투기자금이 이탈하고 있으며, 이렇게 이탈된 자금들은 원자재나 선진국으로 조금씩 유입되고 있다.
올해 가장 큰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분야가 바로 곡물이다. 원자재 섹터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었던 데다 지구촌을 휩싸고 있는 라니냐 현상에 따른 이상 기온이 경작지에 피해를 끼쳐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중국은 당분간 밀 값 상승의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지난해 배추값 파동을 겪었던 우리나라도 이상 한파에 따른 배추의 흉작으로 조만간 배추값 상승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대체에너지의 개발에 대한 수요, 자원민족주의 등의 리스크 모두 곡물에 적용될 요소들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이 올 한해 원자재가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가를 끌어내릴 변수들도 많이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리스크였던 남유럽의 재정 위기가 다시 부각되면 원유와 광물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8일 한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던 중국과 인도 등이 긴축 행보를 거듭할 경우에도 이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올 12월로 예상되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원자재에 묻어있던 투기자금들이 달러로 이동하면서 원자재가의 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투자 방법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원자재펀드, ETF 등의 간접투자와 해당주식 투자, 실물 투자 등의 직접 투자로 나뉜다. (구체적인 상품명을 거론하기 힘든 게시판의 성격상 분류만 적습니다. 구체적인 문의는 메일 바랍니다.)
가장 흔히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원자재펀드다. 원자재펀드는 원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와 원자재 지수에 직접 편입돼 투자하는 펀드(파생형)로 나뉜다. 지수에 편입되는 펀드는 지수의 움직임에 바로 영향을 받게 되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해당 기업의 전체적인 순익의 영향을 받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지수에 편입된 펀드가 더 많은 수익을 냈지만 올해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가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셋, 우리, 신한BNP, 도이치 등의 자산운용사가 해당 펀드들을 출시해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재에 투자할 수 있는 ETF는 모두 4가지다. 금에 투자하는 ETF가 2개, 원유와 농산물에 투자하는 ETF가 각각 1개씩 있다. 지난달 출시된 우리나라 최초의 농산물 ETF는 향후 밀, 옥수수, 설탕, 대두 등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상품들로만 구성된 게 특징이다. 해외 주식거래를 하고 있는 몇몇 증권사를 통해 나스닥에 상장된 원자재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원자재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주식 사이트에서 원자재, 곡물 등의 테마를 선택해 해당 기업에 투자하면 된다. 종로 금은방에서 골드바를 산 뒤 시세가 오른 뒤 파는 실물 투자 방법도 있다. 지난해까지 인기를 끌었던 골드뱅킹은 차익에 대해 과세할 계획이라는 발표가 나온 뒤 인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올 한해는 원자재가 상승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투자매력은 충분하다. 원자재 투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아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만큼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 비중을 적게 가져가는 게 좋다. '변동성이 높다는 것'은 조정받을 때 다른 투자대상에 비해서 더 많이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 한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식의 하락을 걱정할 게 아닌, 꾸준한 상승이 예상되는(변동성은 크지만) 곳에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는 역발상 투자의 시작. 바로 원자재 투자에서 그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