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30대! 무엇을 할수 있을까?

작성자
김현정
등록일
2005/07/15
조회수
130474

후배가 유학길에 오른다 하길래 저녁을 함께 했다. 최근 발간한 필자의 졸저 ‘직장인 10년차’를 두권을 건네며, “한권은 기념으로 갖고 한 권은  ‘직장인 10년 차’ 오빠 드려”    “어머 ! 우리오빠 회사 그만 뒀어요”

모 방송국에 기자로 있는 그녀의 오빠가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고 중등교사가 되기 위해 입시를 준비한다고 하여 집안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이라는 회사, 그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고, 대한민국 엘리트를 자처하던 그가 30대 중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중학교 선생님에 도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미쳤네” “장가는 다 갔군”

 

내 클라이언트 중에도 30대 초반, 더 이상 직장에서 비전을 볼 수가 없다는 판단에 회사를 그만두고 교원대에 입학을 염두에 두는 분도 있었고, 중등교사를 하기 위해 교육대학을 진학하는 계획을 세운 분도 계셨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사실 지금 하는 일이 거의 막다른 골목에 다 달은 상태이거나, 현재 커리어를 업그레이드를 시키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 된 것이었다.  즉, 정말 교사가 되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솔직히 아니다.

 

후배에게 물었다.

 

“아니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둔대? 거기 기자는 일 안하고 싶으면 책상만 지키고 있어도 월급 나온다던데?”

 

“오빠가 나름대로 책임감 같은 것도 있고 그래서 대충은 못하고, 일을 열심히 했나봐요. 그랬더니, 자기 이렇게 계속 살면 마흔에 죽을 거 같다고.  몸 편하게 오래 살고 싶대요.”

 

교사를 하고 싶어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교사를 너무 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 버린 것도 아니다.  말재주, 글재주가 워낙 있는 사람이니, 교사를 해도 잘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교사가 되겠다는 결정에 이런 커리어 플래닝적 시각이 도입되었다기 보다는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이라는 인상이 짙다.

 

30대 초중반.  사실 누구든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교수들은 7년에 한번씩 안식년을 갖는데, 이제는 한 1년쯤 푹 쉬면서 재충전을 해야 할 시기일 것 같은데, 더 큰 산이 내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있고,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는 ‘노’에서 ‘사’쪽 으로 전환이 되는 시기이니 그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쉬기는커녕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이다.

 

하지만 정작 상담에서 만나는 30대들이 느끼는 막막함은 이런 정신적 육체적 피로와 고갈에서 오는 현재의 두려움보다는 이런 인생이 정착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10년은 모르고 살았으니까 살았는데, 앞으로 10년을 이렇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무섭고, 컴컴한 굴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까지 말한 분도 계셨다. 잘나가는 사람은 잘나가는 사람대로, 밀려날 것 같은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지금의 삶이 미래에 계속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에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한다.

 

나이 서른이면 바위에라도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 바위가 아닌 다른땅에 - 그것이 어디가 되었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사실 20대와 같이 30대를 보낸다면 40대를 제대로 보낼 수는 없다.  어느 광고에서처럼 30대는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럼 30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일반 기업에 들어간 경우라면 고용보장이 잘 되지 않는 상황에 굉장히 큰 불안감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일자리에서 40대를 맞을 수가 없다면 한살이라도 어릴 때,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한 도전을 해야 한다.  많이들 하는 것이 공무원에 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고시공부를 할 리는 만무하다. 그래서 많이들 생각하는 것이 ‘교사’이다. 

 

수능을 다시 봐서 교대를 들어가거나, 교육대학원에 들어가서 자격증을 따고, 임용고시를 봐야 하는 등 길게는 4-5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리고 나서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다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계산이다. 최근 교원 임용의 나이 제한을 폐지한 후 많은 사람들의 고려대상이 되었다.

 

자신의 고용안정성을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인중개사’ 등 ‘모 아니면 도’식의 도전보다는 조금 시간이 들더라도 공무원처럼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업에 도전해 볼 만하다. 

 

전에 공부 좀 했던 사람들이라면 치대, 한의대, 약대를 도전해 볼만도 하다.  물론 망하는 병원, 약국도 많지만, 본인이 큰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정년을 채울 수 있는 직업이라는 매력이 있다.

 

지금 하는 일에서 도태되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라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다.  승진을 거듭해서 임원이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에 2% 부족한 느낌이라면, 학위를 따면 좋다. 

대신 이것은 어디까지나 승진등의 시기에도 유용하게 쓰여질 자료이기 때문에 명성이 있는 곳에서 따야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과정이나, 인터넷 교육기관에서 주는 MBA보다는 돈과 노력을 들여서 유명 대학의 경영대학원이나 유학을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나이가 30대 중반이 넘었다면 석사로는 별 의미가 없다.  석사는 과장, 차장 까지는 역할을 하지만, 부장, 임원이 되는 데는 별 경쟁력을 가지지 않는다.  30대 초반에 석사로 본인을 업그레이드 하지 못한 30대 후반이라면 박사를 하거나, 차라리 인맥을 쌓기 위한 최고경영자과정 등을 두드려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김부장이 서른 일곱에 미국에 박사를 하겠다고 떠날 때 사람들은 모두 무모하다고 했다.  하지만, 5년 후에 돌아왔을 때, 그의 연봉은 딱 3배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40대 초반에 지식의 freshness (신선도)는 20대 수준이다.

 

연륜과 최신 지식으로 무장한 그의 자리를 넘볼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좀 걱정이 되는 것도 있다. 연봉이 너무 높아서 승진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누가 그런다.  그럼 ‘교수라도’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앞으로 이 일을 더 이상 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창업이나 전문가의 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다만 이제는 제대로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다 한다고 우르르 몰려다니다 보면 40대에 똑 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서서히 준비하고, 스스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무조건 그만두고 준비하라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런 경우 대부분 실패로 이어진다.  미리미리 생각이라도 하고 있던 사람과 갑자기 닥쳐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은 다르다.

 

고깃집을 할 생각이면, 회사에서 좋은 조건에 명예퇴직을 모집할 때 미련없이 사표를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는 장안에 유명한 고깃집을 돌아다니며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익혀야 할 것이며, 인터넷 동호회에서 인맥도 쌓아놓아야 한다. 지금 하는 일에 전문성을 살려 프리랜서 컨설턴트를 할 수도 있고, 책을 쓰고 강의를 할 수도 있다.

 

취미로 하던 것을 직업으로 연결 시키는 것도 좋다.  골프를 열심히 쳐서, 프로로 데뷔한 후 골프 연습장을 차리겠다는 계획도 괜찮다.  글재주가 좀 있다면 대학 입시 논술 선생이 되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자신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뭘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이런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리고 실행을 해서 성공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30대일 것이다. 그렇다고 시도만 한다고 다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또 누가 그런다. 망해도 30대에 망해야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오늘 나 자신과 진한 속내를 털어놓는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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