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노후를 준비하는 자 vs 노후를 준비하지 않는 자

작성자
최성준
등록일
2008/11/24
조회수
42229

중소기업 근로자 P양의 사례

P양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새내기 직장인이다. 나이는 스물 다섯, 그럭저럭 취업에 성공하여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월급은 밀리지 않는 중견기업에 입사하였고 월 소득은 150만원 정도 수준이다. 여타의 일반 직장인들과 다른 점은 그녀가 노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은퇴에 대한 뚜렷한 계획도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P양은 45세까지만 일을 하고 조기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그녀의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면서 돈을 벌어왔지만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현재 남아 있는 재산은 집 한 채 뿐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건강의 악화로 인해 오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이었다. 형제가 없는 그녀로서는 부모님을 부양할 수 있는 사람도 자신 뿐이고 자신의 노후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사람도 주위에 없다. 물론 결혼도 생각은 하고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녀는 45세까지 일을 해 번 돈으로 개인연금을 준비하여 45세 이후에는 연금소득으로 살아갈 계획을 세웠고, 변액유니버셜보험에 가입하여 월 50만원의 돈을 납입하고 있다. 월 소득 150만원 중 60만원은 지출, 40만원은 저축, 나머지 50만원으로는 노후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5년 후 월급이 늘어나면 50만원을 추가로 늘리고 10년 후에도 50만원 정도를 추가로 늘려가기로 하였다.

P양이 45세 시점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연금을 지급받기 위한 약 4억 8천만원 수준의 지급준비금과 그녀의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옵션들이다.

① 45세부터 20년 간 매년 3,730만원(고정)의 연금 수령
② 45세부터 사망 시까지 1,610만원 수준(매년 3%씩 체증)의 연금 수령
③ 45세부터 사망 시까지 매년 2,180만원(고정)의 연금 수령 + 원금 상속


대기업 과장 N씨의 사례

한편 N씨는 나이 서른 일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과장이고 월 소득은 300만원이다. 8년 전에 결혼해서 6살 짜리 딸이 하나 있지만 지금은 처가에서 돌봐주고 있다. 서른 세 살의 부인이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맞벌이 가정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월 소득을 모두 합하면 월 500만원이고 작년에 사둔 상계동의 3억짜리 32평 아파트는 다행히 1,000만원 정도 시세가 올라주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중산층의 표본이다.

수입도 괜찮고 집도 있고 모든 면에서 큰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이들 부부의 심각한 고민은 바로 노후 준비에 있다. 아이가 내후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아무래도 부인은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것 같은데 딸 아이의 유치원비, 학원비, 대출상환, 외식비 등 맞벌이의 씀씀이를 감당하자니 선뜻 그만 둘 용기가 나지 않는다. 당장 200만원의 수입이 줄어들면 가계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4~5년 뒤에는 N과장 자신도 지금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지 불안한 상태이고 아직 창업이나 이직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해본 적은 없다.

집만 한 채 장만하고 나면 알차게 노후 준비를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오던 두 부부가 의외의 복병을 만난 셈이다. 집 값은 올랐지만 실제로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없고 작년에 집을 산다고 갖고 있던 돈을 탈탈 털고 대출까지 받았던 터라 돈을 별로 모으지도 못했고 수중에 남아 있는 돈도 거의 없어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이다.

남들은 20대 때부터 노후 준비를 서두른다고 난리인데 운이 없게도 이들 부부의 20대 시절에는 아무도 노후 준비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었고, 결국 부부 주위에는 노후 준비를 위한 요령에 대해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노후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보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큰 화를 부른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득은 증가하지만 지출도 함께 늘어난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조금이라도 일찍 알았더라면 결혼 직후부터라도 노후 준비를 시작했을텐데 싶은 후회도 생긴다. 조금이라도 더 집 값이 올라주기를 바랄 뿐 이들 부부에게서 밝은 미래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금 이 상태 그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남는 것은 집 한 채와 기나 긴 노후 뿐이고 여전히 부족한 것은 긴 노후를 보내는데 필요한 돈이다. 아마도 이들 가족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 N과장의 순자산 : 1억 5,000만원(대출금 제외)
- N과장의 노후 필요자금 : 6억 8,500만원(은퇴시점 50세, 월 150만원 기준)
- 부족자금 : 5억 3,500만원
- 저축여력 : 없음
- 노후생활 가능기간 : 9년

☞ N과장이 59세 되는 해에 모든 자산이 고갈됨

그렇다면 이들 부부에게 도움이 될 만한 대안은 전혀 없는 것일까?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득권 중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일단 딸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는 지역으로의 이사는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N과장의 부인도 N과장이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찾을 때까지는 좀더 일을 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선택이 싫다면 갖고 있는 아파트를 팔고 좀더 저렴한 가격의 주택으로 옮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안정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재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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