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가짜요정 터팬이 진짜 요정에서 만난 '그녀'의 선택

작성자
구재성
등록일
2004/02/17
조회수
6448

지난 연말 ‘터팬 Story’ 에서 신권이 뭔지도 몰라서 고참들에게 늘 깨지기만 하던 즈음의 이야기이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서 직장생활을 하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타 업종에 비해 적지 않은 봉급과 사회란 이런 맛이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어가면서 조직생활에 서서히 길들여 가고 있을 때였다.  

 짤짤이 생활을 마치고서 대출업무를 맡게되니 본의아니게 접대라는 것을 자주 받게되었다.  

지금은 거의 그럴 일 없을 테지만, 20c 말에는 항상 자금조달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입장에서 은행대출창구에 밉게 보이면 회사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었던 관행 때문이었을까?

 수억원 이상의 대출기표(실행)가 있는 날이면 십중팔구는 그 업체가 접대하는 술자리에 낑겨서 가줘야 한다. 어지간한 직장인 들이라면 다 아실터. 쫄따구 주제에 사생활이니 소신 따위를 외치며 안 따라가주면 후환이 더러워진다.  

지금도 그렇지만  터팬은 결코 그런 곳을 좋아하진 않는다.   

웃기는 짬뽕 같은 소리 하지 말라구? 터팬은 남자가 아니냐구?? 지금 당장이라도 눈먼 돈 생기신 분 계시면 터팬을 뫼시고 가볼지어다. 좋아라~하며 따라간다면 과인이 대신 결제해주리라. 쩝.

각설하고.

아무튼 은행일과 먹는 즐거움 밖에는 모르던 순딩이 터팬은 그날도 여느 때처럼 고참들에게 이끌려서 쫄래쫄래 따라갔다.      “에휴. 맨날 지겨워 죽갔네. 기왕 가는 거 안주발이나 세워서 아침끼니까지 충전해야쥐~” 라고 맘먹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라???

이번엔 늘 가던 ‘멜랑꼴리 단란주점’이 아니고 한적한 주택가로 가는 것이 아닌가?  흐미…드디어 접대장소가 건전하게 사장님 댁으로 바뀌나보다…라면서 흐뭇한 마음이 무르익으려는 찰나!!!!,

어느 으리으리한 한옥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가야금독주를 연상케 하는 Live Music 이 들리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쪽머리를 한 아낙이 나타나서는 술상이 차려진 방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흐… 최사장님 취향도 독특하신가부네~ 라면서,

 아직도 분위기파악 못하는 얼빵터팬 曰    : “아휴~ 최사장뉘~임! 사모님이 무쟈게 젊으시네유. ^^;;;”

아양을 떨자, 터팬의 킬러 박과장님이 옆구리를 3단우산으루 ‘컥’소리 나도록 찔러대면서 속삭이듯 윽박지른다.      “이느무 스키야. 주둥이 좀 닥치그라잉” 하면서 기선을 제압한다.

“아이고~ 아파 죽갔네~” 속비명을 지르면서 쭈뼛거리다가 엄청 큰방에 들어갔다.

우와~ 이건 어느 나라 山海珍味냐!!!.   눈망울이 휘둥그레 커졌다.

터팬의 체면은 고스톱치러 마실을 나갔는지,  자기들끼리 뭐라고 떠드는지도 아랑곳도하지 않고 군침만 질질 흘리면서 대빵들이 첫 삽을 뜨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데……

이윽고 문이 스스륵 열리면서 일행 숫자만큼의 처자들이 곱디고운 한복패션으로 큰절을 하는 게 아닌가?

이쯤 되면 다들 짐작 하시겠지? 바로 드라마 [野人時代]에 심심찮게 등장하던 ‘한옥주점’ 이라는 거다. 박정희 형님이 애용하던 ‘삼청각’ 수준의 요정은 아니었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본다.

문제는 이제부터 생긴다.

대폿집이건 룸싸롱이건 오로지 둘 다 ‘배 채우는 곳’ 이라는 동질성만을 인정하던 터팬에게 이번에는 색다른 사건이 밀려든 것이다.  

터팬의 짝으로 다가앉은 처자는 대략 20대 초반으로 뵈는데, 흔한 단란한 술집에서 근무하는 아낙들과는 달리 아름답고 귀여움은 기본이고 善한 기품마저 어리는 것이었다.

[야인시대]의 ‘설향’ 과는 쨉도 안 된다.

“터팬아. 좋겠다.” 라면서 다들 부러워 한다.   당근 본명은 아니었겠지만 그녀의 이름은 ‘서진’ 으로 기억한다.  

마담언니의 배려였는지 '서진'의 선택이었는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아저씨들만 드글대는 그 중에서 터팬이 가장 영계(?)인 것을 어찌 알아챘을까?

우야둥둥. 우리 커플은 죽이 척척 잘 맞았다.     남들은 느끼하게 놀든지 말든지 터팬&서진 바퀴한쌍은 서로 신나서 대학캠퍼스얘기, 용인자연농원(에버랜드)입장권이 비싸다는 둥, 진상을 떠는 손님 퇴치법 등을 論하면서  ‘쎄쎄쎄’ 수준으로 놀았다.   

