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LOTTO! 행운? 행복!
복권(福券), 또는 복표(福票). 복(福)이 들어있는 증표라는 뜻이지요. 이 말을 들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혹자는 행운을 상상하겠고 다른 혹자는 사행심을 떠올릴 수도 있겠네요. 일확천금이라는 단어도 떠오를 수 있겠지요. 어찌되었건 복권도 돈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재무설계사로서 복권을 꾸준히 구입하라는 조언을 해본 적은 없지만, 만약 복권에 당첨된다면 반드시 재무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아시다시피 예전에 주택복권 추첨할 때 사회자가 항상 외치던 말입니다. 1969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주택복권은 우리나라에서 정기적으로 발행한 최초의 복권이고 가장 오랫동안 발행한 복권이기도 합니다. 주택복권 이전과 이후에도 여러 형태의 복권이 발행되었지만 이들은 주로 군수자금, 올림픽 참가자금, 재해구호기금 등 국가적 사업을 위한 모금의 일환으로 발행된 일회성 복권들이었고, 2002년부터 시작된 로또복권이 이제는 정기발행복권의 주류가 되었습니다.
로또는 그 동안 660회가 넘게 발행되었고, 누적판매액이 약 35조원, 1등 누적당첨자가 4,000여 명, 최고당첨금 407억원, 평균당첨금 약 20억원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로또를 흔히들 인생역전이라고 표현하는데 저 4천명은 모두 인생역전에 성공한 걸까요? 이건 한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먼저, 어느 정도의 당첨금을 받아야 인생역전이라는 느낌이 들까요? 누구는 20억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겠고, 또 누구는 400억도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미국의 메가밀리언(Mega Millions)이나 이탈리아의 수페르에날로또(SuperEnalotto)처럼 당첨금이 몇 천억쯤 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까요?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로또 당첨에 따른 행복이나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생역전을 했다는 기쁨은 잠시뿐, 곧 가족, 친구, 친지, 지인들에게 당첨사실을 알릴지 말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고, 또 이 돈을 어떻게 굴리고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될 겁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주변의 도움요청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고, 당첨금으로 대출 갚고, 집 옮기고, 차 바꾸고, 가구나 가전제품 몇 개 산 후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통장잔액에 불안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집 주변에 낯선 사람 두세 명만 보여도 ‘내 돈을 뺏으러 왔나’ 하는 공포를 느낀다는 설문조사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로또가 나에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네요.
확률도 한번 따져볼까요? 우리나라 로또는 1등 당첨확률이 814만 5,060분의 1입니다. 앞서 언급한 메가밀리언(2억 5,900만분의 1)이나 수페르에날로또(6억분의 1)보다 높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낮은 확률이지요.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로또를 매주 1만원씩(10게임) 15,600년쯤 계속해서 살 때 겨우 한번 당첨이 되는 확률입니다. 내 수명이 100년이라 쳐도 156번을 거듭 살면서 매주 1만원씩 해야 겨우 한번 당첨이 된다는 말입니다.
뱀파이어라면 몰라도 100년도 못 사는 보통 사람에게는 로또 1등 당첨은 언감생심이나 마찬가지겠네요. 따라서 로또를 사는 것은 수학적으로 거의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로또에 투자한 돈은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으로 봐야 하니 로또는 상식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로또를 살까요? 글쎄요… 사행심 외에는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네요. 작은 돈을 걸어서 큰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고, 비록 그 확률이 지극히 낮을지라도 내가 입는 손해 정도가 크지 않다면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요. 게다가 매주 5명 정도 실제 당첨자가 나오는 것도 사행심을 부추기는 데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샀지만 ‘역시나’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겠지만…
그렇다면 국민의 사행심을 조장하는 복권을 도대체 왜 국가는 발행하고 있는 걸까요? 복권뿐만 아니라 경마,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도 마찬가집니다. 국가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개인이나 민간기관이 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죄하고 있습니다. 사행심이란 국민의 정신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진데 어째서 국가가 이것을 담보로 장사를 하고 있냐는 말입니다. 여기에 대해 국가는 복권을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복권판매액은 50%가 당첨금, 42%는 복권기금, 나머지 8%는 부대비용으로 쓰여지는데, 이 중 복권기금이 매년 약 1조 5천억 원이 조성되어 과학기술, 체육, 문화, 복지, 보훈, 소외계층의 주거안정 등을 위한 사업으로 사용되었고 있으니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이렇게 본다면 일면 국가의 주장에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민의 ‘정신’을 팔아서 ‘물질’로 돌려주는 게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떨쳐지지 않습니다. 마치 담배판매수익을 국민건강증진에 사용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복권 사는 것을 재무설계사로서 굳이 만류할 생각은 없습니다. 복권을 사고 당첨을 기대하면서 약간의 엔도르핀이라도 분비되었다면 그 엔도르핀을 샀다고 생각해도 좋고, 당첨되지 않으면 내 돈이 불우이웃돕기에 쓰였다고 치부해도 좋겠습니다. 다만 당첨이 됐을 때, 소비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원래 가지고 있던 계획을 실천하겠다는 굳은 마음의 준비가 항상 되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복권은 어쩌면 독이 묻은 성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첨되면 귀한 성배를 받겠지만 독이 묻은 채로 받기 때문에 반드시 깨끗하게 닦아내고 사용해야 하지요. 하지만 성배의 아름다움에 취해 덥석 받아 잔에 입을 댄다면 그에게 복권은 애초에 복(福)권이 아니라 독(毒)권이었던 것입니다.
