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종신보험은 죽었다?

작성자
이상욱
등록일
2003/12/24
조회수
11234

시장은 스스로 변화합니다.. 기존에 시장을 주도하던 상품이 포화되면 전혀 새로운 상품이 나오거나 기존의 상품에 변화를 준 상품이 등장하며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시장은 나름대로 살아 움직이게 됩니다.. 항상 이러한 반복 속에서 시장은 진화하고, 발전을 거듭하며 스스로의 크기를 키워 나가는 것이지요..

 

보험시장에도 이러한 변화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생긴 종신보험은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데요.. 국내에는 IMF 이후 소개된 이후 짧은 시간 동안에 국내 보험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너무 빨리 자리 잡았다고 해야 하나요? 벌써부터 "종신보험 시장은 포화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유럽식 방카슈랑스가 도입되고 미국, 일본에서 선보였던 변액보험이 준비되고 있고.. 대한민국 발전의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기존의 흐름을 짧은 시간 안에 다 따라 잡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한국적인 조급증을 빼 놓을 수 없는데요, 너무 급속하게 보급이 되더니 발전 속도가 조금만 둔화 되어도 '포화' 되었으니 바로 다음 카드를 꺼내어 시장의 발전속도가 늦어지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태세이니 말이지요..

 

최근 '정기보험'을 종신보험을 대체하는 차세대 주자로 미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입니다.. 몇몇 일간지에 소개가 되기도 하고 있으며, 회사들 마다 강화된 정기보험을 새롭게 포장하여 내어 놓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죽었다'고 판단하는 업계 관계자도 없지 않아 있구요..

 

표면적인 흐름을 읽어 드리면,

 

1. 종신보험을 가입하고는 싶은데 비용이 너무 비싸서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적합하다..

2. 사망보험금을 굳이 많이 가져갈 필요 없으니 사망의 위험이 가장 큰 시기만 집중적으로 보장을 하면 된다..

3. 종신보험에 비하여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보장을 가져가면서 나머지 비용으로 노후를 위해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3가지 이유는 현재 시장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아주 논리적이며, 가뜩이나 포화되어 있는 시장에 돌파구를 뚫어 줄 수 있는 모양새와 고객의 Needs를 잘 가지고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요?

 

실제로 저도 오래전 부터 고객의 상황에 따라서 종신보험 보다는 [정기보험 + 연금보험/양로보험]의 조합을 플랜하여 드리기도 했습니다.. 미혼이며, 앞으로 독신의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께서 매우 만족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처음에는 [종신보험 + 연금보험/양로보험]의 조합을 추천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종신보험 대신 정기보험을 대안으로 채택했던 경우입니다.. 이에는 아래와 같은 전제를 달았었지요..

 

1. 정기보험의 만기는 20년, 60세로 짧으므로 만기 이후에는 보장이 중단되므로 만기 전에 종신보험으로 전환하거나, 만기 이후 새로운 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2.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보험료 상승, 건강상의 이유로 가입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하기 전에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제가 [정기보험 + 연금보험/양로보험]을 권할 때에만 해도 정기보험은 종신보험에 가입이 어려운 분들에게 그 대안으로 임시용 안전벨트를 메어드린 다는 뜻으로 추천해 드렸었습니다.. 보험이 항상 그렇듯 당장 내일을 위해서 준비하는 것이기에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보장이 필요한 경우 정기보험은 차선책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정기보험은 차선책이 아닌 차세대 주자인 것 처럼 시장에 새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말, 종신보험은 이제 죽은 걸까요?

 

저는 이 부분에서 고객을 위해 고민하고, 그 해결책으로 보장을 플랜하고,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과연 현재 시장 흐름의 전환을 주도하는 주체가 누구냐인가에서 부터 그 고민은 시작 되었습니다..

 

고객의 Needs가 우선하여 그러한 상품을 만들게 되었고, 시장에 출시 되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면 이는 정말 바람직하다고 보입니다.. 당뇨, 고혈압 등에 대한 보장이 거의 없는 한국시장의 현실에서 위험률이 너무 높고 빈발성 질병이고, 평생 투약과 의료적인 조치가 이어져야 하기에 보험료 산출 자체가 쉽지는 않으나 많은 분들께서 너무나 필요로 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이 두가지 질병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 나와서 시장을 끌어 준다면 저는 정말 두손 두발 들고서 환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제가 보험회사를 대리하는 입장 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탐탁지 못합니다.. 종신보험을 더 팔기 힘드니 이제 다른 것을 팔아보자.. 라는 차원에서의 시장 국면 전환의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홍보 문구 자체가 그렇고, 이를 해설하는 기사가 그렇더군요..

 

심지어는 기존의 종신보험을 해약하거나, 중지시키면서 정기보험으로 전환하고, 차액을 노후를 위한 연금보험에 투자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지니스의 관점에서는 분명 새로운 시도이고 돌파구 일 수 있습니다만, 이는 향후 고객이 처할 수 있는 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그냥 시장 트렌드에 변화를 주어 '그냥 많이 팔면 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정기보험이 길어야 70세 만기, 65세 만기 그렇습니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90세 만기의 특약이 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게다가 만기 이후 가입에 대한 리스크를 비용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건강의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을 해 볼 때, 굉장한 위험에 처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때, 보험사들이 확정금리 저축성 상품을 팔았다가 시장 금리의 변화로 역마진이 예상되자 아줌마 들을 풀어서(표현이 심했다면 죄송합니다..) 압력 밥솥 하나씩 주면서 변동금리 상품으로의 전환을 유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감독 당국으로 부터 경고를 받기는 했으나 그 회사는 여전히 잘 나가고 있구요.. 그 때에도 내 걸었던 슬로건은 시장의 흐름이었습니다.. '이제는 변동금리로 갑니다.. 이리로 오세요..'

 

시장은 살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다고 해서, 꼭 그것이 절대적으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VHS와 베타 방식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던 적이 있었지요.. 기술적으로는 베타 방식이 분명 몇수 위였습니다만, 공급자의 연합 등으로 인하여 시장의 표준은 VHS가 차지 했었습니다.. 지금도 CDMA와 GSM, 미국식 디지털 방송과 유럽식 디지털 방송 등 우리의 생활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전투를 거쳐 자연스럽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자리 잡으려고 하는 표준들이 있습니다.. 시장의 흐름이라는 허울을 쓰고 말이지요..

 

내가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그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정말 나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공급자는, 보험사는 항상 이익을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나쁘다, 틀리다의 가치기준으로 보시지 말고 근본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것,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 얻게 되는 결과와 그 이후의 것들에 대해 잠시라도 고민을 해야 하는 복잡 다단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아주 잊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요?

 

종신보험은 죽지 않았습니다.. ^^

 

 

알리안츠생명 이상욱PA (venturez@allianz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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