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작성자
김현정
등록일
2005/04/18
조회수
14823

한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버스를 타는 것보다 10분을 아낄 수 있다면 택시를 타고, 집에 있을 때도 밥은 늘 집 앞 식당에서 사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시간보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여유이다. 

사람들과 덜 부딪히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생각을 정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고서 택시기사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길은 막히지 않는지, 어떤 길로 가야 빨리 가는 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버스차창에 몸을 맡기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인생을 크게 봤을 때도 그렇다.

사진작가인 김모씨는 30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도 생활이 안정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유학원을 하고 있지만 한달에 한두번 해외 출사를 간다.  공연사진을 찍는 그는 전세계 공연 프리미어를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해외 출장 다녀서 부럽다고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해외 여행길이 고달프다고 한다. 그러느라 유학원도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그래도 사람 좋고, 고객을 먼저 생각해서 모든 일을 처리해주어서, 소개를 받아서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계는 꾸릴 만큼은 온다고 한다. 그러면 사진 찍는 것이 돈이 많이 되느냐?  여행비용을 제하고, 장비 값을 고려하면 적자에 가깝다고 한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든 의문이 있었다. ‘왜 모델을 하지 않았냐’고.  그는 키나 얼굴이나 웬만한 패션모델 못지 않았다.  실제로 20대에는 무수히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 일을 하니 더욱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냥 웃는다. 

 

그를 안타깝게 본 사람이 말한다. 웨딩사진을 하지 그러느냐고.  결혼비용 지출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웨딩사진이다. 게다가 결혼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을 테니, 경쟁력만 어느 정도 있으면 계속 할 수 있는 일이고, 세계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생활도 안정이 되지 않겠냐고 볼 때마다 설득을 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웃는다.  어디 그런 소리 한두번 들어봤을까?

 

그는 그저 예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가 그것이 좋다는데, 그것을 말릴 사람은 없다.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좋아하는 예술을 하는 것이다.  우리야 그가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지 않고, 소속도 없이 그러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한달에 한두번은 겪고 있으며 나머지 시간들은 그 시간을 준비하느라 행복하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그렇다면 전문적으로 사진만 찍지 않느냐고.  그는 실제로 스페인의 한 무용단에서 채용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그 무용단을 맡아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삶의 무대는 유럽이 된다.  늘 그는 말한다.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사람들이 예술의 가치를 알아주면 좋겠다고.  그곳에 가면 매월 정기적으로 월급도 받고, 과외로 사진을 찍어서 사진전을 열고, 그곳에서 사진을 팔아서 경제적 이득은 물론 인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는 결국 스페인으로 떠나지도 않았다.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 때문이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그를 키워주신 할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외국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결코 할머니 때문은 아니라고.  그가 할머니를 손자 앞길 가로막는 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다른 사연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사진 찍는 일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계를 위해 유학원을 하며, 오늘도 공연을 찾아 먼길을 떠난다.  

 

그는 모델 뺨치게 잘생기고, 멋있으며, 영어도 굉장히 잘한다.  무용이나 음악 등 고상한 예술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유학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가 너무나도 안타까운 삶을 사는 것만 같다.  그 인물에, 그 인간성에 아직 결혼도 못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다.

그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많다.  하지만 그가 좋아하는 것은 하나이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 없다.  함께 일을 한 적이 있는 한 학생은 중학교때부터 정치가 좋았고, 그래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정치학 교수를 하기 위해 장학금 받고 유학을 갔다. 그는 그가 행운아라고 말한다. 

 

이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그것이 경제적, 사회적인 지위까지 준다면 좋겠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건, 잘하는 것을 선택하건, 남들이 알아주는 것을 선택하건, 그것은 남들이 평가할 부분이 아니라, 자신이 그 선택에 만족하면 되는 것이다.

 

컨설팅을 받거나, 가끔 메일로 문의를 하는 사람 중에서 돈은 상관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사실 한번뿐인 인생, 신나게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꿈꾸는 삶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 ? 갚아야 할 대출이 있고, 아이들 교육이 중요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럴 듯해 보이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도 다시 계산기를 두드려 보게 되는 이유로 그렇게 못사는 사람이 더 많다. 즉, 자신이 신나는 삶 말고 다른 것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컨설팅을 진행하다가 심지어는 “왜 인정 받고 살아야 하나? 모든 사람이 다 인정 받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충실한 삶. 자신 혹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받아들이는 똘레랑스. 그것이 더 필요할 때도 있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인정해 주는, 세속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매우 변덕이 심하다.  내가 이런 남들의 눈에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나에게 중요한 남이라면 필요하겠지만, 대중적인 잣대를 개인에 삶에 지나치게 들이대지 않았으면 한다.

 

누구는 연봉이 얼마고, 누구는 이번에 뭐가 되었고… 그것보다는 나는 무엇이 되고 싶고, 나는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고, 지금은 얼만큼을 이루었고..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래야 행복하다.  또한 남들을 의식하면 결국 잘해야 평균하는 하는 삶밖에 못산다.

 

직업이나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강의 요청을 받는 것이 유망업종이다.  물론 유망업종은 있다.  그러나 유망업종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사양업종이라도 자신이 좋으면 그 일을 하라고, 대신 트랜드를 읽고 자신이 어떤 식으로 적응할 것인지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좋은 직장도 매우 주관적이다. 몇 년째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뽑히는 삼성전자도 자기발로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한 해에 수백 명이다.

 

한 클라이언트는 최첨단 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그 일을 그만두고 긴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는 소방관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  그의 꿈은 고향에서 소방관(행정을 주로 보는)으로 살면서 전통 목공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이런 젊은이가 어디 흔하겠는가?  전통목공은 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된 수입은 다른 곳에서 나와야 할 것 같아서 소방관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의 행복한 미소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커리어 관리를 해야 하고 성공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행복이란 참으로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는 까다로운 것이라 추구한다고 해서 나에게 반드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아주 내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주체적으로 느끼는 것이지, 성공의 별책부록이 아니다.  그 행복을 찾을 수만 있다면, 굳이 남들의 구미에 맞는 삶을 사느라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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