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하반기에만 두번이나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도 동시에 떨어졌다.
3월부터 시작된 적격대출상품은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중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로의 이동이 3월부터 불과 6개월만에 6.1%포인트가 높아졌다고 한다. 이 가세를 몰아 현재 모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보험회사까지 뛰어들어 이 적격대출을 취급한다. 최저 금리는 3.9%까지도 가능하다.
1억을 빌리면 1년에 이자로 월 32만원가량만 내면 되는 것이다. 대출을 받는 서민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1억 전세를 살던 사람이 3억 내집마련을 하면서 취/등록세를 다 면제받고(올해까지) 2억 대출을 받아도 월 60만원대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기만 한다면 되는 일이다. 그것도 10~35년간 <고정금리>로 말이다.
앞으로 장기 저금리시대를 예측하여 지금 고정금리를 하면 오히려 더 손해라는 견해도 있으나, 수출이 경제 전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장기저금리는 지금과 같이 고용불안과 소비감소, 경제침체와 물가인상이 동시에 수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그러려면 물가가 떨어지고 돈의 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원화가 세계 시장에서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결국 금리는 언젠가는 다시 우상향의 파고를 그릴 수 밖에 없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털어야 할’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NPL-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대출로 이자를 받지 못하거나 원금을 떼일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되는 부실채권)이 4조5천억 원에 달한다.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방법으론 대손상각(회계상 손실처리)이나 매각, 담보처분, 여신정상화 등이 있다.
은행은 개인이나 기업에게 돈을 받아 여기에 정해진 금리를 더한 이자를 주기로 약속하고, 그 이자를 더한 금액에 가산금리를 더해 돈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가계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이 사업의 중추이다. 위와 같은 부실채권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맡겨진 돈들은 은행에서 은행을 돌아 허수의 돈을 발생시키며 결국 한국은행에서 찍어낸 돈보다 시중에 도는 돈이 더 많아지는 거품을 형성한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금융업법에 의해 규제되는 것이 바로 자기자본비율(bis). 대출을 해주더라도 일정 비율을 돈을 묶어놓음으로 인해 돈을 맡긴 사람들이 언제라도 자신의 돈을 가지고 갈수 있게끔 해놓은 것이다. 즉, 은행은 수많은 사람들의 돈을 모아서 이를 불려내고 거기에 대부업을 통한 이득을 얹어가고 돈을 갚지 못하게 되는 위험을 관리함으로서 수익을 조절해 가는 것이다. 예적금을 제외한 모든 투자의 책임이 항상 '투자자에게만' 있다고 금융회사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말이다.
빌려주는 돈이 많아질수록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져 이는 곧 은행의 신용도나 부실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신뢰를 잃은 은행은 돈을 맡긴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감으로서 발생되는 ‘뱅크런’이 일어날수 있다. 일련의 저축은행사태가 바로 이것이다. 은행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이‘뱅크런’이다.
그래서 은행은 <약해보이지 않아야 하며>, <언제라도 자금을 보충할 수 있을것처럼 포장>이 되어있어야만 한다.
서브프라임(subprime: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모기지 사태는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주택소유자들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국2위의 서브프라임모기지 회사가 파산함으로서 여기에 투자한 세계의 헤지펀드 은행 보험사의 연쇄적 붕괴로 이어진 금융위기를 말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 금융위기의 전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붕괴가 아닌 (그건 단순한 시발점일뿐이다.) <서브프라임 자산 유동화시장>이었다.
은행의 부동산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미국에선 채권을 발행하여 은행과 투자자(집을사려는)사이에 자금을 모집하는 중간거래자 역할을 하는 모기지 업체들을 두었다. 이들은 민간업체이긴 하지만 자산이 부실화될 경우 원리금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모기지 담보 증권(MBS)이다. 이렇게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위험은 조금씩 희석되어 갔다.
이 MBS는 신용부도스왑(CDS-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가 나더라도 원금을 상환 받을 수 있게 보장한다는 전제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파생상품과 결합하였다. 이때부터 무분별한 CDS의 발행과 조합이 시작되어 그 잔액은 2년 만에 62조 달러까지 치솟으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위험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무엇이 위험인지 그 자체를 금융회사들이 분간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적격대출이란 ‘규격화된 대출’이란 뜻으로 주택금융공사가 요구하는 규격대로 은행들이 상품구조를 짠 상품이다. 이를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고 바로 MBS로 만들어 시중에 내놓은 것이다. 정부 보증이니 안전하고 잘 팔린다. 그렇게 희석된 위험을 가진 채권들은 우리나라 경제 전체 금융시장에 아주 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위험을 관리해야할 은행은 이제 판매의 역할만을 할뿐, 그 어떤 리스크도 책임지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재원은 정부에서 조달이 되고, 은행은 대출상품의 명칭과 금리를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판매, 금융기관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대출채권을 양도하기 전까지는 조기상환수수료역시 은행의 수입이 된다. 한마디로 위험은 전혀 없으며 수지맞는 장사인 셈이다. 기존의 대출자들을 적격대출로 전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자기자본비율은 멋지게 위로 올라가 버린다.
