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에서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사이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할 때 신념에 차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과 진행과정이나 결과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 심리학 등을 공부한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어차피 본인은 이쪽 전문가는 아니라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지만, 경매에 적용을 시켜도 맞는 말이 틀림없다.
본인이 예전에 서울 구로동에 있는 (재)경영기술개발원이라는 교육기관에서 실직자 재취업 과정으로 진행하는 경매강좌에서, 실전투자와 명도에 대해 3년 정도 강의한 적이 있는데, 이곳 수강생중 기억에 남는 분이 몇 분 중 한 분의 실제 이야기이다.
냉혹한 경매세계를 알려달라던 어느 분
이전 직장이 **통신에서 부장대우로 명퇴를 한 분이었는데 당시는 나이가 본인보다 좀 많은 40대 후반이었다. 하루는 강의 쉬는 시간에 잠깐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저녁에 강의 끝나고 소주 한 잔 할 시간을 내줄 수 있냐고 묻기에 좋다고 하고 2호선 구로공단역 근처에서 다른 한분(그 분과 공동투자하기로 약속한 사이)과 세 명이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술이 몇 잔 돌고 분위기가 편해지자 본론을 꺼내는데, 3개월가량 경매 이론공부 해서 말소기준이라든지, 권리분석, 배당표작성, 응찰 시 주의사항, 임차인 대책, 물건현장조사, 법원견학 등 이론적인 것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경매투자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더 중요한 것은 실탄(본인표현)이 없다는 것이었다.
고1, 중1짜리 아들 둘이 있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경매투자에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직장생활을 20여년 하고 명퇴금까지 받았을 텐데 종자돈이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묻자, 재직 중에 주식투자로 까먹은 것을 퇴직금으로 중간 정산하는 바람에 명퇴금 얼마 받아 나온 것하고 융자받아 마련한 평촌에 32평형 아파트가 전 재산이란다. 그러면서 부탁하기를 듣고 싶은 말이 부동산 경매에 투자해서 돈 벌었다는 환상 말고 냉혹한 경매세계를 아는 대로 말해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대체로 성공했다는이야기에 귀가 더 솔깃해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진데 말이다.
의외의 부탁이었다.
부동산 경매는 지구전이다
그래서 내가 경매의 실전세계를 잠깐 보여드렸다. 기본적인 것은 생략하고 한 집안의 가장이 경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당장 겪게 되는 문제부터 말씀드렸다.
그 중 가장 먼저 문제가 수입의 불균형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수십 년 해온 사람들이 가장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경매라는 부동산투자 구조가 돈이 들어올 때는 한꺼번에 몇 천만 원 또는 몇 억 원도 들어오지만 안 들어 올 때는 몇 달 심지어는 1년 이상 소득이 없을 수도 있고, 또 시작하고 나서 처음 6개월에서 1년 가량은 수입이 거의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해 드렸다. 이러는 과정에서 지치기 쉽고 또 수입의 불규칙으로 인해 자기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 법원경매 특징을 말씀드렸다.
즉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 투자자가 수익이 높은 물건을 한두 번 도전으로 낙찰 받기도 쉽지 않고, 낙찰 받는다 해도 잔금 치르고 명도하여 처분하기까지는 5~6개월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낙찰에서 처분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또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조사하는데 비용으로 최소한 10여만 원은 들고, 취하되거나 다른 사람이 낙찰 받아 버리면 그 비용은 날아가 버리는 것이 되고, 이런 경우들이 몇 차례 반복되면 낙찰 한건 받기도 전에 스스로 지쳐버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도 말했다.
사실 한건 낙찰받으려면 최소한 5-6차례는 응찰해야 하고, 맘에 드는 물건하나 발견하려면 10여건 가까이 임장활동을 해야 하는 점도 말씀드렸다. 대부분의 초보투자자들이 이점을 쉽게 간과하기 때문으로,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장기전으로 버틸 수 있어야 하고, 처음부터 그럴 각오가 되어 있지 않거나, 이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 시작해서는 적응하여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말을 했더니, 장기전으로 갈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우유라도 배달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그 말끝에 무슨 말을 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겠냐고 재차 다짐하고는 신문이나 우유배달을 하면서라도 버티기에 들어가서 2년만 고생할 각오를 하시면 결판이 난다는 말씀을 드렸다. 놀라거나 불쾌하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자기도 고민해본 내용이었다면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다. 덧붙여서 물건조사는 일요일 오전에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이 덜 들어 경제적이라는 것을 말하고 나서 헤어졌다. 그리고 수료 후 한참 있다가 연락이 왔는데 처음에는 새벽에 우유배달하고, 어느 정도 몸에 배이자 오후에 저녁신문을 배달하면서 물건 조사하려 다니고 있다는 말을 하셨다. 벌써 4년 전 일이다.
2년 이상을 우유배달 하면서 몇 건 낙찰 받아 자리 잡으셨고, 여유가 생기자 저녁신문 배달은 그만두고 공인중개사 공부하여 합격은 하셨는데 부동산 중개업소 오픈은 하지 않고 경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도 가끔 전화연락이 오는데 경매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 한건에 매달리지 않고 아직은 안전위주로 임하고 있고, 당분간은 조금 바쁘고 수익률이 낮더라도 그 기조를 유지하시겠다고 한다.
독자들 중에 가장으로 경매를 처음 시작하면서도 전업으로 하시겠다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내용인 듯 하다. 어떤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초기 어려움을 이렇게 극복하고, 시작해서 2년에 5건 정도를 낙찰 받아 처분(임대든 매매든)하셨다면 일단은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난하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가장이나, 남편의 수입이 있으면서 부업으로 경매를 하시려는 여성분들은 부동산 경매 투자구조가 초기에는 수입이 없다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경매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작 단계의 리스크(수입이 없는)를 신문배달 또는 우유배달로 만회하면서 몇 건 낙찰 받는다는 전략에 동의하여 몸소 실천한 경우로 경매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있어 가능했다고 본다.
그러나 사실은 많은 분들이 어렵게 시작하였다가 낙찰한것도 받지 못하고 경매시장을 떠나거나 아니면 준비부족으로 잘못 낙찰받아 작게는 입찰보증금을 날리고 심한 경우는 잔금납부하고 취득한 소유권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점은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 또 한가지는 언론이나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신봉해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익률은 그 자신에게는 사실일지 몰라도 글을 읽어가며 이제 막 경매의 지평을 넓혀가는 분들에게는 그런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목표치일뿐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주시는 것이 오히려 현명하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반갑게 다시 만나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마음 먹을때 와는 다르게 주위의 시선들 때문에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시작했는데, 다행히 집사람도 응원해주고 꼬마들도 기죽지 않아 힘은 들었지만 극복할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체계적인 부동산 공부를 더 하고 싶어 모대학 야간대학원 부동산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하셨단다.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많은 분들이 법원경매를 하나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애써 노력함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경험한 실패의 과거처럼 법원경매 역시 자신에게 아무런 득도 되지 못할수도 있다는 점을 우선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이렇게 뚫어낸 분의 미담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충분하다.
이 글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조그마한 언덕이라도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