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살면 되지 꼭 재테크 해야 하나?
어제 저녁 동문 친구인 K와 P를 만나고 온 홍 과장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때는 모두가 선망하는 S종합상사에 들어갔다고 자기를 부러워하던 친구들이였는데, 최근 펀드와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며 상당히 호기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K는 몇 년 전까지만 잘 나가던 금융기관의 중간책임자였는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심해지면서 2001년 7월에 어쩔 수 없이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막상 회사를 그만 두고 나니 약간의 위로금과 함께 받은 거액의 퇴직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구직이 잘 되지 않아 이 참에 퇴직금으로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식집을 한번 해 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창업비용이 꽤 많이 들고, 사업경험이 적으면 실패하기 쉽다는 조언을 듣고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창업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직장을 구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퇴직금을 좀 잘 굴려 보려고 예전부터 알고 있던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더니 지금 종합주가지수가 많이 저평가 되어 있으니 주식에 좀 투자해 보라는 것이었다. K는 외환위기 전부터 주식을 좀 하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거부감이 들어서 주식투자는 싫다고 했다.
그러자 그 전문가는 주식투자가 굳이 부담스러우면 펀드에 투자하라고 하였다. 펀드는 여러 가지 우량종목에 분산하여 투자되므로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고, 전문가가 거액으로 운용하므로 개인이 직접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과학적으로 투자되며 효율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였다.
K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과거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것은 자신이 너무 고점에 들어갔기 때문이라 판단했는데, 종합주가지수가 500대인 지금이라면 한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과거에 주식으로 깨진 돈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신이 서지 않아 주식형펀드에 가입하기로 하였다.
그해말 다행히도 K는 외국계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고, 바닥을 기고 있던 종합주가지수가 점점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주가지수가 오르기 시작하자 펀드평가액도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K는 과거에 주식투자에 실패한 이유 중에 하나가 지나치게 욕심으로 부리다가 실패하게 된 것을 알기에, 자신은 900포인트 정도만 되면 펀드를 청산하고 나온다고 결심했다.
이듬 해 3월 종합주가지수는 드디어 900포인트를 돌파하였고, K는 결심한 대로 40% 정도의 수익을 먹고 펀드를 해지지하고 나니 그 수익이 1년 연봉에 가까웠다. 아니나 다를까 종합주가지수는 다음 달 4월부터 큰 폭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직장생활에 충실하던 K는 2003년 5월 다시 한번 펀드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다. 종합주가지수가 500대에서 600대를 넘어섰지만, 외국인의 매수세가 시작되는 것을 보니 한동안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펀드에 투자하고 이번에는 종합주가지수 850포인트 정도에서 청산하고 나오기로 마음먹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항상 주가는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적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수익 폭을 오히려 지난 번 보다 적게 잡았다.
이듬 해 1월 종합주가지수는 850포인트를 돌파하였을 때 K는 펀드를 해지 하였는데 오히려 수익률은 지난 번보다 나은 45% 정도였다. 그 후에 종합주가지수는 더 올라서 펀드수익률도 더 좋았지만 K는 자신의 투자에 만족했다. 근 2년만에 퇴직금을 두 배 가까이로 늘려 놓았기 때문이다.
P는 취직당시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벤쳐기업인 H회사에 들어갔었는데, 자기 회사가 코스닥 등록이 되면서, 회사에서 급여대신 받았던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큰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몇 해 전 P는 회사자금상황이 좋지 않아 약 500만원 정도의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회사가 코스닥 등록 후 주가가 액면가의 10배 이상 올라서 두 달치 월급으로 받았던 스톡옵션이 연봉보다 높게 되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P는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어 모든 예적금을 해지하여 향후 성장 유망한 IT종목을 사기 시작하였다. 모두 잘 나갈 거라는 코스닥 유망종목에 투자했다.
그러나 잠깐 수익을 잘 내던 종목들이 우르르 순식간에 깨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있으면 오르겠지’ 생각하며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떨어져만 갔다. P는 투자금액이 반토막이 되어서야 모든 코스닥 종목을 청산하고 나왔다.
P는 그제서야 주식을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기에 고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순식간에 크게 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제대로 알고 투자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때부터 주식관련 책도 읽어보고, 투자정보지도 찾아보고, 여러 전문가들의 설명회도 들으면서 자신의 실패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소문에 의한 정보로 투자종목을 선택하고, 이를 믿고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만 기대하였으며, 매매타이밍을 잘 잡지 못했다는 점이 그의 실패원인이었다.
P도 처음에는 원칙이 없는 종목선택과 잦은 매매로 인하여 수익보다 손실이 컸지만, 그러한 실패가 결국에는 득이 되었다. 그는 실패 후 세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첫째, 코스닥 종목은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1천원 미만 종목은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셋째, 장기투자 한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원칙을 지켰다.
그는 그 원칙을 세운 후 비로소 주식은 대박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우량한 업종대표주 위주로 종목을 선택하여 장기적으로 분할매수 함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나가게 되었다.
작년에 주식투자수익금 중 일부로 집을 한 채 샀고, 나머지 돈으로 계속 주식투자를 한다고 했다. 최근 2년 사이에 P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은 평균매입단가의 거의 2배가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예적금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리스크를 관리하면, 주식으로도 얼마든지 재테크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홍 과장도 잠깐 펀드와 주식에 관심을 가진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항상 불투명해 보였고, 주식은 왠지 크게 깨질 것 같아 불안해서 실제 투자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적금이나 잘 붓는 것이 그나마 성실하게 돈을 모으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홍과장은 ‘왜 그런 기회를 나는 놓쳤을까. 나도 투자에 대한 생각은 있었는데... 실행에 옮겼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후회스럽기만 했다. 리스크를 피하려고만 한 자신이 한편으로 후회스러웠다.
IMF 구제금융을 분기점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재테크 시장은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저금리 상황이 심화되어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에 살게 되었으며, 점차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여 노후에 대한 준비를 빨리 시작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제 기존의 예적금으로 재테크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성실하게 저축만 하면 어느 정도 부(富)를 이룰 수 있는 시대는 갔다.
바야흐로 ‘저축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투자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 시대에 중요한 것은 리스크 있는 투자를 무조건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원칙과 전략을 가지고 현명하게 대응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할 것인가? 시대의 흐름에 따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