부자들이 복권을 사지 않는 이유가 인생이 역전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요. 부자가 인생역전 되면 거지가 될 테니까요… 그런데 필자는 이것이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인생역전을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성배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성배의 독을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생역전’이 아닌 ‘인생역전패’가 찾아갈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로또는 이탈리아어 ‘Lotto” 즉, 행운이라는 뜻입니다. ‘행운’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네잎클로버가 있는데 이 네잎클로버가 전장에서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클로버는 잎이 보통 세 개인데 신기하게도 잎이 네 개인 클로버가 나폴레옹의 눈에 띄어서 자세히 보려고 몸을 숙일 때 총알이 그의 몸 위로 지나갔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라면 세잎클로버는 행복의 상징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 있습니다. 로또뿐만 아니라 각종 대박으로 표현되는 행운을 좇다 보면 발 밑에 널려있는 수많은 행복들을 잊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박봉의 직장인이지만, 재료값과 임대료 빼고 나면 본인 인건비도 안 나오는 구멍가게 사장이지만 그 빠듯한 살림에서도 의식주 해결하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대출 갚고, 보험 넣고, 적금 붓고 하면서 조금씩이나마 내 순자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느끼는 그 소소한 행복들. 돈과 관련된 행복뿐일까요?
살아가는 모든 순간순간에서 느끼는 그 작고 소중한 행복들. 이 티끌같이 작은 행복들이 모여 태산같이 큰 행복을 이루는 것이지 한방의 행운으로 태산만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행운의 꿈을 꾸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꿈을 꾸는 그 자체에도 행복은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내가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많은 행복들을 망각하고 오로지 행운만을 좇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운은 행복이라는 주재료에 더해져서 그것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부재료이지 행운 자체가 주재료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주위를 한번 세심하게 둘러볼까요? 혹시 내가 놓치고 있던 작은 행복들이 있지 않나요? 주변에 있는 세잎클로버가 보이나요? ‘네잎’이 아니고 ‘세잎’입니다. 작은 행복들 하나하나가 곧 행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하나라도 발견했다면 Lucky!!! 그것은 행운입니다. 그리고 그 행운은 다시 행복으로 귀결될 겁니다. 이 말이 꼭 하고 싶었습니다.
현(現) 강준현 CFP 사무소 대표
현(現) 한국경제 경영지원단 전문위원
현(現) 월간시사잡지 ‘정경뉴스’에 강준현 CFP의 ‘돈’되는 이야기 칼럼 연재중
현(現) 계간 항공우주에 강준현 CFP의 재토크 칼럼 연재중
현(現) 재테크포털 ‘모네타’ 재테크 칼럼니스트
현(現) 주부포털 ‘홈노트’ 부자재테크 칼럼 연재중
현(現) 에프피에듀(FPedu) CFP/AFPK 연구위원
현(現) 한국FP협회 주관 1만명 무료재무설계 상담위원
현(現) 한국FP협회와 DAUM이 함께 하는 재무상담 상담위원 및 칼럼니스트
현(現) Junior Achievement Korea 청소년 경제교사
그 외 결혼이민여성, 탈북 청소년, 재활 노숙자, 가정위탁청소년,
초등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수십 차례 강의 진행.
보유자격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AFPK(국가공인재무설계사)
IFP(종합자산관리사)
CSIA(증권투자상담사)
CFIA(펀드투자상담사)
CDIA(파생상품투자상담사)
IM(투자자산운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