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순수보장형 vs 만기환급형

작성자
강준현
등록일
2012/05/31
조회수
10761

순수보장형과 만기환급형. 자주 접하는 용어죠? 그렇습니다. 보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각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순수보장형 보험이란 보험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고객이 돌려받는 돈이 전혀 없는 소멸형 보험이고, 만기환급형 보험이란 보험기간 종료시점에 돌려받는 돈이 있는 환급형 보험입니다. 만기에 돌려받는 돈을 환급금이라고 하는데 환급금은 일반적으로 주계약보험료 전액, 또는 납입한 보험료 전액이라고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소멸형 보험과 환급형 보험. 여러분은 어떤 게 더 낫다고 생각되나요? 아무래도 뭔가 돌려받을 게 있는 환급형 보험에 더 관심이 가지 않나요? 아마 그럴 겁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환급형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금융기관에 돈을 맡겼는데 그 원금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원금보장사상’이 뿌리깊게 새겨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그간 필자가 해 온 상담에서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여기에 딴지를 한번 걸어보고 싶습니다.

 

 먼저, 보험료의 구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는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매월 10만원씩 납부하는 보험이 있다고 할 때 이 10만원은 위험보험료 3만원, 저축보험료 6만원, 부가보험료 1만원, 이런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든 것이고 보험회사마다, 보험상품마다 위험, 저축, 부가보험료의 비율은 각각 다릅니다. 아무튼 보험료는 이 세 가지 보험료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위험보험료가 바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준비하는 보험료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암진단을 받고 보험금 3,000만원을 받았다면 이것은 보험사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아서 모아놓은 위험보험료에서 지급된 것입니다. 보험의 본질에 가장 부합되는 보험료가 바로 이 위험보험료입니다. 그리고 저축보험료는 보험계약자가 중도에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만기가 되었을 때 돌려주는 돈, 즉 해약/만기 환급금을 위해 보험사가 따로 모아서 정해진 이자율로 불리는 돈입니다. 이 저축보험료는 보험금 지급과는 상관이 없고 환급금 지급만을 위해서 적립하는 돈입니다. 만약 저축보험료가 없다면 당연히 환급금도 없겠지요. 따라서 저축보험료가 있으면 만기환급형이 되고, 저축보험료가 없으면 순수보장형이 되는 것입니다. 즉, 보험금 지급은 위험보험료에서, 환급금 지급은 저축보험료에서 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가보험료는 보험사가 보험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사용하는 돈으로서 임직원, 대리점, 설계사 등의 급여/수당 지급, 임대료, 전산시스템, 집기/비품 등에 할당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위험보험료, 저축보험료, 부가보험료로 구분되어서 각각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저축보험료의 유무에 따라서 순수보장형 보험과 만기환급형 보험으로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보험료의 구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순수보장형과 만기환급형을 실제 사례를 통해서 비교해 보겠습니다.

 

 박상덕씨(가명, 40세 남자)는 사망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60세까지 1억원을 보장해 주는 정기보험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보장기간도 20년이고 납입기간도 20년으로 결정했는데 순수보장형으로 할 지 만기환급형으로 할 지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각각에 대해서 H보험사의 가입설계서를 받아보니 월보험료가 순수보장형은 45,000원이고, 만기환급형은 190,000원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20년간 총보험료가 순수보장형은 1,080만원이고 만기환급형은 4,560만원이 나왔습니다. 만약 박상덕씨가 60세 이전에 사망한다면 순수보장형이든 만기환급형이든 보험금 1억 원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60세 이후까지 생존한다면 순수보장형의 경우에는 원금 1,080만원이 고스란히 소멸되고, 만기환급형의 경우에는 원금 4,560만원을 돌려받게 됩니다. 박상덕씨의 생각에 순수보장형이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소멸되는 돈이라서 아까운 생각이 들고, 만기환급형은 보험료가 부담되지만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고… 고민이 점점 심해집니다. 여러분이 박상덕씨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이 경우에 필자라면 순수보장형을 추천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부가보험료의 차이입니다. 45,000원에도 부가보험료가 포함되어 있고 190,000원에도 역시 부가보험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수보장형이든 만기환급형이든 똑같이 1억 원을 보장하지만 이 둘의 부가보험료가 같은 금액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부가보험료는 일반적으로 전체보험료의 규모에 비례하기 때문에 후자가 전자에 비해 부가보험료가 4배 정도 많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부가보험료는 보험금 지급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보험사의 비용으로만 사용되는 돈입니다. 그래서 설계사의 수당도 후자가 4배 정도 많습니다. 똑같이 60세까지 1억 원을 보장하는 상품인데 만기환급형이라고 해서 비용을 더 많이 공제한다면 결국 고객입장에서는 불리한 것입니다.

 

둘째는 기회비용입니다. 만기환급형의 보험료 190,000원은 순수보장형 45,000원+적금 145,000원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같은 190,000원으로 한쪽은 만기환급형을 선택하고, 다른 한쪽은 순수보장형으로 45,000원을 20년간 납부하고 둘 사이의 차액 145,000원은 따로 적금으로 저축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20년 후에 받는 금액을 비교해 보자는 겁니다. 20년짜리 적금을 찾을 수가 없어서 10년간 적금(1~10년) 후 10년간 예치+또 10년간 적금(11~20년)의 형태로 계산해 보았더니 4% 이자율일 때 27,285,179원+20,368,614원=47,653,793원(세후)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20년 후에 받는 금액이 만기환급형(4,560만원)을 선택하는 것보다 약 200만원 정도 더 많다는 말입니다.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145,000원을 적금이 아니라 같은 H보험사의 연금저축(현 공시이율 4.7%)으로 선택하면 20년 후에 5,350만원 정도가 예상되고, 기대수익률이 더 높은 변액보험이나 적립식펀드를 선택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쌓여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립식펀드의 실수익률이 연평균 8% 정도 된다면 20년 후 적립금은 약 8,600만원이 됩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수익률이 나와주느냐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만 20년 정도의 장기간이라면 충분히 해볼만한 예상입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20년 후에 원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추가로 납부하는 145,000원에 대한 기회비용이 생각보다 크고, 그 145,000원을 다른 상품에 저축/투자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열매로 돌아올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필자의 방식으로 순수보장형과 만기환급형 보험을 비교해 보았는데, 이러한 비교는 저축보험이나 변액보험 등에는 적용되지 않고 보장성보험의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또한 박상덕씨의 경우에는 순수보장형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지만 모든 경우에 순수보장형이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필자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보장성보험을 구입할 때 굳이 원금보장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덧붙여서 보험료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닥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비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컨대 10층짜리 건물을 가지고 임대료를 받는다고 할 때 그 임대료 전부가 수익은 아닙니다. 인건비, 관리비, 수리비, 보험료, 세금 등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들이 있고 이런 비용은 회수되지 않습니다. 박상덕씨가 회수되지 않는 보험료 1,080만원을 자신의 가족들을 20년간 지켜주는 필요경비라고 생각한다면 속이 쓰릴 정도로 아까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이롭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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