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권하는 사회아닌, 건전한 저축을 권장하는 사회되길 ”

 

하루에도 대출과 관련된 수없이 많은 문자와 전화가 걸려온다. 캐피탈사는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카드사에서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사용토록 조장하는 내용들이다. 만일 돈을 빌려쓰게 된다면 수시로 금리가 변경된다는 문자나, 이자납부일을 꼬박꼬박 알려주는 문자가 자주 오게 된다. 어떻게 금리가 바뀌는 지도 일반인들은 도통 알 수 없지만, 하여튼 금리가 바뀌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캐피탈사나, 카드사외에도 대출을 종용하는 또 다른 대표적인 기관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매일 같이 언론기관을 통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정부는 젊은층을 상대로 대출을 늘려 잡을 심사인 것 같다. 지난번 8.17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에 포함된 젊은층 DTI규제완화 대책이 그 대표적이다. 물론, 40세 미만의 무주택세대주로서 비거치식 10년이상 장기대출에 한정한다는 까다로운 조건내걸었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30대의 무주택 직장인들에게 대출을 더 많이 해 주겠으니, 대출을 더 일으켜 집을 사라고 종용하는 그런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요즘 20대를 일컬어 88만원세대라고 부른다. 어찌 보면 지금의 30대 초반 역시 그러한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대학교 다닐 때 받은 학자금 대출을 직장에 들어와서 비로소 갚아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직장에 나와 학자금을 갚아나가고 있을 때 쯤 결혼을 하고 결혼에 맞춰 전세자금이나 주택구입자금이 부족해 전세자금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을 새로 일으켜 갚아나가고 있을지 모른다.

 

다음은 한가지 예들 들어보겠다. 30살에 결혼을 하게 된 A씨의 경우 여유자금 1억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1억의 여유 자금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사실 쉽지 않을 텐데, 2~3년간 사회생활을 해서 일부 모으고, 나머지 자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자. A씨가 서울에 3억하는 25평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나머지 2억을 대출 받았다고 가정하면 A씨가 매달 20년간 원금과 이자를 합해 갚아야 할 돈은 과연 얼마일까? 조건은 대출이자율 4.4%, 거치기간 없이 원리금 균등분할상환이라고 할 때 월 상환액은 1,254,528원이다. 2011년 도시근로자 4인기준 월평균소득이 4,719,368만원이기에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26.6%를 20년간 매달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월평균소득이므로 현실적으로 30대 세대주는 휠씬 적을수 있다. 대기업이나 전문직 종사자가 아니라면 30대 세대주가 통상 실수령액이 200만원~300만원 사이가 많을 텐데 그들에게 1,254,528원의 돈은 수입의 절반 또는 전부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이러한 이유로 30대가 쉽사리 집을 살 수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계산법은 예전에도 마찬가진데 과거엔 집을 사고 이제 와서 안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7년 IMF때, 그리고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지금이 시기를 제외하곤 집값이 하락한 경험이 없다. 다소 무리해서 집을 사더라도 통상 3년 거치기간동안 이자만 내고 근근히 살다보면 이자비용을 빼더라도 집값 상승분이 휠씬 많았다. 원금상환이 돌아오기 이전에 이미 집을 처분하고, 차익을 실현하면 그만인 것이다. 비과세 요건 또한 서울의 경우 2년 거주, 3년보유 요건이었기 때문에 양도차익에 대해선 세금하나 없이 팔수 있는 그런 시기였다. 결국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없이 이자만 지불하면서 집을 갈아타기 하는 전략이 잘 통했던 시기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거치기간만 채우고 집을 팔면 상승은 고사하고 금융이자만 지불한 격이 되기 쉽다. 집은 내 소유였으나, 오히려 월세를 사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 것이다. 소유로 인해 재산세나 의료보험료는 올라갔지만, 되팔 때 재미를 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 자고나면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던 시기를 경험하기 어려워 졌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선진국 대열에 편입하면서 경제성장률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2~3%대 경제성장률로는 부동산이 갑작스럽게 요동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7.80년대 2자리수 경제성장률 시기의 우리나라나, 이웃 나라 중국의 부동산 급등시장을 보면 부동산 상승과 경기는 매우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2~3%대 수준의 안정적인 경제상승률 시기에 접어든 지금의 상황에선 다같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시대는 끝났으며, 상품별. 지역별 상황에 따라 차별화가 될 뿐이다.

 

정부는 30대 젊은 세대를 향해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도록 강요해선 안된다. 기성세대들이 3년단위로 부동산을 갈아타면서 양도세 부담 없이 축적한부가 허물어지 지 않도록 부동산을 되받아 달라고 강요해선 안된다. 이는 빚을 이용해서라도 돌려막기를 하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부는 젊은층에게 주거비를 줄여줄 수 있로록 다양한 공공주택을 마련하고,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누구나 젊은시절에 공공주택을 활용하여 주거비를 최소화 하고, 과도한 대출 보다는 건전한 저축이나 투자를 통해 종자돈을 마련한후 기존 주택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에 다소 특이한 NGO단체가 등장했다. 그 이름은 바로 ‘빚갚사’,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자는 측면보다는 빚을 종용하는 국가나 금융기관에도 일정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채무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그러한 시민단체이다. 이제 빚권하는 사회가 아닌, 건전한 투자나 저축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