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DNA를 이루고 있는 3개의 나선구조 가운데 첫 번째는 ‘성격’이다. 투자를 통해서 큰돈을 번 투자 대가들의 경우, 성격 면에서 매우 비슷한 부분이 많다. 성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쉬 바뀌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개선 훈련을 통해서 고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부자들의 경우, 어떤 성격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낙관은 성공 투자의 첫걸음!
어디나 비관론자와 낙관론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비관론자로는 스티브 마빈이 있다. 그는 외환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명성을 얻었다. 그는 비관론자답게 상승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고춧가루를 뿌려댔고 욕도 많이 먹었다. 그는 그 후에도 시장 하락을 경고했지만 외환위기 같은 극적인 상황은 다시 벌어지지 않았다. 점차 시장은 그를 잊었다.
낙관론자로는 이익치 현대증권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바라보는 시장에서 6000포인트를 전망하며 대활황을 예고했다. 거의 억지에 가까운 주장이었지만 투자자들은 그의 말에 고무되었다. 그의 인기와 더불어 현대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2년 만에 대형 증권사로 탄탄히 자리를 잡았다. 1999년 IT 열풍과 함께 스티브 마빈의 자리에 이익치 회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익치 회장의 강세론도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스티브 마빈과 이익치 회장 중 누가 더 돈을 잘 다룰까? 물론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돈을 번 사람들은 대개 긍정적인 성향을 보인다. 일단 상승을 확신해야 투자를 시작하고, 투자를 해야 돈을 벌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은 이미 마음속에 투자가치가 없다고 단정하기 때문에 투자 결정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즉 단점은 무엇이고 장점은 무엇인지, 정책적인 지원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기도 전에 투자를 접어버린다.
부자들은 대부분 낙관론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그 다음에 분석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은 의심이 많고 무모하지 않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일단 투자가 결정되면 성공만 생각하는 낙관적인 뚝심을 발휘한다. 모든 것은 된다는 생각으로 검토를 시작하는 게 성공 투자자들의 특징이다.
비관론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에 대한 잘못된 예측이 아니라 시장에 가장 늦게 참여한다는 점이다. 시장이 오를 만큼 올라 더 올라갈 곳이 없을 때, 매수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비관론자들이 주식을 매수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이 시장에 들어오면 시장은 상승을 멈추고 하락으로 돌아선다.
#상식을 깨는 그분들의 생각과 행동
‘월가의 마녀’로 불리는 헤티 그린. 그녀는 1916년에 사망할 때까지 월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지금의 화폐로 환산하면 약 150억 달러의 자산을 상속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검은색 옷 한 벌로 평생을 버텼고, 병원비를 아끼려다 아들의 다리가 절단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 죽는 날까지 한 번도 난방하지 않은 싸늘한 집에서 살았다. 이러한 괴이한 생활로 월가는 그녀를 가장 엽기적인 구두쇠 부자로 기록하고 있다.
투자 대가들 중에는 기괴한 습관이나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녀 같은 부자들을 만나기 위해 굳이 월가를 기웃거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부자들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그들의 평범치 않은 일상에 자주 놀란다.
내게 7년째 자산관리를 맡기고 있는 한 상장기업 회장은 자수성가형 부자로 사업 수완도 좋았지만 주식투자에도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괴팍한 성격에 주변 사람들은 때때로 힘들어했다.
한번은 그에 관한 평범치 않은 일화를 전해들었다. 그는 열렬한 애견가는 아니었지만 키우는 두 마리의 강아지에게만큼은 애정이 남달랐다. 사건은 그가 해외출장 중에 벌어졌다. 이유 없이 강아지 한 마리가 죽어버린 것이다. 그가 돌아오면 난리가 날 것이 뻔했다. 그의 부인을 비롯해 가정부, 기사, 집사 등의 가신들은 모여 사태 수습 방향을 논의했다. 가신들은 억울했다. 강아지는 갑자기 죽었고, 그것은 아무도 손쓸 수 없는 일이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자신의 신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두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다못해 생각한 것이 ‘강아지 사망진단서’였다. 수의사를 불러 강아지의 정확한 사인을 밝혀 기록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들은 ‘원인불명 심장마비’로 처리해주기를 원했다. 며칠 후 그가 돌아왔고 사망진단서를 보고서야 겨우 노여움을 풀었다.
#투자와 일상은 별개의 세계
주식 때문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타고난 성격이 소심하거나 주식에 너무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도한 금액을 투자했을 경우에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소심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소심하다면 주식투자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소심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일이 다른 일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바깥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소홀해진다. 즐겨 하던 취미생활도 위축되고 다시 가정생활에 영향을 준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내 친구의 아버님은 평생 서부이촌동에서 철물점을 하셨다. 그분은 근면하게 모은 돈을 형편이 되는 대로 그 동네의 허름한 주택을 사는 데 썼다. 그렇게 평생 장만한 집이 세 채. 집이라야 20평 남짓한 판잣집 수준으로, 당시에 들어간 돈을 모두 합쳐도 불과 몇천만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분께는 큰돈이었다. 그런 분이 어느 날 주식에 손을 댔고, 소심하신 성격에 본전을 찾으려다 집 세 채를 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평생 모아 장만한 서부이촌동의 집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이쪽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30억 원이고 5년 뒤에는 100억 원이 될 수도 있는 자산이었다. 이 때문에 그분은 건강도 잃고 가족도 잃었다.
부자들이 아까워하는 것 중의 하나는 주차료다. 하루에 수억 원을 버는 사람이 주차료 몇천 원 아끼려고 잔꾀를 피운다. 그들은 주차료와 자기가 버는 돈을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써야 할 땐 눈 깜짝 안 하고 천문학적인 숫자의 금액을 내놓으면서도 불필요한 지출은 철저하게 따지는 것이 성공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중요한 인성 중 하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한 고객의 자산이 하루 만에 10억 원이 줄어들었다. 다음 날, 나는 그의 기분도 달래줄 겸 놀이공원 티켓 4장을 보냈다. 그는 공짜 선물이라며 정말 좋아했다. 그에게 주식으로 날린 10억 원과 내가 선물한 약 20만 원의 상품은 전혀 별개의 가치를 지닌 것이었다. 그는 속이 상했겠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대범함을 타고났기에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처럼 철저하게 투자와 일상생활이 분리된 사람만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주식 시세가 일상을 지배하고 일상이 주식투자의 집중력을 깨트린다면 주식투자든 일상생활이든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