신체적 접촉은 일체 없었다. 안주도 터팬 손으로 직접 퍼먹었다. 믿든지 말든지...  ^^;;;;;  

둘이 정겹게 떠들다 보니 서로의 과거도 얘기하게 되고, 그녀가 이곳에서 일하게 된 이유도 듣게 되었다.    그 사연인 즉, 아버지는 사업하시다가 다 말아먹구 행방불명되시고, 오빠는 군대로 도망가고 자신은 대학을 휴학하고서 일어학원도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한다는 것이다.  전공은 ‘일어일문과’ 란다.

3단우산의 충격으로 기절했던 장난끼가 다시 깨어서,  

터팬 : “서진아~ 전공 살려서 오빠한테 일본말 좀 해봐라” 했더니. 정말로 일본말로 어쩌구 #$%@$& 떠든다.

터팬 : “지금 뭐라고 한겨? 욕한거 아녀?” 따졌더니, 귀엽게 웃으면서…

그녀 : “아니다. 머”

터팬 : “그럼 머야? 일본 애들 말은 당최 욕 같아서리…”

그녀 : “난 일본말 했으니깐 오빠 전공살려서 법 좀 해봐”  

라고 했단다.. -_ㅡ;;;;;    터팬이 졌다.    음대 나오면 악기라도 다룰 줄 알고, 미대 나오면 그림을 그리지만, 법을 전공한 터팬은 법을 할 줄 모른다.  

흔한 레파토리 같지만 그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그 업소에서의 수입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주일에 다섯 차례를 출퇴근 하면서 그곳에서 학비는 물론이고 홧병 까지 나신 어머니까지 커버한단다. 소녀가장이 따로 없다.

고백하자면, 그 이후로 그녀를 두 번 더 만났다.   철부지 터팬에게 여자를 보는 안목이 쥐뿔이라도 있었겠는가? 이뿌면 짱땡이지. 으흐흐…

삐삐 번호를 주고 받아 어찌어찌 연락하고서 민속촌에 놀러 갔다.   그녀도 터팬이 나이 값 못하고 멍청한 점이 편안하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대충 만나주었다.

세 번째의 만남은 거의 ‘구걸’ 이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 한복이 아닌 캐주얼 패션에 또 한번 뿅간지라 더욱 설레임은 컸다.   그때 좀더 확실하게 작업했더라면 지금 어찌어찌 되었을런지도 모르겠다. ^^;;

그게 마지막 데이트였다.  아무래도 7살 차이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힘들었나 보다.

이런 터팬의 스캔들을 고참들이 눈치를 챘는지, 가끔 일 안하구 멍하니 있노라면 그녀를 들먹이면서 장난을 건다.       “터팬아~. 아직도 서진 룸싸롱사건 못잊었냐? 그 집에 한번 더 행차할까? ” 라면서 말이다.

그후로 1년 반쯤 지나서......   악성연체자와 통화하며 한창 들들볶던 터팬에게 누군가 다가와서는.

“어머! 터팬 옵바. 여기서 일하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서진” 그녀였다. 아마 다른 직원들도 죄다 쳐다봤을 것이다.  아무 말도 못하고 하던 통화도 끊어버린 채, 한동안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처의 벽다방 커피를 마시면서 우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터팬이 근무하는 은행의 다른 지점과 주거래가 있었고. 예금 중도해약하러 우연히 왔다가 터팬을 발견한 것이란다. 다니던 학교는 복학을 하지 않았고, 아예 정식으로 그 곳에다 말뚝을 박았단다. 남자친구 따위는 관심 없고 목표한 바가 있어서 열심히 그곳에서 자리를 잡겠단다.  

그녀가 떠난 후에 그녀의 본명도 알게되었고, 예금규모도 알아냈다. 그날 해약한 것 말고도 총수신이 ‘5천 만원’이 넘었다. 그 바닥 수입이 꽤 짭짤한가 보다.  

그녀의 삶의 방식이 어떻고 돈벌이와 재테크가 어떻고를 얘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터팬이 하고픈 얘기인 즉,    

 여리디 여린 그녀는 당시 겪었던 나름대로의 범상치않은 위기 ? 부친의 사업실패, 부모의 이혼, 가정경제의 몰락, 학업전폐 등- 를 나름대로의 최선의 선택을 통해서 훌륭하게 극복을 해냈다는 점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한두 번쯤 감당하기 힘든 위기라는 것이 찾아들게 마련이다. 아주 어릴 때 오는 사람도 있고, 늙다리가 되어서 오는 경우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창 어려운데 더 큰 위기가 더해지기도 한다.   경제적 위기는 물론이거니와 인간관계와 엮어진 위기, 직장에서의 위기, 연인과의 가슴시린 위기, 때로는 가정파탄 따위로 극심한 고통과 변화도 심심치 않게 보게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돈만 많다면 다들 해결되는 것'이라며 돈이 최고라는 주장도 한다.    그렇다면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고통도 위기도 없는 것일까?   

터팬의 생각에는 각 자신들이 그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만약 우리의 수중에 돈 한푼 없게되고 잔뜩 빚만 쌓여서 쫓겨다니는 신세가 된다면,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선택을 하실 것인가?  그런 경험 겪어본 적이 있으신가?   그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본 적은 있으신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미리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라.  만약 여러분에게 그런 상황이 다가온다면 과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분의 숫자만큼 다양한 방안들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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