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직장인 10년차.

작성자
김현정
등록일
2005/06/27
조회수
52237

직장인 10년 차. 정말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가 없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에서 원고 청탁을 받아 1년에 걸친 작업 끝에 지난달에 <직장인 10년차>라는 책을 펴냈었다.

 

 필자는 미국에서 상담심리학 커리어 카운슬링을 전공하고 미국학교에서는 주로 대학, 대학원생들 대상으로 커리어카운슬링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는 고위간부, 임원급의 커리어 컨설팅을 전담했다.  물론 나이 많으시고, 경력 화려하시고, 성공을 일구어온 분들께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컨설턴트였지만, 오히려 내가 배우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한결같이 하신 말씀이 있으셨다.

 

“내가 이런 컨설팅을 좀 더 일찍 받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다”고. 

 

필자가 컨설팅을 잘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만, 자신의 과거, 미래와 진로에 대해서 객관적이면서도, 총체적인 그림을 미리 그려보고, 세상을 제대로 읽고, 그에 따른 기술과 마인드를 습득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20-30대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위해 내 회사를 차렸고, 책을 썼다.

 

필자의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30대 초반, 직장인 4- 10년 차들이다.  모 생명보험사 광고에서처럼 그들은 인생의 한가운데 서 있으며,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고,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신입사원 같은 패기는 사라지고,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과, 자신의 달라지는 역할에 스스로 매우 낯설어 한다.  미혼의 사원이 남편 혹은 아내가 되고, 과장이 된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된다.  이런 과정에서 총체적인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도 있고, 살아 남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새로운 역할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있을 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헤매이고, 결국엔 별 필요도 없는 일에 시간, 돈, 에너지를 퍼 붓다가는 곧 그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에 허무감에 빠진다.  그리고는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난 안돼. 다른 일을 알아보자”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다른 일도 결코 만만치 않다.

 

‘직장인’ 은 누구든 될 수 있지만, ‘성공한 직장인’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생의 균형을 맞추고, 오랫동안 성공의 수액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고,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고칠 수 없을 때가 되기 전에 노력한다면 충분히 ‘성공’을 할 수 있다.

 

사실 10년 차까지는 특별히 모나게 행동하거나, 정말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직장을 다닐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10년은 장담할 수 없다.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 회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오시는 분들이 결코 회사에 적응을 못하거나, 공이 없거나,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하지 못했을 뿐이다.  아랫사람들을 잘 끌고 갔어야 한다거나, 윗사람과 화합할 줄 알았어야 하거나, 조금 더 지식을 쌓았어야 하거나, 조직의 수를 먼저 읽고 행동했어야 했거나, 사생활을 잘 관리했어야 할 뿐이다.

 

10년차 들의 앞으로의 10년은 분명 위태로우면서도 해볼만한 빅리그가 아닐 수 없다.  10년차면 실력은 우선은 인정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다른 면에서의 진검 승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봐주는 것’도 없다.  그리고 상대들은 다들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다.  실력 없고, 발전하기 싫어하고, 프로의식 없는 사람들은 이미 사라졌고, 있다 한들 그들은 나의 상대들이 아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이 필요하고, 그것들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 변화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업무 습관이나 믿음.  그런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대한민국 남자들은 일을 잘하려면 당연히 가정을 희생시켜야 한다고 믿어 왔다. ‘가정적인 남자 = 무능’의 등식이 성립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가정을 잘 다스리고, 그로부터 진정한 행복과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을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일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내가 하리?” 라는 오래된 유행어처럼 나이와 직위를 이용해서 아랫사람에게 군림하려 든다면 이제는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다.  스스로 실천하고, 윗사람보다 아랫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실적으로 연결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다 늙은 사람인양, 회식 때는 방바닥에 앉아서 삼겹살 굽고, 노래방에서 구닥다리 노래에 덩실덩실 취하기 보다는 젊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회식자리에서도 빛날 수 있는 개인기를 마련해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한두가지만 바꾸기 시작한다면, 다른 부분들도 서서히 바뀔 것이다. 

 

왜냐면 잘나가는 10년차들. 우리와 함께 학교를 나오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그들은 이미 이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별난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있고, 회사와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이미 이렇게 다 바뀌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내가 책에 쓴 내용도 머리 속에서 쥐어짜낸 것이 아니라, 내가 상담을 하면서, 교육을 하면서, 스스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책을 쓰기 위해서 10년 차들을 찾아 다니면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들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무엇을 따랐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믿음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이런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손을 털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말하지 않았는가?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했다면 지금부터 새로운 리그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하는 대결이니, 이제부터 제대로 하면 된다. 전반전에 지고 있다고, 그 경기를 진 경기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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