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엇 때문에 검색을 하다가, 재미있는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블로그의 주인은 지난 5년간 해외 여행을 한 기록과 사진을 블로그에 참으로 잘도 정리를 해 놓았습니다. 

 

제가 가본 곳도 있고, 가보지 않은 곳도 있고, 글을 워낙 재미있게 써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긴 글을 읽게 되더군요.  그리고 그의 블로그에서 여행기가 아닌 그의 글도 읽게 되었습니다.

 

그의 글에는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가끔 저에게 쪽지가 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외국 여행을 많이 할 수 있냐구요. 여행을 하고 싶지만 자신은 돈이 없어서 여행을 할 수 가 없다구요.” 하면서 그는 그에 대한 답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는 우연히 하게 된 유럽 배낭여행을 계기로 매년 한두 번 이상의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결코 부잣집 딸이 아니며, 호사스러운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게스트 하우스나 민박집에 묵으면서 알뜰 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정말 외국여행을 하고 싶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온전한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1주일 휴가는 무조건 해외여행을 갔고, 하던 일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는 그냥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고서는 전자상거래를 했는데, 이는 그녀의 월급의 2배의 가까운 수입과 자유로운 시간을 허락하여 더 많은 해외여행을 하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재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하며, 오히려 무모해 보였던 변화가 그녀의 인생을 더욱 그녀가 원하는 대로 되게끔 해주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다 보니, 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는 강남에서 까페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그 건물 주인은 전국에 그런 건물이 A4지 넉 장을 빼곡히 채울 만큼 가지고 있는 굉장한 부자라고 했습니다. 매달 들어오는 월세만 현금으로 수백억이라고 하니, 정말 대단한 부자지요. 

 

그는 나이가 들고, 그 건물들을 관리하는 것이 힘에 부쳐서 아들에게 그 일을 맡겨 보았다고 합니다. 이 부자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들은 변호사, 둘째는 의사라, 셋째아들에게 그 일을 1년간 맡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마 후 그가 1년간 8억을 ‘삥땅’ 친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그 일을 본인이 맡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8억이 큰 돈이지만, 그의 전체 수입에서 보면 정말 1% 도 안 되는 돈이고, 그리고 아들인데 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에겐 그것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부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해외여행이라는 것을 가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해외여행은커녕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재산을 일구느라 힘들었던 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를 축적한 후에도 그는 그 재산을 지키는 데에 단 하루도 소홀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떤 청년사업가 역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창업 이래로 지난 4년간 매출이 매달 2배씩 증가하여서, 그 분야에서는 신화적 존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휴가’를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고, 지금도 쉬고는 쉽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돈과 성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노예가 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즉 ‘부럽긴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것을 보면, 그 블로그에서 만난 분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사는지… 결국은 돈이나 세속적인 성공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자신이 되어야지, 돈이나 세속적 성공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진정한 ‘용기’가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선가 1박2일 자신의 다리구실을 해준 낙타 사진을 올려놓고, 그 낙타를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하는 글을 읽는 순간엔 가슴이 찡해지더군요.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해’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녀의 이야기나,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무언가가 온전히 준비될 때를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구요.  재테크 역시 돈을 좀 모으면 해야지.. 라고 생각해선 안되고, 지금 있는 것을 가지고, 그것이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시작해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도 그렇지요.  내가 돈을 모으면 미국에 MBA를 가야지, 빨리 이 회사 그만두고 이직을 해야지, 영어공부를 해야지.. 라는 생각은 누구든지 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서, 지금은 회사가 바쁜 철이라, 시간이 없어서.. 라는 이유를 대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돈이나, 회사 일이나, 시간이 되는 것이죠.  하다못해, 내 인생의 비전이나 목표를 세우는 일도 그렇습니다. 

 

이번에 취직만 되면~, 승진을 하면~, 부서장만 바뀌면~, 그때 제대로 인생의 목표를 세우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 인생의 주인은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것입니다.  남에게 좌지 우지 되는 인생을 살고 싶을까요? 이거는 제가 전에 중학교 교생 나갔을 때 학생들한테 물어보니까 정말 큰 소리로 ‘아니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리고 지금을 내 의지대로 못사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그때’가 되어도 그렇게 살 수가 없습니다.  아마 앞에 말한 부자도 ‘내가 건물만 사면.  내가 월수입이 10억만 넘으면, 건물이 10개만 넘으면.. ‘하면서 인생을 즐길 것을 미뤄왔을 것입니다.  그는 아마 죽을 때까지 큰 마음의 변화를 갖지 못한다면 자식도 믿지 못하고, 돈만 틀어 잡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모르고, 그리워하며 코끝 찡해지는 그 무엇도 갖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지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때’가 아니라 ‘오늘’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는 영영 오지 않을 수 도 있으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