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위험의 이전

작성자
하상주
등록일
2007/11/28
조회수
4356

위험(risk )또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말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투자 손실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하자.

 

파생상품의 발달은 과연 위험을 이전하는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것일까? 이 질문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학계와 업계에서 이 질문을 둘러싸고 오래 동안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나는 이 질문에대해 대답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말은 할 수 있다.

 

은행이 어떤 회사에 대출을 해 주고는 이 대출을 장부에 대출자산으로 가지고 있지 않고 이 대출자산을 기초로 여러 개의 새로운 상품(*파생상품, 또는 새로운 채권)을 만들어서 연금기금이나 보험회사에 팔았다고 하자. 그러면 혹시 그 회사가 부도를 내더라도 은행은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고, 손실은 새로운 상품을 산 몇 개의 연금기금이나 보험회사가 지게 된다. 연금 기금이나 보험회사는 투자자금의 성격이 장기 자금이고, 또 한 연금이나 보험회사가 입게될 손실은 그 규모가 작아서 이 회사의 부도는 전체 금융시장에 별 충격을 지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분명 파생상품은 단순히 위험을 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십시일반으로 위험을 나누어 가지므로 금융시장이 위험을 흡수하는 능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분명 하나의 발전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 또는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1) 금융시장에서 인수합병이 일어나 이 위험의 생산, 이전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금융기관의 숫자가 줄어든 경우, 파생상품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위험은 한편으로는 분산되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미국에서 거래되는 장외파생상품의 거의 대부분이 대형 몇개의 금융기관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2)위험의 값이 시장에서 잘 평가되지 않고 왜곡되고 숨어있는 경우다. 예를 들어 신용의 질이 낮은 사람/기업에 낮은 금리로 대출한 경우다. 그리고는 이 대출이 파생상품으로 바뀌어 시장밖에서 거래되거나 또는 만기까지 거래되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다. 이는 금융시장에 별 문제가 없으면 그냥 지나가지만 지금처럼 문제가 되면 오히려 위기를 더 키운다.

 

3)레버리지와 관련된 문제다. 이것도 접근하기가 편하지 않은 주제다. 레버리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재무 레버리지다. 어떤 회사가 자기자본 1에 부채 3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 회사의 재무레버리지는 3이다. 이런 회사는 레버리지가 높은 편이다. 이 회사는 레버리지를 정상 수준 또는 회사가 견딜 수 있는 수준 또는 예상할 수 있는 나쁜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회사가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4라는 돈으로 투자하는 사업은 실패의 위험이 낮아야 한다. 즉 이 회사가 투자하는 사업의 성격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나타내는 것을 경제적 레버리지라고 부른다. 그래서 한 회사의 전체 레버리지는 이 둘을 합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재무 레버리지가 일반 사업 회사보다 훨씬 더 높다. 예를 들어 어느 금융기관 (은행 또는 헤지펀드)의 재무 레버리지가 10이라고 하자. 그리고 이 금융(또는 투자기관)이 전체 자본 10 중에서 5를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고 하자. 만약 그 파생상품이 서브프라임을 기초로 한 CDO인 경우, 이 헤지 펀드가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 CDO 조각 중 부도 위험에 가장 먼저 노출되어 있는 주식 조각(*equity tranche)에 투자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 주식 조각이 한 건의 CDO에서 5%를 차지한다고 하자.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위의 경우 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100)의 가격이 부도 등의 이유로 5%가 떨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이 CDO의 하위 등급에 투자한 헤지펀드는 투자액 모두를 날리게 된다. 당연히 이 헤지펀드는 5라는 투자손실을 자신의 주주자본으로는 메우지 못한다. 이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9에해당하는 금융기관이 돈을 돌려달라고 할 것이고, 1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투자금액을 돌려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이 헤지펀드는 어디서 5라는 돈을 더 조달해 오거나 남아있는 자산 5를 팔아서 투자가에게 1을 돌려주고 빌린 돈은 다 갚지 못하고 파산하게 된다. 이 경우 당연히 이 헤지펀드가 팔려고 내어 놓은 5에 해당하는 자산의 가격은 4나 3으로 값이 떨어질 것이다.

 

만약 이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의 가격이 5%가 아니라 10% 심하면 20%가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CDOD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95에 해당하는 일부의 조각에 투자한 투자기관들까지 이런 파산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런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한 은행들은 이 헤지펀드들이 파산을 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추가로 은행의 돈을 집어넣고 있다.

 

레버리지는 문제가 없을 때는 작은 주주의 돈으로 높은 수익을 내도록 도와주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파산에 빠지도록 만든다.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의 이전에는 바로 이런 레버리지 문제가 언제나 붙어다닌다.

 

4)파생상품을 통한 위험의 이전은 위험을 쪼개서 나누어 갖는 사람들이 서로 성격이 다를 경우에는 위험이 이전된다. 즉 한 사람은 몸이 아프지만 다른 사람은 건강하므로 건강한 많은 사람들이 아픈 한 두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한 사람이 아플때 모두가 같이 아프다면 어떻게 될까?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의 이전은 이처럼 과거에는 서로 관련이 없던 관계들을 서로 관련이 깊은 관계로 만들어 버린다.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국제화라는 바람을 타고 자본의 이전이 자유로와지면서 서로 관련이 깊어지게 되었다.

 

5)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공식 거래소가 없어서 파생상품의 가격을 알기 어렵다. 가격을 알기 어려운데 어떻게 손실의 정도를 알 수가 있을 것인가? 이는 마치 눈을 가리고 차길을 건너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위험이 실제보다 더 증폭된다. 즉 "광우병에 걸린 소"의 현상이 생긴다. 100마리 소 중에서 한 마리가 광우병에 걸렸다고 그 위험이 작은 것이 아니다. 고기들이 서로 섞여 있으므로 100마리 모두 광우병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사실 인과관계도 분명하지 않고, 서로 연관이 없는 현상을 나열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들이 서로 섞여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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