보험회사는 과거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력 등이 있는 사람은 보험의 재가입을 거절하거나 비싼 보험료를 징수한다. 건강하게 보험료를 내고있는 사람들과의 형평성의 차원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지의 의무를 받아오는 일을 보험설계사(판매 및 중개의 역할만을 수행하는)에게 일임한다. 보험설계사는 자신의 영업수당을 위해 고객의 병력사항을 일부러 누락시키게 되고 이는 가입 당시부터 부실계약의 단초가 되어 향후 보상과정에서 민원을 발생시키고 보험사가 도리어 계약무효를 주장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애초에 고지의 의무를 보험회사가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내사직원(언더라이팅)이 담당한다면 이러한 부실계약은 애초부터 막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과정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혹은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나쁜 마음을 먹고 보험설계사와 입을 맞춰버린 불량가입자를 막을 방도는 없다.
은행은 이제 이 적격대출에 있어선 보험설계사와 다를게 없다. 즉 자신들이 대출심사를 하지만 굳이 까다롭게 위험을 측정할 이유가 없는것이다. 팔아야지 수수료가 떨어지므로.
일반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조건은 아파트와 단독, 연립, 다세대, 빌라 마다 그 기준이 다 다르며 대출을 하는 사람의 직업이나 연봉수준, 기타 금융거래 실적등등 따져볼 요소가 엄청나게 많다. 즉, 이것이 부실채권을 만들어 내지 않기 위한 위험을 선별해 내는 작업이다. 그런데 적격대출은 이러한 요소들이 없다. 아파트건 연립이건 다세대건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면 시세의 현재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렇게 안에서 언제 썩어갈지 모르는 부실채권들은 증권화되어 또 CDS프리미엄 같은 각종 파생상품과 결합하여 포장되고, 희석되고… 만연해져 갈 것이다.
한마디로 MADE IN KOREA SUBPRIME 의 탄생이다. 비록 그 주체가 미국은 거대 금융회사였고 우리나라는 정부인 것이 다른 점일까. 미국의 서브프라임은 호황기였을 당시 투자자들에겐 내집마련과 부동산투기를 위한 꿈의 상품이었고. 한국의 적격대출은 극도로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 이미 너무 많은 대출로 숨이 턱까지 치솟은 사람들의 숨통을 그나마 틔워주는 <대환대출전문상품>이란 것이 다를뿐이다.
적격대출은 분명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우리들의 입장에선 분명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그러나 이는 저 모기지 대출이 전세계에 일으킨 여파를 감안했을때의 위험으로는 핵폭탄급의 검증되지 않은 위험상품이란 점이다. 양날의 칼이라랄까. 남을 베는데도 유용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 모두가 죽을수도 있는 것이다.
부정으로 가득한 저축은행장과 그 임원들의 만행으로 저축은행에 돈을 넣거나 투자한 사람들만 피해 본 것이 아니다. 이는 주식시장 전반, 채권시장과 관련된 기업 모두의 영업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 사상최고치를 기록케하고 소비의 부진, 전방위적인 불황을 끌어내었다.
금리가 바닥을 기는데도 변동금리상품을 고객이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내려주지도 않는 은행들이 – 변동금리대출상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지금바로 자기 금융회사에 전화한통씩 넣어보시기를 -부동산 거품과 그 위험성에 대한 준비를 하기보다 오히려 이 거품의 위험을 눈가리는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것도 어쩌면 IMF때 금융회사 지분의 절반이상을 외국자본에 넘겨버린 우리들이 안아야할 숙제일지 모른다.
나는 아직도 어릴 적 어머니와 손을 잡고 갔던 새벽시장에서 웃는 얼굴로 어깨에 띠를 두르고 상인들의 통장에 도장을 찍으면서 돌아다니던 은행원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들이 지원해준 돈들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젖줄이였으며 희망의 동반자였으며 자식들의 미래의 토대였었다. 그들의 구둣발은 시장바닥에서조차 아름다워 보였다.
점점 높아져만 가는 은행문턱의 높이와 함께, 돈이 돈을 지배하고, 사람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지금이 현실에서, 금융인들과 그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의료인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같은 양심과 정의구현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헛된 망상인 것일까하는 절망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