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이란 일정한 기간마다 지급받는 돈을 의미하고 영어로는 annuity 또는 pension이라고 씁니다. 그 일정한 기간이 1년 단위이기 때문에 annuity라고 쓰는 것이고 한자로도 年金, 즉 1년에 한번 받는 돈이라는 의미이지요. 흔히들 연금은 무조건 한 달에 한번씩 지급받는 걸로 생각하는데 영문과 한문에서 보듯이 연금의 기본단위는 원래 1년입니다. 다만 편의를 위해서 매 월, 매 3개월, 매 6개월, 매 년 단위로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매 월 단위를 선택하기 때문에 ‘연금=매월’로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pension이라는 말도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 많이 찾는 펜션이 바로 이 pension인데요, 중세 시대에 유럽의 노인들이 은퇴를 한 뒤 받은 연금으로 이 펜션, 저 펜션 돌아다니며 여생을 보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받은 연금으로 펜션을 지어 운영하면서 거기서 나온 소득으로 노후생활을 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 펜션은 연금이란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연금의 3층 보장
연금이 필요한 이유는 은퇴 이후에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아예 없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함인데 이는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노인빈곤층이 증가하면 복지비용이 따라서 증가하게 되고 그것은 곧 국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이른바 ‘3층 보장’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1층에 국민연금, 2층에 퇴직연금, 3층에 개인연금을 각각 두어서 국민들의 은퇴생활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합쳐서 은퇴 전(前) 소득의 70% 정도가 되면 먹고 사는 데에 큰 지장은 없지 않겠냐고 보는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그럴 듯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먹고 살기 빠듯한(?) 기업들은 퇴직연금 도입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미루려 하고, 먹고 살기 빠듯한 국민들은 개인연금을 준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국가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에게는 법인세 감면혜택을 주고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국민에게는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을 주는 당근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개인연금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소득공제가 되는 세제적격연금과, 소득공제가 안 되는 대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가 되는 세제비적격연금이 그것입니다. 이 중에서 필자가 분석해 보려는 것은 세제적격연금, 즉 연금저축입니다.
연금저축의 종류와 특징
연금저축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에서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고 수수료와 운용방식은 상품마다 다르지만 세제관련내용은 모든 상품이 동일합니다. 18세 이상 국내거주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분기당 300만원, 연간 최대 1,2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데 연간 납입금액 중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 주지요. 다르게 말하자면 400만원까지만 혜택을 받으니 굳이 그 이상 납입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고 개인의 소득세율에 따라서 그 효과도 각기 다릅니다. 아래 표는 400만원 전부를 소득공제 받았을 때의 소득세율에 따른 세금환급액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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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표준 |
소득세율(주민세 포함) |
환급세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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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0만원 이하 |
6.6% |
264,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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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 |
16.5% |
660,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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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00만원 초과 ~ 8,800만원 이하 |
26.4% |
1,056,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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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0만원 초과 ~ |
38.5% |
1,540,000원 |
여기서 과세표준이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이것은 연봉이 아닙니다. 과세표준은 본인의 연봉에서 부양가족공제, 의료비공제, 기부금공제 등 각종 공제를 한 후에 실제로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을 말하는 것이고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러니 연봉이 얼마인가 보다는 본인의 과세표준이 얼마인가가 훨씬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4,000만원인 갑, 을 두 사람이 있는데 갑은 부양가족도 많고 의료비, 교육비 공제가 많아서 과세표준이 1,000만원인 반면, 을은 미혼이고 공제받을 수 있는 내역이 별로 없어서 과세표준이 3,000만원이라고 가정해보죠. 갑은 과세표준이 1,000만원이므로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소득세율이 6.6%에 해당되고, 을은 과세표준이 3,000만원이므로 소득세율이 16.5%에 해당되겠지요.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개념은 을의 소득세율이 16.5%라고 해서 3,000만원 전부에 대해서 16.5%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구간에 따라 누진해서 적용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3,000만원 중 1,200만원까지는 6.6%를 적용하고, 1,200만원을 초과한 1,800만원에 대해서는 16.5%를 적용한다는 것입니다. 3,000만원X16.5%=4,950,000원이 아니라 (1,200만원X6.6%)+(1,800만원X16.5%)=3,762,000원이니 납부해야 할 세금이 생각보다는 조금 줄어들었죠? 필자가 줄여드린 건 아니지만 참고로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갑은 소득세율이 6.6%이므로 400만원 전부를 소득공제 받아도 환급되는 세금은 264,000원에 불과하고, 을의 소득세율은 16.5%이므로 400만원 소득공제 받아서 환급되는 세금은 660,000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400만원을 1년간 예금했더니 이자가 66만원이나 나온다는 말과 유사합니다. 이자율이 무려 16.5%, 즉 소득세율과 동일합니다. 여기에 연금저축 자체의 이자율도 있으니 실제로는 조금 더 높은 이자율이 나올 겁니다. 과세표준이 8,800만원이 넘는 사람은 이자율이 연 38.5% 이상인 엄청난 예금상품을 이용한 셈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400만원을 한꺼번에 납입한 게 아니라 약 33만원씩 12번에 걸쳐서 납입했을 것이기 때문에 예금이라기보다는 적금의 개념에 더 가깝습니다. 원금과 이자금액이 동일하다면 적금 이자율은 예금 이자율의 약 2배이므로 위 두 경우는 연 이자율이 각각 30%, 70%가 넘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정말 무지막지한 이자율이 아닐 수 없죠.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10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반드시 55세 이후에만 연금을 받아야 하고, 반드시 5년 이상의 기간 동안 나눠서 받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만 어기더라도 엄청난 페널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도에 해지를 하거나 일시금으로 받게 되면 이걸 연금으로 보지 않고 기타소득으로 간주해서 돌려받는 금액의 22%만큼을 기타소득세로 내야 하고, 만약 가입 후 5년 이내에 해지를 하면 해지가산세 2.2%가 추가되어서 총 24.2%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게다가 연금을 받을 때도 연금액의 5.5%만큼을 연금소득세로 내야 합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해지를 할 생각이면 시작도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