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만심이 우리를 망치는 방법

작성자
이용재
등록일
2008/10/08
조회수
7659

주가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최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급락을 해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된 것은 지난 9월. 미국정부가 패니매와 프래디맥 등 모기지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가 넘어졌습니다. 적어도 지난달에는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일반인들도 체감할 수 있는 정도로 현실화된 것이지요.

 

애널리스트는 억대 연봉값을 하는가?

 

그렇다면 삼척동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된 9월에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앞날에 대해 어떤 전망을 내놓았을까요.증권가의 전문가인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10월 종합 지수 전망을 보시죠.

 

증권사  예상 지수 범위

대신증권    1450~1600

동부증권    1400~1550

동양종금증권    1430~1620

삼성증권    1400~1580

우리투자증권    1360~1580

한국투자증권    1450~1630

한화증권    1390~1590

HMC투자증권 1380~1600

SK증권  1450~1580

<자료 : 각 증권사>

 

10월 들어 7일까지 종합지수의 실제 범위는 1351~1429입니다. 이달 들어 불과 4영업일 만에 9개 증권사의 지수 전망은 모두 무용지물이 돼버렸습니다. 전망범위의 하단을 1450이라고 본 증권사도 세 군데나 됩니다. 100포인트나 높게 본 것이지요.

 

사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처럼 어긋나는 것은 처음 나오는 얘기가 아닙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등 선진 금융시장의 전문가들 역시 홀짝 맞추기 만도 못한 적중률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숭이가 다트를 던져 골라낸 종목과 펀드매니저들이 고른 종목의 수익률 게임에서 원숭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정도니, 전문가들의 전망이 얼마나 맞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무의미할 지경이지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엉터리라는 해묵은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전문가들을 욕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의 오류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시장은 똑똑하고 계산 빠른 합리적 인간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 겁도 많고 욕심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가려 합니다. 바로 이것이 경제학의 새로운 갈래인 행동주의 경제학의 관점입니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경제란 인간의 마음과 두뇌의 작용으로 움직인다고 보는 분파입니다.

 

 

전문가들의 오만과 편견

 

독일의 대학에서 학생과 금융시장 전문가(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등)를 상대로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주가가 오를지 내릴 지를 예상한 뒤, 자신의 예상에 대한 자신감의 정도와 그렇게 예상한 이유를 써내라고 했습니다. 학생의 적중률은 50%, 전문가의 적중률은 40%로 비전문가인 학생의 승리였습니다. 자신감의 정도는 학생이 59%, 전문가는 65%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적중률이 낮은 주제에 자신감은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그렇게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학생들은 "그냥 찍었다"고 답했으나, 전문가들은 "나만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분석해냈다"고 답했습니다. 거의 코메디 수준입니다.

 

행동주의적 관점에서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문제는 자기과신(over confidence)입니다. 즉 자만심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이지요. 자만심은 그저 목에 힘을 주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만 중시하고, 남의 의견을 깔아뭉개는 확신의 단계로 나갑니다. 급기야 자신의 과거 전망이 틀렸음에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자신은 옳게 전망했다고 주장하는 중증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걸 행동주의적 관점에서는 확신 편향(confirmation bias), 사후예견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말합니다. 2000년대 초 미국 증시를 휩쓸었던 닷컴 버블이 가라앉았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고 논평했습니다만, 실제 그들의 과거 언행을 추적해보면, 닷컴버블을 정당화하고 부추긴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조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왜 이런 자만심의 함정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끝없이 잘못된 전망을 내놓는 것일까요? 그것은 '매가 부족'해서 입니다. 아, 물론 진짜 주먹으로 얻어맞질 않아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틀린 전망을 하더라도 거의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자만심이 거의 없는 전문가들을 소개해야겠군요. 기상전문가와 도박전문가(도박사)입니다. 아시다시피 날씨 예보가 어긋나면 기상청 홈페이지는 욕설과 저주로 도배됩니다. 도박사는 자신의 예측이 어긋나면 피같은 돈을 잃게 됩니다. 틀린 전망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전문가들인 것입니다. 이들의 전망이 맞을 확률이 얼마나 높은 지는 별개로 하고, 적어도 이들은 자기과신이 매우 적은 전문가들이라고 합니다.쉽게 말하면 자신들의 오류가능성을 항상 열어놓는 겸손한 전문가들이지요.

 

 

탐욕과 자만의 악순환

 

그럼 이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오지요. 지난해 가을 중국펀드에 가입했거나, 아파트를 산 경우를 예로 들어보지요. 이른바 전문가들은 중국 주식시장의 장미 빛 미래를 이야기하고, 수도권 아파트의 공급부족을 설파했습니다. 그런 분석과 전망에 힘을 얻어 펀드나 부동산에 투자자들은 재산을 쓸어 넣었을 겁니다. 전문가들의 오만에 가까운 전망에 투자자들 역시 덩달아 자신감에 들떴던 것입니다. 그 자신감의 밑바닥에는 '탐욕'이라는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을 테구요.

 

정리해보죠. 오만한 도박사가 빈털터리가 돼 카지노 문을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항상 자신의 패에 용기 백배하여 몰빵을 거듭할 때 그 결과는 자명한 것이지요. 우리는 과연 겸손한 도박사였는지 오만한 몰빵쟁이였는 지 돌이켜 봐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무능한 전문가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욕심과 빗나간 자신감 때문에 소중한 자산을 위험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충분한 피드백(반성과 숙고)만이 여러분을 겸손하고 속이 꽉찬 투자자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이번 금융위기가 향후 재테크의 자양분이 될 회초리가 되고 있습니까? 아니면 여러분들에게 투자를 권유한 전문가들을 욕할 좋은 핑계가 되고 있습니까?

 

 

이용재 ㅣ <탐욕과 공포의 게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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