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을 읽던 중에 재미있는 해외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영국의 모 협회에서 세계 102개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4만 여 명에게 70개 단어를 제시하고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고르도록 했는데, 1위가 어머니(mother)였다.

그리고 2위 열정(passion), 3위 미소(smile), 4위 사랑(love), 5위 영원(eternity), 6위 환상적(fantastic), 7위 운명(destiny), 8위 자유(freedom), 9위 자유(liberty), 10위 평온(tranquility) 순이었다. 이 밖에 반짝반짝 빛나다(twinkle)가 23위, 막대사탕(lollipop)이 42위, 딸꾹질(hiccup)이 6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무언가 허전하고 빈자리가 있어 이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길이 없었다.

“아니 money는 어디 갔어?”

만약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어 단어를 뽑으라고 하면 아마도 ‘money'가 1등이 아닐까. 그 다음이 ‘rich'이고, 3등부터는 아마도 어머니(mother)를 비롯해서 기타 단어들이 랭크 안에 들었을 것이다.

지나친 물질만능주의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그러한 생각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한때, 특정 물건 모으는 취미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우표 수집을 비롯해서, 곤충 수집, 기념주화 모으기, 성냥갑 모으기, 소형 비행기나 자동차 모으기 등등 다양한 것들을 모아서 쫘악 펼쳐놓으면 뿌듯하고 왠지 큰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당시 아이들의 관심사나 기호도를 반영하는 것들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자연스레 수집광적인 심리 요인을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돈모으기를 취미로 삼으면 어떨까?

결혼한 지 3년차 주부인 20대 후반의 L씨는 돈모으기가 취미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맞벌이부부인 L씨의 회사 사무실 책상서랍의 제일 하단에는 커다란 돼지저금통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주로 500원짜리 위주로 저금통을 채우기 때문에 나중에 뜯어 보면 현재 들고 있는 적금의 한달 납입액은 충분히 나온다고 하니 무시 못할 금액이다. 이런 이유로 그녀는 웬만한 거스름돈은 500원짜리로 받고, 틈만 나면 백원짜리를 챙겨서 500원짜리로 교환한 다음 저금통을 채우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저축통장을 5개나 가지고 있는데, 저축통장의 자동이체 내역을 출력해서 냉장고에 붙여놓는다. 냉장고문을 열 때마다 또는 냉장고 앞을 지날 때마다 이들 부부는 현재 자신들의 재테크 현황과 함께 목표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앞으로 얼마나 나아가야 하는지를 늘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미래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녀의 돈모으기 방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정기적금 통장 외에 수시로 입금이 가능한 수시입금식 적금통장을 가지고 있는데, 이 통장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는 방법이 매우 인상적이다. 각종 자동이체나 기타 생활비 등의 인출 후 남는 10만 원 이하의 끝전을 무조건 수시입금식 적금에 넣는 것이다. 즉 매월 급여통장에서 각종 적금통장으로 자동이체되고 남는 잔액 중 10만 원 이하의 금액은 틈날 때마다 수시입금식 적금에 넣어 끝전을 10만 원으로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달 급여로 2,585,000원이 입금되었고, 급여일 저녁에 자동이체로 근로자우대저축 50만 원, 청약부금 30만 원, 장기주택마련저축 20만 원, 적립식펀드 15만 원이 나가고 남는 잔액이 1,435,000원이라면 35,000원은 은행 갈 때 무조건 수시입금식 적금통장에 넣는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빠져나가고 남는 잔액에서 다시 10만 원대 미만은 수시입금식 적금통장에 넣는다. 이런 식으로 자투리 금액을 저축하다 보면, 어느새 꽤 많은 금액이 모인다고 한다.

 

‘너무 돈을 밝힌다’는 평은 사실상 본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쁜 얘기지만, 발상의 전환을 해서 ‘돈을 좋아하고 돈모으기가 취미다’는 평을 듣는다면 그다지 부정적으로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결론은 간단하다. 돈을 밝히지는 말자. 하지만 돈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돈을 모으는 걸 취미로 삼아보자. ‘취미’의 사전적인 의미는 ‘(전문이나 본업은 아니나) 재미로 좋아하는 일(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월급을 받는 것은 취미라고 할 수 없다.  즉 본업인 셈이다.

 

돈모으기를 본업으로 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제대로 된 실천이 어려워진다. 의무감으로 책임감으로 하다 보면 그만큼 시야가 좁아지고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L씨처럼 ‘돈모으기’를 취미로 삼자. 그래야만 부담 없이 습관적으로 ‘돈'이란 놈을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어디 가서 자기 소개할 때도 당당하게 취미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네. 제이름은 ○○○이구요. 나이는 △△살이고 취미는 바로 ‘돈모으기’이에요.”